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 브릿G추천

대상작품: 짝사랑 문제 (작가: 별고양이, 작품정보)
리뷰어: 한켠, 18년 5월, 조회 152

* <짝사랑 문제> 25회까지의 리뷰입니다.

선(線)

1. 그어 놓은 금이나 줄

예문 : 선을 긋다, 선을 치다

2. 다른 것과 구별되는 일정한 한계나 그 한계를 나타내는 기준.

예문 : 그는 애인과 일정한 선을 긋고 만나고 있다.

3. 어떤 인물이나 단체와 맺고 있는 관계

예문 : 권력층과 선이 닿다, 거래하는 회사와 선이 끊기다.

선(善) : 올바르고 착하며 도덕적 기준에 맞음

선 : 사람의 좋고 나쁨과 마땅하고 마땅하지 않음을 가리는 일. 주로 결혼할 대상자를 정하기

위하여 만나 보는 일을 이른다.

–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짝사랑 문제>에는 ‘선’이란 단어가 자주 나옵니다.

고백하는 장면에서도 ‘선’이 나오고요.

“(전략)선을 넘는 짓인지도 모르겠지만. 조금만 조금만 넘어도 될까.”

“넘어 와. 많이 넘어와도 괜찮아.”

나는 그 날 고백을 해버렸다고 생각했다.

(16회)

남자 주인공인 세영이 짝사랑하는 예은의 공책을 몰래 볼까 말까 고민하는 장면에서도 나옵니다.

잠깐 내가 뭐하는 거지? 선을 넘었다. 어떤 법에 걸리는지 몰라도 분명히 죄였다.

(4회)

세영은 예은이 예쁘다고, 좋아한다고 합니다. 예뻐서 반했다기보다는 반했기에 예뻐 보이는 것 같습니다. 세영은 왜 예은을 좋아하게 된 걸까요? 사실 예은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데도요. 둘이 중학생 때 같은 반이었던 적도 있는데, 그 때의 예은이 지금의 예은인지도 모르고 있었어요. 세영은 예은에게 수학을 가르쳐 주고, 울 때 달래주고 싶어하고, 뭐든 잘 해 주고 싶어하고, 이걸 사랑이라고 여기는데, 왜 유독 예은에게 그럴까요?

<짝사랑 문제>는 세영의 시점에서 시작되어 예은의 시점이 나오고, 때로 한 회차에서 두 시선이 왔다갔다하며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한 회차 안에서 두 시점이 나올 때는 구분선 기호가 다른 것으로 세영인지 예은인지 분별할 수 있는데, 둘이 성격이 비슷하고 말투도 비슷하다 보니 읽으면서 누구 시점인지 알기 위해 집중해야 합니다. 둘이 너무 닮아서 타인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둘 다 각자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둘 다 ‘폐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깊이 박혀 있는 인물들이고, 자기검열과 자아성찰을 혹독할 정도로 하는 인물들입니다. 예은은 교장에게 무엇인가 고발인지 건의인지를 한 것 때문에 선생님께 질책당하고, 울면서 세영에게 ‘내가 틀렸냐’고 묻습니다. 세영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동생을 폭행할 때 동생을 잡고 있었다는 걸 자기 탓을 합니다. 둘 다 친구도 별로 없고 교사들은 본받을 만한 인물들이 아니며 부모와도 친해 보이진 않습니다. 고립되어 있지요. 자책에 빠집니다. 타인에게 말하지 않아요. 예은은 친구인 혜경에게도, 세영에게도 안아달라고만 하고 무슨 일인지는 말하지 않고 내가 틀렸냐는 질문만 합니다. 세영도 예은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수학의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싶어하지 예은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궁금해하지는 않는 듯 합니다. 세영은 예은이 왜 힘들어하는지는 알고 싶어하는데, 누군가의 힘듦을 위로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누군지, 뭘 좋아하는 것을 알아야 할 때도 있지요.

타인은 나의 애착인형이 아닙니다. 독립된 사람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알고, 받고 싶으면 내 생각과 감정도 주어야 해요. 내가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어요. 돌다리를 건너려면 안전하다는 확신이 필요하고 안전한 지 알려면 두드려 봐야 합니다. 두드리지도 않으면 아무 것도 못 해요. 둘만 있는 빈 교실에서 세영은 둘만 비추도록 조명을 켜고, 예은은 가로등 같다고 느껴요. 어두운 밤의 가로등이란, 안전하다는 의미겠죠. 세영과 예은이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천천히 신뢰를 쌓아갔으면 좋겠어요. 서로에게 안전한 안식처가 될 수 있게요. 25회까지 오는 동안 둘이 선을 넘을까, 넘어도 된다 까지 왔어요. 문장이 짧고 담백해서 아련한 느낌이 나고, 이런 문장이 세영이나 예은 같은 성격에는 어울려요. 저는 이 이야기의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둘은 조심성 많고 신중하고 사교적이지 않은 아이들이라 앞으로도 긴 시간을 들여 둘이 서로에게 ‘폐를 끼친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타인이 되었으면 해요. 

여기 나오는 어른들은 좋은 사람들이 아니에요. 세영의 아버지는 집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인간인 것 같네요. 세준(세영의 동생)이 준비해 놓은 식재료를 조리만 하면 되는데도 그걸 굳이 세영에게 시키죠. 어렸을 때 세영의 동생을 때리면서 세영에게 동생을 잡고 있으란 거는, 분명하게 말할게요. 아동학대입니다. 그런데 세영은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아요. 부모가 자식을 돌보고 사랑하는 방식은 집집마다 다르지만, 세영의 집은 아버지보다 동생이 세영을 돌보네요. 세영이 예은과 결혼하면 요리를 해 주고 싶다는 장면은, 세영이 아버지를 챙겨 먹이는 장면 다음에, 남편의 핸드폰이 아닌 아들이 받을 집전화에 전화 건 어머니와의 통화 다음에 와서 씁쓸했어요. 세영은, 사랑을, 보살핌을 뭐라고 알고 있는 걸까요.

