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매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매우매우 스포일러 함유합니다.
매우매우 매우매우 매우합니다(?)
저는 1-21까지 읽었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2-n 이후의 내용에 대해서는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판타지에 대한 묘한 판타지가 하나 있었습니다. 어차피 가공의 세계를 바탕으로 가공의 인물이 가공의 사건을 겪는 것이니까 취재나 자료 조사 따위는 전혀 필요 없겠구나! 물론 이것은 판타지일 뿐이었습니다. 판타지 소설을 쓴다는 것이 그토록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되기까지 꽤 오래 걸리긴 했지만요.
판타지 소설 역시 다른 장르 못지 않게 디테일이 중요합니다. 물론 마법이나 대륙의 환경 같은 부분에 대해서 디테일을 따질 수야 없겠습니다만, 기본적인 부분에서 챙길 수 있는 디테일은 챙겨주는 것이 이득일테니까요.
1. 디테일의 아쉬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제일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디테일이었습니다. 예시를 들어보자면 1-4에서 하나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군요.
처음에 사람들은 엘리에게 돈을 주려 했으나 엘리는 거절했다. 지금 등 뒤에 쓰러진 사내들이 줬던 돈도 받지 않았던 엘리였다. 이름이라도 알려달라는 말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보답 따위는 필요 없었다.
이 장면에서 ‘사람들’은 도적에 의해 노예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던 자들입니다. 그런 자들이 돈을 주려 한다는 묘사에 저는 ‘으으음?’싶었습니다. 도적들이 ‘환상술사’라는 인간병기급의 존재를 노예로 팔기 위해 붙잡았다면 당연히 몸 수색도 하고, 그러다 돈을 발견하면 당연히 빼앗지 않았을까요. 도적 친구들이 도덕적으로 몸수색을 하지는 않았을테니 정말 샅샅이 뒤져봤을 테고요. 설마 항문 속에 넣거나 하진 않았겠….
하여튼 이런 식으로 걸리는 지점이 곳곳에 분포해 있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기보다는 아쉽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거 같고요.
2. 파워 밸런스의 붕괴
프롤로그에서, 주인공인 엘리는 스승이자 적대하는 관계에 위치하게된 ‘와이번’과 싸우고 있습니다. 작중 시점은 엘리에 가깝고, 엘리의 시선에서 넘어설 수 없는 벽처럼 와이번이 묘사됩니다. 와이번이 엘리를 가르치려 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싸움의 결과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에 독자(최소한 저)는 ‘와이번>엘리’ 정도로 판단하고 넘어가려 했습니다.
문제는 바로 다음화에서 주인공은 최강의 존재 중에 하나로 묘사된다는 겁니다. 이 지점에서 혼란스러웠습니다. 아무리 10년이 지났다고 해도 그 10년을 같이 겪지 않은 저로서는 프롤로그와 1-1 사이에서 동일 인물이 보여주는 간극이 쉽게 다가오지는 않더군요. 다행히 조금씩 읽어가면서 최강의 존재로서의 주인공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갑툭튀한 놈한테 주인공이 열심히 당합니다. 물론 한참 뒤에야 ‘걔가 날 죽일 수 있을 거 같아서’라는 이유를 설명하지만, 그 전까지 독자는 주인공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니 그보다 주인공은 죽어 보려고 10년동안 갖은 시도를 다 했을 텐데, 이제와서 (심지어 여제인지 뭔지의 부름을 받고 서울로 올라가는 중에) 삼천포로 빠져서 죽고자 하는 건지….
파워 밸런스의 붕괴와 더불어 여러모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3. 딱딱한 대사와 공감되지 않는 감정선 + 사건의 속도
대사가 너무 딱딱해서 인물들이 살아있는 존재라기보다는 고등학생 학예회에서 억지로 끌려나온 남자 고딩들이 억지로 외웠던 대본을 억지로 쏟아내는 듯했습니다. 진짜 그런 인물이 그런 상황에서 뱉을 법한 대사가 아니었어요. 또한 주요한 인물들의 감정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것은 사건의 속도가 무척 빠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충분한 분량을 가지고 느긋하게 다져나가야 할 사건들을 초반에 확 풀어버리고, 확 해결해버리는 탓에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따라갈 시간을 주지 않아요. 이리 휙, 저리 휙.
사건의 속도에 대해서 한 마디 더 하자면, 사건을 해결하는 속도를 조절하면 사건을 제시하는 속도 역시 어느정도 잡히리라고 생각해요.
제가 읽고 느낀 점은 이 정도입니다. 모쪼록 글 쓰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