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면서도 그들의 링을 자꾸만 관조하게 되는.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푸른 동물원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주디, 17년 2월, 조회 61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주인공이 어느날 자고 일어나 보니 벌레가 되어있었다는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원인을 알지 못하고 사람들이 모두 짐승으로 변해버린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 있다. 갑작스레 사람이 짐승으로 변하게 되고 뜻하지 않게 육식동물 혹은 초식동물로 탈바꿈된다.

 

자고 일어 났더니 나 혼자 변한 것이 더 무서울까, 아니면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변신’하는 것이 무서움을 더할까. 모두가 변하지 않고 나 혼자 변하는 것도 무섭고, 다수가 모두 짐승이 되어 마치 ‘동물의 왕국’처럼 어떠한 도덕이나 규칙없이 ‘본능’에 충실하는 짐승의 삶을 사는 세계 또한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어제와 오늘을 가르고, 눈을 떴을 때 몸피가 바뀌게 된 사람들의 모습들, 아비규환의 현장처럼 혼란으로 가득한 세상이 펼쳐진다. 새로 변신한 메이, 개구리로 변신한 헨리, 개가 된 한, 한의 후배인 솔 또한 개가 되어 있고, 경비인 승열은 늑대가 되어 서로를 경계한다. 어떠한 이유로 그들이 ‘동물화’가 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그들의 특성이 조금씩은 들어간 ‘동물화’가 된 그들의 모습은 오롯하게 자신만이 살아가기 위한 계책을 세우며 한걸음씩 걸어가고 있다.

 

성공 앞에 우정이나 의리, 체면과 신뢰 따위의 불필요한 감수성은 때로 독이 되어 돌아왔다. 필요한 건, 생존본능, 그 앞에서 옳은 것과 그른 것의 경계는 무너졌다. 승기를 잡는 순간, 모략은 전략이 된다. 우세한 결과 앞에, 더티 플레이어는 박수갈채를 받는다. 추악함을 가리기 위한 커튼콜이 끝나고, 주요인물들을 위한 조명이 꺼지면, 흥행기록만 남는 법. 관객들은 무대 뒤의 추잡함을 모르고 자리를 뜬다. 페어 플레이어를 ‘핸디캡을 가진 선수’로 인식하는 이유가, 바로 이 사회의 커튼 뒤에 있었다.

 

아직 4회까지만 연재가 되어 앞으로 그들이 걷는 길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많은 인간군상 중에서도 몇몇의 인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박한의 후배인 솔과 승열은 더티 플레이어로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이빨을 드러낼 것 인상을 풍긴다. 아직까지 멈칫멈칫 하면서도 다른 이(동물)을 믿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박한’은 앞으로 어떻게 그들의 링 안에서 순수하게 남아있을지 아니면 점점 더 불온의 무리들과 동화가 될지 궁금하다.

 

<푸른 동물원>이 취하고 있는 인간의 동물화가 되는 과정은 사실 익숙하게 느껴지는 설정이다. 몸피만 바뀌었을 뿐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생각’을 하고 ‘규칙’을 정해 살고 있는 사회일 뿐 매일매일이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채언 작가의 글은 익숙한 소재이면서도 그들의 링을 자꾸만 관조하게 된다. 앞으로 그들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까? 그들이 갖고 있는 본성이 인간이었다가 동물이 된 후에도 계속해서 그것을 지켜나갈까? 하는 조바심이 생겨난다. 인간사회가 아닌 동물원이 된 지금 그들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 앞으로 계속해서 이야기가 끝이날 때까지 지켜보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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