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나요?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후회 없는 선택 (작가: 윤인석, 작품정보)
리뷰어: 글포도, 18년 8월, 조회 57

햄릿증후군: 선택을 미루거나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성향을 이르는 말

 

햄릿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말로 유명하다. 끊임없는 고뇌의 결정판으로 자주 회자되곤 한다. 복수를 향한 인간의 정신적 고뇌는 보는 사람마저도 안타깝고 어떻게 될까 가슴 졸이게 만든다.

이미 몇 백년 전의 인물인 햄릿이 이토록 선택에 장애를 겪은 후 세월이 이만큼 흘렀으면 그 후손들은 당연히 이제는 선택 정도는 시원시원하게 할법도 하건만 그렇지도 않다니 아니 오히려 더 스마트해지고 정보가 넘치는 이 시대에 선택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사실이 참 이상할 따름이다.

 

지금 우리는 작게는 물건을 고르는 일에서부터 사람과의 처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선택 속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는 일, 또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가 더 어려워진 시대를 살고 있다. 물건을 예로 들어도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해지고 각종 기능과 디자인이 하루가 다르게 계속 발전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선택이란 어렵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것들은 놓아야 하니 더더욱 신중해진다. 이걸 선택하면 손해를 보는 거 아닐까? 저걸 선택하면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설혹 사정이 넉넉해서 두 개 다 사버리자, 마음먹었더라도 여전히 아직 선택받지 못한 수많은 것들이 존재하는 한 또 다른 후회의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이렇듯 후회란 언제고 찾아오게 마련이다. 가지지 못한 것, 가보지 않은 길은 원래 더 매혹적인 법. 그래서 아마 이런 검은 신사가 찾아오게 되는 모양이다.

이 소설은 선택과 후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판타지임에도 판타지 같지 않은 건 개연성과 설득력이 충분하기 때문인 듯하다.

조금 특별한 해결사가 그 선택을 도와주겠다고 나서고 주인공을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밀어 넣는다. 하지만 읽고 나면 유쾌하다. 통쾌하다. 그래, 적어도 저런 복수 정도는 해야 직성이 풀리지…. 허억, 나에게도 저 해결사가 찾아오는 건 아니겠지?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이다.(제1막 제2장)’ 햄릿은 이렇게 외쳤지만 그나마 이 시대의 여성들은 결코 약하지 않다. 특히 소설의 주인공 이예나는 말이다.

서두에 햄릿증후군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예나는 햄릿중후군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요리 조리 잘 헤쳐나간다. 그 정도 고민과 망설임이야 신중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필요한 일일 테고 말이다. 그리고 여기엔 씌어지지 않았지만 이 다음에 벌어질 일들을 상상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몇 십년 후의 우리 후손들은 이제 길에서 검은 신사와 꼬마. 검은 숙녀와 마주치고 이상한 가족이네?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때가 되면 더 많은 선택장애를 겪는 사람들 때문에 더 바빠져서 각자 행동에 나설지도 모르므로 검은 옷을 입은 숙녀와 마주치게 될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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