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읽다가 불현듯 ‘브레멘 음악대’라는 동화가 떠올랐습니다. 그림 형제 작품인 만큼 원래는 동화가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제가 읽은 버전은 어쨌든 동화였고, 그래서 이 작품의 분위기와 비슷한 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너무 오래전에 읽은 나머지 브레멘 음악대의 결말이 잘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요. 브레멘 음악대는 삼단합체를 통해 브레멘 제일가는 뮤지션이 되었을까요? 궁금해서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재미있게도 브레멘 음악대는 브레멘에 도착하기는 커녕 그 근처도 가질 못했습니다. 브레멘 음악대는 브레멘을 목표로 길을 떠난 동물들의 이야기지만, 동물들은 도중에 도둑 무리를 소탕하고 집 하나를 구해 그곳에 자리를 잡고 노래나 부르며 살아갑니다. ‘브레멘’에는 가지 못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음악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죠.
브레멘 음악대에게 ‘브레멘’은 음악대가 있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자유로운 곳 혹은 동물로서의 권리가 지켜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따진다면 브레멘 음악대가 자리잡은 그 집 역시 동물로서의 권리가 지켜지는 자유로운 곳으로서의 브레멘인 셈입니다. 그들은 브레멘에 도착하지 않고도 브레멘에 도착한 것이죠.
이 작품은 아직 내용이 많이 전개되지 않아 가타부타 이야기할 것이 없습니다. 다만 동물들이 주요 인물(인물???)로 등장하고, 등장하는 동물들이 인간을 불신하는 점에서 브레멘 음악대와의 유사성을 보입니다. 또, ‘그림자’라는 키워드로 인간을 쫓아내는 점도 그렇고 말이죠. 앞으로도 그 지점에 초점을 맞추어 읽는다면 더욱 재미있는 독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