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권조라고 합니다.
리뷰는 낯선 작업이라 조심스럽게 쓰고 지우길 거듭하게 됩니다. 우선 이 아래로 리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말씀을 드릴게요. 첫 단락은 「고2 강준희군 대 우주대마왕」을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한 소개입니다. 핵심적인 줄거리를 언급하지 않고 이야기가 가진 매력을 얘기해요. 두 번째 단락은 이야기 흐름과 인물들에 대한 감상으로, 스포일러 방지 처리를 하였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단락은 이야기 외 요소에 대한 감상으로 채웠어요.
「고2 강준희 군 대 우주대마왕」(이후로 본작이라 표기합니다.) 은 제목 그대로, 고2 강준희 군과 우주대마왕의 대결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112매라는 분량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박자로 읽을 수 있고, 그만큼 부담도 적은 소설이지요. 개인적인 감상을 더하자면, 한두 문장을 건너뛰며 읽어도 이해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저는 글을 잘 읽지 못합니다. 변명하자면 비디오 게임과 각종 미디어 콘텐츠가 익숙한 세대여서 그럴까요? 생활에 지장이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부끄럽게도 글을 잘 못 읽는 편이에요. 시험이 아니라면, 줄지은 글을 차분하게 읽지 못하곤 합니다. 후다닥 읽고 싶은 마음에 눈만 빠르게 굴려 페이지를 넘기곤 하죠.
그런 점에서 본작은 저와 같은 독자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설입니다. 으레 단편이라면 원고지 80매 안팎을, 엽편이라면 20매 안팎을 생각하는 때문인지 112매라는 분량이 부담스러운 독자도 계시리라 생각하는데요. 그런 분들에게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쓸모없거나 효과가 없는 문장 또는 표현이 중첩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 수 있습니다. 본작에서 그런 지점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꼼꼼하게 읽는다면 그만큼 많은 매력을 찾을 수 있는 이야기에요.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저와 같이, 읽기 능력에 자신이 없는 독자도 감상할 수 있는 단편이란 점입니다.
이제 스포일러 방지 처리가 된 단락이 이어집니다. 리뷰 제목에 대한 이야기도 담을 예정이니, 관심이 있으시다면 본작을 읽고 다시금 찾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작의 이야기가 흐르는 구조는 명확합니다. 낯선 존재가 등장하고 강준희군이 대결의 당사자로 지목됩니다. 우주대마왕이라는 이 낯선 존재로부터 세 가지 질문을 받은 강준희군은 나름의 방법을 통해 정답을 말하고 세계 인류는 멸망의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본작이 우주대마왕, 톱니바퀴를 다루는 방식은 10번째와 11번째 문단에서 도드라집니다.
톱니바퀴는 아무런 변화 없이 일정하게 돌았다.
사람들의 흥분은 가라앉았고, 심심해졌고, 지루해졌다. 뭐야, 별 다를 게 없는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서서히 일상을 찾아갔다.
허구를 다루는 콘텐츠에서 세계의 위기를 다루는 건 언제나 어렵습니다. 인류와 그 문명이 멸절하는 건 이미 여러 번 반복된 일이고, 우리는 이 모든 게 허구란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60억 인구의 위기보다는, 몇 개월에 걸쳐 보던 드라마의 등장인물 한 명이 사망하는 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조금 더 충격적인 사건이 됩니다.
그런 때문에, 단편에서 얘기하는 세계의 위기는 조금 더 표현이 어려운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게 무서워서 제대로 다루지 않거나, 조금 냉소적인 또는 엉뚱한 시선으로 바라보곤 하는 편인데요. 본작에서도 세계의 멸망과 그 위기를 애써 심각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저는 이게 이야기의 성격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그런 점에서 효과적이라 보았습니다.
이후, 우주대마왕에 의해 물기둥이 움직이고 강준희 군이 당황하는 장면이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이건 세 가지 질문을 대하는 강준희군의 태도와 그럼에도 질문에 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기 위한 장치로 이해할 수 있었어요. 이후 이야기의 진행을 보면, 오히려 우주대마왕은 강준희군의 조력자에 가까우니까요.
