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빈틈을 걷는 고양이 의뢰(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꿈을 걷는 고양이 (작가: 인레, 작품정보)
리뷰어: stelo, 17년 2월, 조회 145

한 문장 : 고양이 일상물인 줄 알았더니, 꿈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모자라, 고독한 인간의 마음을 채워주는 지혜가 있습니다.

경고 : 나름 스포일러를 피해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쓰고 보니 스포일러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소한 인연이 있었습니다.

오늘 트위터에서 브릿g를 검색하는데 작가님의 트윗을 보았습니다. “아 리뷰 공모를 올리시던 그분이네?”하고 기억이 나더군요. 팔로우를 드렸더니, 역시 팔로우를 해주셔서 맞팔이 되었습니다.

밤 늦게까지 저는 잠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과학적으로 일찍 자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죠. 요즘은 브릿g에 올라온 소설을 읽거나, 리뷰를 쓰곤 합니다. 어두운 방 안에서 사각형의 화면만 빛이 납니다. 타자 치는 소리만 들립니다.

작품 란에 가니 작가님의 글이 있었습니다. 제 프로필 사진은 6년 전 쯤에 저희 집 근처에 살았던 길고양이입니다. 저는 고양이와 개인적인 연이 여러가지 있습니다. 관심이 가서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존엄하신 고양이님 덕분일까요. 저는 다행히 뒤로가기도 누르지 않고 끝까지 다 읽어낸 참이었습니다.

띵동. 알림이 울리더군요. 다 읽은지 1분이 지났을 때였죠. 작가님께서 저에게 리뷰 의뢰를 하셨다는 쪽지였습니다.

 

사소한 인연 덕분에, 저는 지금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인간’ 마음의 빈틈을 보여주는 이야기

이 작품은 ‘마음의 빈틈’ 이야기라는 계보 위에 있습니다. 내면의 문제를 눈에 보이는 괴물 같은 걸로 만들어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마음 속 문제는 사건이 안 일어나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으니까요. 누가 다른 사람의 우울 삽화를 읽고 싶어하겠어요?

내면을 외면의 사건으로 유비하는 방식은 많은 작가들이 써온 기법입니다. 옛날 민담에도 있었으며, 요즘은 일본 만화부터-캐릭캐릭 체인지나, 신만이 아는 세계가 떠오르네요-, 주인공이 결말에서 깨달음을 얻는 할리우드 영화까지 모두 이 기법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고양이님은 빈틈 없이 완벽한 분입니다. 물론 화자이시고 해결사지만 딱 그 정도십니다. 이런! 문제를 품고 있는 건 누구일까요?

바로 히키코모리입니다. 읽어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사람도 안 만나고 부모에게 의존하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건 좀 약합니다. 결국 “왜 방에서 나오지 않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내면이 눈에 보여야 하는데, 보이지를 않습니다. 소통을 할 수가 없죠.

 

여기서 고양이님의 능력이 등장합니다. 고양이는 꿈 속으로 들어갈 수가 있다는 거죠. 고양이님이 설명해주듯이, 꿈은 내면이 형상화된 공간입니다. 하나하나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죠. 개미지옥 괴물이 정원사를 빨아먹고 말라 비틀어진 껍데기만 버려놓지 않나… 여튼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난단 말이죠. 도식화하면 이런 3단 구조가 되는 셈입니다.

  히키코모리 => (꿈 속의 호텔과 개미지옥) => ?내면의 문제?  거꾸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내면의 문제?를 알아내 해결하지 못하면 => 괴물을 물리치지 못하고 => 현실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결국 이 이야기는 고양이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근본은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작가님이 뿌려놓으신 비유를 해독하는 건 셀프입니다.

여기까지는 작가가 의도해놓은 내용을 풀어서 설명했을 뿐입니다. 사실 작품 내에서도 고양이님이 다 설명을 해주시죠. 벌써 “그래서 어쩌라고요? 스텔로씨 저도 오쓰카 에이지나 사이드 필드의 책 정도는 읽었어요.”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이런 어떻게 해야할까요. 작가님이 뿌려두신 비유들을 분석할까요?

1) 창문을 넘어 도망치는 고양이, 스스로를 방에 가두는 히키코모리

2)”말동무는 인간에게나 필요한 거야”

고양이는 소통을 좋아하는 동물이 아닙니다.

이 대사와 반복해서 나오는 ‘소통’이라는 단어, 결말과의 관계

3) 거미줄의 의미, 자살한 남자, 마지막의 나비

4)…

이런 비유들을 분석할 필요가 있을까요. 작가의 의도를 캐치하는 건 물론 즐거운 일입니다만… 그건 퍼즐 게임이지요. 리뷰도 소통도 아닙니다. 저는 작가님께 도움이 되기 위해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이제 분석을 끝내고, 제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도입부의 기대를 배신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지루해집니다.