교사도 그래요. 교사가 예은에게 왜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았냐는 거, 몰라서 묻는 거 아니잖아요. 교사도 알겠지요. 교장한테 바로 가지 않았으면, 해당 교사에게 말했으면 그냥 묻혔을 게 뻔하죠. 수학시간에 세영을 제외한 학생들을 찍어서 어려운 문제를 풀게 하면서 ‘화풀이’하는 교사는 좋은 교사가 아닙니다. 학생이 수업 시간에 집중 못 하는 건 교사가 수업을 못하는 겁니다. 세영도 예은도 교사가 잘못 되었다고 하지 않습니다. 예은은 내가 틀렸냐고 하고 세영은 그냥 안아 주지요. 절대 세영이나 예은을 탓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이 아이들의 세계가 넓어졌으면 합니다. ‘나’ 에만 침잠하지 말고, ‘사회’와 ‘세계’와 ‘시스템’을 보고 뭐가 잘못 되었는지 누가 잘못했는지 알면 자책의 무게가 가벼워지겠죠.

제가 고 2였을 때 제 담임 선생님이 제게 그러셨습니다. 제가 안전하다고 여기는 심리적 경계선을 확실하게 긋고, 남들이 그 경계선을 알게 하고, 그 선 안으로 들어오려면 내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걸 알게 하라고. 그러면 남들이 제 영역을 덜 침범할 거라고요. (저는 안전함을 느끼는 심리적 거리가 남들보다 긴 사람이라, 남들이 악의 없이 제 심리적 안전선을 침범하는 경우가 잦았거든요.) 세영과 예은도 서로의 ‘선’을 알고, 더 친해지면 둘이 서로의 경계선을 지웠다가 다시 그렸다가 해 보면 어떨까요. 지금은 둘 다 서로의 선이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아마 자기자신의 선도 아직 모호한 지도 모르지요.

짝사랑’문제’답게 세영과 예은은 수학공부를 함께 합니다. 세영은 수학의 아름다움과 복잡함을 사랑하지요. .

“수학은 퍼즐이랑 비슷한 것 같아. 처음에는 어디에 어떤 조각을 놔야할 지 전혀 모르겠지.(후략)”

“하지만 어느 정도 맞추고 나면 어떤 퍼즐을 놔야할지 감이 오더라고. 그림이 어느 정도 눈에 보이니까.(후략)”

“결국 수학에서 중요한 건 패턴을 익히는 거야. 공식도 패턴이지만, 유형이라고 할까 스킬도 중요해. 풀 수 없는 문제를 풀 수 있는 문제로 바꾼다던가.”

(5회)

​대학 다닐 때 이공계 학생이 푸념하더군요. “이과 공부는 정답이 있는데, 그 답을 못 찾아서 미치겠어.”그랬더니 어문계열 학생이 이렇게 대꾸했습니다. “문학은 정답이 없거나 너무 많아서 찾을 수가 없어서 미치겠어.” 아마 세영은 예은과 만나면서 사람과 사랑과 감정은 수학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아귀가 맞지 않는 퍼즐과 무작위한 패턴과 유형 없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짝사랑 문제>의 매 회차 작가 코멘트에는 노래 가사나 책의 한 구절이 있습니다. 이 리뷰도 노래 가사로 맺을게요.

The Rose (West Life)

Some say love it is a river
That drowns the tender reed.
Some say love it is a razor
That leaves your soul to bleed.

Some say love it is a hunger
An endless, aching need
I say love it is a flower,
And you it’s only seed.

It’s the heart afraid of breaking
That never learns to dance
It’s the dream afraid of waking
That never takes the chance

It’s the one who won’t be taken,
Who cannot seem to give
And the soul afraid of dying
That never learns to live.

When the night has been too lonely
And the road has been too long.
And you think that love is only
For the lucky and the strong.

Just remember in the winter
Far beneath the bitter snow
Lies the seed that with the sun’s love,
In the spring, becomes the rose.

누군가 말했지요.
사랑은 부드러운 갈대밭을 삼켜버리는 강물과 같은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지요.
사랑은 당신의 영혼에 상처를 남기는 면도날과 같은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지요.
사랑은 끝없이 고통을 낳는 것이라고.
그러나 내 사랑은 한 송이 꽃과 같아요.
당신의 그 꽃의 유일한 씨앗이지요.
춤을 배우지 않는 것은 이별을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다른 기회를 잡지 않는 것은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거예요.
누구에게도 사랑을 줄 수 없을 것 같아요.
사는 방법을 넓히지 않는 것은 죽기를 두려워하는 영혼이 있기 때문입니다.
밤이 너무 외로울 때,
인생이 너무 험하고 길게 느껴질 때,
사랑만이 당신에게 행운을 안겨주고 힘을 북돋아 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세요.
봄이 오면 햇볕을 받으며,
장미로 피어날 씨앗을 품고 지독한 눈에 덮힌 겨울을 생각하세요.

가사 번역-이야기 팝송 여행 & 이야기 샹송칸초네 여행, 1995. 5. 1., 삼호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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