우주와 행성 단위로 힘을 행사할 것만 같은 존재와 고등학생의 대결은 허무맹랑하고, 또 그러하게 표현됩니다. 거기서 전해지는 유쾌함이 있지요.
솔직한 감상을 전하자면, 첫 번째 질문과 그 답은 매우매우 놀라웠습니다. 정신적인 아버지는 생각도 하지 못했거든요. 그에 비하면 두 번째와 세 번째 질문은 위력이 약하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그 질문을 풀이하는 엉성함이 보조를 잘 맞추었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엉성하다 표현한 것은 이야기나 그 쓰는 방식에 대한 평가가 아니에요. 좋고 나쁨, 높고 낮음을 따질 수 없는 색깔의 문제니까요.
정확한 표현을 전하지 못해 아쉽지만, 때로 숨이 막히도록 굉장히 빼곡한 글을 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읽는 사람에게 설계도를 들이밀고 싶은 심정이지요. 어떤 때에는 저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과 표현으로 이야기를 채우고픈 순간도 있습니다. 손이 가는대로, 감각적인 방식으로 말이에요.
김태연 작가님께서 어떤 방식으로 썼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나, 제게 있어 본작은 조밀조밀한 설계도보다 감각적인 손짓으로 보였습니다.
우주대마왕을 자칭하는 존재가 나타나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데, 오밀조밀한 묘사가 무슨 소용일까요. 어쩌면 몰입과 감상을 방해할지도 모릅니다. 이 사건에는 이런 방법이 어울린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다른 이야기였으면 어땠을까요?
답을 알 수 없는 경기침체, 정부의 부패는 만연하고 끝내 들고 일어난 시민들에 의해 내전이 발생합니다. 시민군인 주인공은 셀 수 없는 많은 동료를 잃어가며, 누가 적인지도 모르는 전장에서 총을 쏘고 끝내 정부 청사에 진입합니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고, 누가 이겨도 제대로 된 승리가 아닌 상황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끝내 정부군에 붙잡히죠. 거기서 고문 기술자가 주인공을 붙들고 묻습니다. “네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은?”
위 사건을 본작과 같은 방법으로 풀어냈다면, 어딘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을 수도 있지만요. 그렇지만 실수로, 또는 의도치 않게 넘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본작에서는 사건과 그 풀이, 전체적인 흐름이 모두 일부러 넘어졌습니다. 말장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러면 슬라이딩이고 운이 좋다면 홈베이스에도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제 기준에서는 득점을 하셨네요.
이제 세 번째 단락입니다. 스포일러 방지 처리는 하지 않았으나, 어쩌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본작을 읽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본작은 이야기적인 부분 말고도 여러 시도를 하였습니다. 감상과 이해를 전혀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다른 이야기와의 연결을 시도하였고, 유튜브와 연계한 OST 시스템을 도입했지요.
지금으로서는 OST 링크를 클릭하면 유튜브 어플이 실행되지 않고, 웹페이지에서 진입하는 탓에 유튜브 프리미엄 한 달 무료가 소용없는 게 아쉽기는 합니다. 이것은 작가님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요. 두 곡을 듣기에는 추가 결말이 길지 않아서, 앞부분에 BGM으로 등장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추가 결말은 온전하게는 이해하지 못했어요. 앞서 링크 기능을 사용하셨으니, 뒤이어 감상하면 좋은 작품을 링크로 연결해 주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혹, 이 리뷰를 작가님께서 보신다면 여쭙고 싶은 게 하나 있었습니다. 작품 내에서 가위 이미지는 어떻게 표현하신 건가요? 브릿G 기능을 제법 많이 이해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ㅇㅁㅇ
소설은 생각보다 자유롭지 않게 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배경과 사건, 등장인물은 제각기 어울리는 조합이 있으니까요. 여기에 정답은 없지만, 쓰는 사람에게 즐겁고 읽는 사람에게 익숙한 조합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효과적인 결과를 찾아 애를 쓰고 있다고 봐요. 김태연 작가님께서 새로운 이야기에서도 만족스러운 결실을 내길 바랍니다.
리뷰는 여기까지입니다. 읽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조금이나마 효과가 있는 리뷰였길 바라고, 감상하신 분들에게는 작게나마 공감할 수 있는 기회였으면 합니다. 좋은 이야기를 써 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