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반(Pavane)>이라는 SF소설을 아시나요? 스팀펑크 향내가 자욱한 대체역사 SF지요. 저는 내용보다 인물들의 감성과 전반에 흐르는 서정적인 느낌이 좋았던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이 작품도 그런 서정적인(?) 느낌을 자아냅니다. 첨단기술문명이 망하고 균형이 깨진 부분 기술에 의존하는, 해서 대다수는 중세로 돌아가버린 (작가의 표현대로) 문명몰락의 시대인데도 말이죠. 이 작품은 그렇게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론 아포칼립스, 희망 없는 시절에도 각자의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목가적으로(?) 그린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가 떠오르기도 해요.
검은 말을 탄 기사는 그렇게, 서정적이고 목가적으로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초반 분위기로만 흘러가지 않아요. 천천히, 자연스럽게 세계관을 드러내더니 돌연 기계병기액션활극(?)을 펼쳐요. 그 돌변이 박진감 넘치고, 일본 기갑병 애니메이션의 한 시퀀스를 보는 느낌이예요. 같은 장르의 웹툰, 애니메와는 다른, 장르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기갑전투씬을 보여주지요. 독자의 상상력에 따라 재미가 배가 된다는 뜻이예요.
무엇보다 이 작품의 장점은 매력적인 세계관 안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인물들의 정서와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는 거예요. 작가가 코멘트하신 웨스턴 영화 <셰인>의 정서가 느껴지고. 제목처럼 중세 기사들의 분위기가 녹아 있어요. 작가의 내공을 느끼게 합니다.
이쯤되면 궁금하지 않나요? 작가는 SF로 구분했는데, 미래의 기사가 타는 검은 말이 어떤 모습일지?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대로일 거예요.
기사님의 연인에게 질투를 느끼던 사춘기 견습생 클라라가, 전투를 통해 성장하고 어엿하게 00로 우뚝 서는 과정을 지켜보셔요.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 이상일 거예요.
즐감하시기를.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