도입부는 첫 인상이죠. 우리가 첫 인상으로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구나”를 판단하는 것처럼, 우리는 도입부를 읽으며 어떤 이야기인지 판단합니다. 기대에 부풀지요. 제 마음 속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와. 이제 귀여운 고양이의 일상이 나오겠구나. 하지만 고양이가 좀 냉소적인데.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걸까? 아니면 냉소적인 고양이가 인간과 친해지는 이야기?”

그렇습니다. 이야기의 방향과는 동떨어져 있죠. 일단 이야기의 핵심인 ‘히키코모리’씨가 없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여러분이 기대하는 것만큼 극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문장을 읽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흔하디 흔한 애완동물 일상물을 떠올립니다. 수기라니까 더 심해지죠.

그런데 이 기대는 연이어서 배반을 당합니다. 첫째는 거미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건 그렇다고 칩시다. 둘째 펀치는 자살한 남자입니다. 셋째 펀치는 고양이가 꿈으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넷째는… (이하 생략)

저는 이야기가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저 거미는 왜 나오는 것이며, 자살한 남자는 또 뭔가? 왜 또 꿈에 들어가는 거지?

왜 저는 지루하다고 느꼈을까요?

  기대를 배반한다는 건 곧 반전입니다. 반전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독자가 이야기를 믿지 못하게 만들고, 거리를 두게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논리적인 추리 소설을 읽는데… 갑자기 중간에 일본 만화식 이능력 배틀로 변합니다. 아니면 사랑스러운 소녀들이 나오는 마법 소녀물을 보는데, 갑자기 현실적?인 전개가 되어서 소녀들이 다 죽습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책을 덮거나, 채널을 돌립니다. 기대를 배반하면 ‘더 읽을 이유’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죠.

물론 이 규칙에 예외는 있습니다. 당장 저 두 가지 예시는 실제로 성공한 작품에서 가져온 겁니다. 반전은 참신하죠. 하지만 기대를 배신한 작품 대다수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시겠지요. 반전이 자체가 클리셰화 되거나, 독자에게 버림 받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거리두기가 몇 겹이나 됩니다. 하나는 주인공이 방구석 그 분이 아니라 고양이님이라는 겁니다. 딴사람이죠. 심지어 그 고양이는 냉소적이고 관찰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양이님의 시점에서 히키코모리를 관찰합니다. 꿈 속에서도 그렇습니다. 어떤 감정도 허락되지가 않죠.

거리두기가 작가의 의도였다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문제는 이게 마음의 빈틈 이야기라는 겁니다. 내면의 문제를 외면화 시키는 이유는 그 감정적 괴로움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판돈을 키워서 이야기를 더 극적으로 만드는 것이죠. 왜 이야기를 극적으로 만들까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도입부는 주제를 전달하지 못하게 방해합니다. 빈틈을 가진 인간은 뒤에 가서야 나옵니다. 그마저도 거리를 두고 관찰하게 됩니다. 작품의 결말(스포일러라서 생략)이 주는 감정은… 전적으로 그 두 사람의 상처를 이해했을 때만 극적일 수 있습니다. 지옥에 떨어진 사람을 그것이(스포일러가) 구원하는 것이니까요.

독자는 고양이님과 함께 지옥 밖에서 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고양이님은 지혜로우신 분입니다. (스포일러)를 개미지옥에 던지실 정도로요. 하지만 독자는 고양이님이 아닙니다. 고양이님에게 당연한 것도 우리에게는 그럴듯한 잠언일 뿐입니다. 독자들이 자살한 친구나 히키코모리를 한심하다고 생각하면, 이야기는 지루해집니다.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으니까요.

 

주제는 추상적인 비유만 남고 말라 비틀어집니다.

  고독한 독자가 주제를 구원하리라

이렇게 써놓고 나니까 또 수수께끼가 생겼습니다. 이야기를 다 읽었을 때, 제 마음은 결말의 두 사람과 비슷했습니다. 사람들과 연결된 것처럼 희망으로 가득찼죠.

앞에서 그렇게 비판해놓고… 리뷰 의뢰로 돈을 받았으니, 어떻게든 칭찬으로 끝내보려는 것이냐!는 말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 환청일 뿐입니다. 제가 저렇게 생각한 건 아직 리뷰 의뢰를 받기 전이었습니다.

모순이고 수수께끼입니다. 왜 저는 이런 감정을 느꼈을까요?

  저는 감정을 굳이 설명하고 싶어합니다. 굳이 답을 찾자면 제가 가족들이 모두 잠든 밤에 혼자서 소설을 읽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서는 공정하게 드렸습니다. 이 문단이죠.

  밤 늦게까지 저는 잠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과학적으로 일찍 자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죠. 요즘은 브릿g에 올라온 소설을 읽거나, 리뷰를 쓰곤 합니다. 어두운 방 안에서 사각형의 화면만 빛이 납니다. 타자 치는 소리만 들립니다.

