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하나일 뿐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상실형(喪失刑) (작가: 모르타, 작품정보)
리뷰어: 후안, 18년 4월, 조회 121

모르타 작가님의 문장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 같습니다. 몰아치는 파도도 없고, 고여 썩지도 않아요. 그저 덤덤히 흘러갑니다. 하지만 그 흐름을 바라보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발을 담그고 싶어지죠. 이것이 장르에 있어서 독이 될 수 있을까? 만약 이야기가 너무도 끔찍하고, 우울하고, 괴로운 거라면? 이 작품은 이에 있어 훌륭한 답을 줍니다.

 

상실형은 말 그대로 신체기관을 하나씩 잃어버리는 형벌을 말합니다. 죄질의 큼에 따라 잃어버리는 기관들도 늘어납니다. 잔인하죠. 한 번으로 형벌을 끝내는 것이 아닌, 필수 기관들을 순차적으로 하나둘 제거합니다. 그렇게 형벌을 받으며 화자는 자신이 형벌을 받게 되는 원인인 사건을, 떠올립니다. 형벌이 늘어나며, 사건의 조각들은 같이 늘어나거나, 혹은 희미해집니다. 조각을 맞추어야 하는데 점점 혼란만 가중되어 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형벌을 기다리던 화자는, 갑자기 석방 되게 됩니다.

 

이런 내용에서 흔히 표현되는 분위기는, 그러니까 처음 밝힌 것처럼 대비해 보면, 보통은 거대한 밤바다와 일렁이는 파도, 그리고 파도가 부딪혀 부서지는 파편들이겠죠. 형벌은 끔찍하고, 화자가 떠올리는 사건들도 끔찍합니다. 화자가 느끼는 절망적인 감정들도 마찬가지. 그러나 감정의 진폭 표현을 최대한 자제한 채, 조용하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표현합니다. 제가 이 리뷰를 쓰게 된 이유기도 하고요. 감탄스러운 능력이죠.

 

복잡할 수 있는 내용이고 격하게 표현할 수도 있는 데, 오히려 최대한 자제하고 조용하게 흘러갑니다. 몰입도가 더욱 높아집니다. 화자의 기억을 같이 연상하다 보면,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왜 그토록 혼란스러워 했는지 모두 이해됩니다. 부분부분 떠오르던 사건의 조각들이 결국은 전혀 다른 그림으로 완성되고, 몰입해 읽던 독자도 깜짝 놀라죠.

 

잔잔히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발을 담그면, 파장이 일어나고 흐름은 엉키죠. 그렇게 한 번의 파장에 놀라 발을 다시 빼면, 그대로 강물은 흘러갑니다. 그러나 그 엉켰던 감정은 내게는 남아있죠.

상실형의 결말은, 그 불편해지는 감정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스포일러는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읽고 나서 리뷰의 제목을 보면, 왜 이런 제목인지 알 수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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