이 글에 쉽게 빠질 수 있었던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내가 1호선을 타고 출퇴근 한다는 것’, 그리고 ‘석수역에서 내린다는 것’ 내가 알고 있는 배경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작가가 좋아할지 모를 리뷰를 이렇게 써내려가본다.
이야기 속 등장하는 직접적 인물은 두 명이다. 좋은 손금을 지닌 청년과 그 손금을 탐하는 의문의 할머니. 단편 이야기를 딱히 선호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짧은 이야기 속 기승전결이 썩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주인공에게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담지 않기 때문인지 마무리가 깔끔한 편이다.
이야기의 주 소재인 ‘손금’은 왠지 모르게 섬뜩한 느낌을 준다. 내용에서 언급하듯 ‘도를 아시냐’고 접근하는 사이비가 떠오르기도 하고, 아직 내가 모르는 길을 ‘내 손만은 알고 있을 것만 같아서’ 일수도 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손금의 능력을 믿는 사람도, 그렇지 않는 사람도 설득시키는 주인공의 상황에 있다.
학자금 대출을 지닌 청년. ‘돈’ 이야기만 나와도 어떻게 사용해야할 지 저절로 계산하는 ‘슬픈 능력’을 지녔다. 더불어 떨어질 거라 확신하는 면접의 내용은 결코 웃을 수만 없는 대다수의 경험일 것이다. 하다못해 서류 합격을 위한 자기소개서에 세상 모든 거짓말을 녹여 적은 ‘자소설’을 적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니, 그 청년의 모습 속에 자연스럽게 나를 투영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감히 내 손금을 뺏어간다니!’
할머니가 내뱉는 ‘오백’이란 단어. 참 유혹적이다. 그래서인지, 글에서 묘사하는 갈라진 혀의 모습은 뱀을 형상화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유혹적인 목소리가 귀에서 맴돌 즘, 청년은 용감하게 외친다. ‘안 팔아요’ 쉽지 않은 결정 다음, 더욱 어려운 말문을 연다.
“(…) 전 그렇게 살아 온 제 인생이 좋단 말이에요.”
눈물과 함께 쏟아낸 그 말이 참 용감하다. 그리고 들어오는 열차를 타고 도망가는 청년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가벼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내려놓는 작가의 한방. ‘오백 만원이 아닌 오백 원’이라는 것. 그리고 ‘닳아 있는 500원짜리 동전’. 자칫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에 웃음과 소름을 한 번에 내던지는 ‘동전’이란 요소가 참 번뜩인다. 열 편 남짓 되는 중단편과 장편의 스릴러도 마음을 열고 읽어 나갈 준비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