어떤 분이 이 소설을 읽어주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저는 자살한 지박령이나, 히키코모리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제 가정사나 친구,사회적 관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그것만으로 설명이 되지도 않을테니까요. 여백으로 남기죠. 대신 독자가 이런 사람이라는 게 어떤 효과를 냈는지 설명해보겠습니다.

공감하기 쉬운 캐릭터는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소설에는 지박령이 왜 자살했는지 나오지 않습니다. 그 분이 왜 방에 틀어박혔는지도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독자가 그런 사람이라면 괜찮습니다. 자신의 경험으로 알아서 채워넣을테니까요.

냉소적인 고양이 화자는 반대로 이입하기가 어렵습니다. 고양이의 말에 동의할 수가 없거든요. 은근슬쩍 고양이를 버리고 인간에게 이입해버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고양이의 시점에서 인간을 객관적으로 관찰해보면… 문제들이 정말 사소해 보입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죠. 고양이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독자는 갈등하게 됩니다. 긴장감이 생기면 지루하지 않게 되죠. 게다가 꿈 속으로 들어가는 부분만 지난다면! 독자는 이제 새로운 기대를 업데이트 하게 됩니다. 고양이도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까.

“물론 저는 소통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고양이는 모두 그렇지요. (중략) 인간은 인간과 소통하기를 즐깁니다. 서로 모여서 떠들고 행동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꿈의 주인은 달랐습니다.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물어보니, 다른 인간과의 소통이 일절 없다고 하더군요. 이것이 제 흥미를 동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이유를 알고 싶어졌습니다.”

이 고양이의 말은 선언문입니다. “이제 마음의 빈틈 이야기를 하겠다”는 선언이죠. 독자도 뒷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궁금하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더 읽을 이유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주제는 자칫 훈계나 설교로 들릴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성공적으로 마음의 빈틈 이야기를 완결시킨 것 같습니다. 앞에서 나온 거미와 자살한 남자를 모두 활용해서 말이죠. 고독한 독자 중 한 명이 그렇게 느꼈다면 이미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게 아닐까요. 이미 읽어보셨다면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아직 읽지 못하셨다면… 지금 읽어보세요!

  작가님께 드리는 말

  해피엔딩은 아닙니다. 제가 이미 몇 가지 문제를 지적했었죠. 도입부를 읽은 독자의 기대를 배반한다던가요. 대상 독자가 저 같은 사람이라면 괜찮겠지요. 하지만 일반 독자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제가 언급하지 않고 지나간 것들이 있고요. 맨 앞에 밝힌 것처럼, 위험하거나 극적이진 않지요. 갈등은 숨겨져 있죠. 고양이님도 침착합니다.

  이야기는 ‘눈에 보이는 묘사’보다는 ‘고양이의 독백’ 위주지요. 인물들의 대사도 추상적입니다. 이런 면은 주제를 ‘보여주기’ 보다는 ‘설명’한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고민해보시고, 방법을 찾아보신다면 더 좋은 글을 쓰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제 리뷰가 도움이 되었다면 기쁘겠습니다.

  리뷰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제 리뷰가 어떠셨는지 말씀해주시면, 앞으로 리뷰를 쓸 때 참고하겠습니다. 브릿g의 쪽지 기능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이야기가 길어지시면 이메일(twinstae@naver.com)로 보내주셔도 됩니다.

평가에는 크게 다음 세 가지를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1) 리뷰가 도움이 되셨나요? 리뷰의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되셨나요?

2) 리뷰에 동의하지 않으시는 부분이 있다면? 아니면 이런 걸 놓쳤다고 설명하고 싶으신 부분이 있다면?

3) 제가 리뷰에 어떤 내용을 써드리면 도움이 될까요? 리뷰에 원하시는 점이 있다면?

  사족 : 저는 과학적으로 따져보기를 좋아합니다.

  심리학자들은 내향적인 사람들조차 관계나 소통을 좋아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낯선 사람과 대화를 하게 하는 식의 실험이 있었죠. 사람들은 더 행복해졌습니다.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존 카치오포,윌리엄 패트릭

  인간 관계의 ‘질’은 행복의 중요한 지표입니다. [행복의 기원] 서은국

  반면에 자살한 사람들을 분석해보면 인간 관계에서 고립된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빠져나갈 수 없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낍니다. [심리부검] 서종한

  그러면 왜 저는… 이야기 속 인간들은 관계를 두려워할까요. 고양이님의 말씀대로 소통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도 소통하지 못하면 고독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소통은 그냥 친하게 지내자는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닙니다. 서로의 불만이나 슬픔,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마저도 서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합니다.[사회 심리학]마이어스, 가트맨 박사의 연구

  과학적으로도 타당한 말이어서, 제가 이 이야기를 좋아하게 된 건 아닐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돈을 받고 쓰는 리뷰라 그런지, 평소보다 길어졌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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