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녀를 죽였나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너랑 나 친구사이 (작가: 유우주, 작품정보)
리뷰어: 리체르카, 18년 1월, 조회 87

학교란 참 폐쇄적인 공간이죠. 학교와 집, 조금 나아가면 학원이나 독서실 정도가 학생들의 세계 전부일 것이란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런 닫힌 세계에서 따돌림을 당한다고요? 그 충격과 슬픔의 크기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을 제 3자가 짐작해볼 수나 있을까요. 감히 어떻게.

유우주 작가님의 단편을 이전에도 몇 번 접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장작의 고통을 아주 인상깊게 읽었던 기억이 나요. 독자가 저도 모르게 빨려들어가게 되는 감정 묘사가 일품이랍니다. 작가님의 내공이 대단하시다고 느껴요. <너랑 나 친구사이>의 단점이라면 아마도 제목이 아닐련지 생각한답니다. 호기심을 자극할 법한 것도, 그렇다고 어떤 명확한 것을 지칭하는 것도 아닌 제목이라 이것만으로 글을 들어오기에는 흥미유발이 부족한 느낌! 결국 폐쇄적 소규모 사회에서의 인간관계를 다루는 이야기라고 느꼈고, 결과적으로 가장 적합한 제목일 수 있겠습니다만.. 아쉽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일거에요.

선지여자고등학교는 전국의 똑똑한 학생들이 모인 학교입니다. 늦은 시간까지 학생들을 잡아놓고 기숙사까지 있으니 학교 외의 환경을 접하기 아주 어려운 곳이지요. 학생들간의 명확한 서열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공부를 잘 하면 모두가 인정하고 성적이 나쁘면 왕따까지 당하는 극단적인 학교에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하는 말들은 이곳에서는 무시되기 일쑤입니다. 몇몇 학생이 자살해도 그것이 이슈화되지 않는 곳. 맨 첫 편에서 한 명의 학생이 자살합니다. 그리하여 이야기가 시작되죠.

처음에는 약간 오컬트적 감상으로 인식했답니다. 초반부에서 첫 챕터 주요 화자인 예진이 죽은 학생의 꿈을 꾸다 깨어나거든요. 성 예진, 나 죽었어. 하는 대사와 함께요. 귀신이 된 학생이 나타나는 걸까 생각하다가 그 다음에는 새로 온 수상한 전학생이 사실은 죽은 학생의 원혼이 씌인 모종의 존재이거나 뭐 그런 것이 아닐까 의심했거든요. 다행히 이성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영적 존재들의 빙의 이야기 이런 게 아니고요. 제 모자란 상상력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네요. 초반에 성예진이 아무 이유도 없이 아이들에게 반항하고 무리에서 나올 듯한 행동을 하는 등의 모습들이 그런 추측을 하게 했다고 판단해봅니다. 조금 더 상세한 이유가 뒤에서 나올지 아니면 그저 친구의 죽음으로 혼란스러운 탓에 내린 결정인건지는 지켜봐야 알 것 같아요. 죽은 양 정연을 대신해 그 자리를 차지한 전학생 수정의 행보는 특이합니다. 양호실에서 양 정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포착되고,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뭔가를 찾으려는 듯한 행동을 보여요. 학교에 처음 왔을 땐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더니 이내 실력을 드러내 학생들의 기를 꺾어버리는 것부터 범상치 않은 캐릭터라는 추측은 했습니다만, 그게 잠입 취재라는 방식으로 드러날 거라곤 생각을 못 했어요. 죽은 양 정연을 추적하려는 것이다보니 그녀의 시간표를 그대로 따라하고 친했던 아이들을 탐문하던 것이 예진의 눈에 이상하게 보였던 거죠. 그래서 1부가 끝날 즈음 수정의 정체에 관한 부분이 살짝 드러나며 아! 하고 뒷내용을 읽게 되는 마력이 있어요. 이래서 그런 행동을 했구나, 하는 것들이 설명되면서요.

2부에서 화자가 바뀌면서 이상했던 행동들의 이면을 보여주는데 그 와중에도 이 선지여고의 괴이한 행태는 변치 않습니다. 성적에 연연하며 태도를 바꾸는 아이들이나 공부 못하는 아이는 괴롭혀도 된다는 태도, 그리고 그 굴레에서 살짝 빗겨나 있는 비뚤어진 아이들도 보이지요. 수정이 어떻게 상황을 헤쳐 나갈지 잘 보이지 않기는 하는데.. 그래서 범인은 누구인지.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범인이란 게 존재하긴 하는지 본질적인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 이야기의 흐름이라 뒤편을 기다리고 있어요. 어쩌면 그저 너와 나, 그 친구사이의 일방적 단절이나 이해받지 못함에 관한 절망들이 사람의 등을 떠밀 수도 있겠죠. 어떤 절망들은 때때로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깊고 지독한 법이니까.

이야기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에요. 어떤 방식으로 끝을 맞이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기다리고 있다는 말씀 전하면서. 다소 두서없이 적어 내려간 감상이지만, 무엇이 독자와 인물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두근두근해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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