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봤던 영화 중에서 <블레이드러너2049>라는, 오래전 영화의 뒤를 잇는 작품이 있었다
SF장르를 좋아한다면 모르기 어려울 영화가 바로 <블레이드러너>이지 싶은데, <시야>는 이상하게도 시작에서부터 그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중반쯤 가니 우아함이 물씬 넘쳤던 <에일리언 커버넌트>가 떠오르기도 했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 탓이었다
<시야>는 중간 중간 읽히는 낯선 단어들, 먼 미래를 그려낸 듯한 설정, 흥미롭지만 어딘가 따라가기 조금 버거운 이미지들 때문에 편안함보다는 호기심을 갖고 읽게 되는 글이었다
첫맛은 껄끄러웠으나 읽어가면 갈수록 점차 몰입이 되는 케이스다
‘의안’이 수많은 것들을 감당하고, 그로 인해 문화산업의 한 축이 망하기에 다다랐다는 설정은 나로 하여금 굉장히 먼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부분이었지만 의외로 글을 읽다 보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시대라지만, 조금 의아하게 느껴진다
암만 시대변화가 빨라도 그 거대한 엔터테인트먼트 산업이 이렇게까지 강렬한 변화를 겪을 수가 있을까?
얼추 15년 전에 반에 핸드폰을 가진 친구가 서너명이나 될까 말까 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무작정 ‘불가능해’라고 말하는 건 삼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롱’은 소설 속에서 세상을 변화시킨 ‘의안’을 한 사람이다
의안의 도움으로 시력 회복 및 보조 기능도 활용할 수 있으며 조작으로 특정 지도를 본다거나 필요한 정보를 눈 앞에 띄울 수 있다
심지어 송금까지도 가능한, 무궁무진한 활용도를 자랑한다
드래곤볼의 스카우터는 남의 전투력을 재다 분에 못 이겨 깨지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악천후에 조금 헤롱거리긴 해도 훨씬 우수한 기술을 가진 아이템이 바로 이 의안인 것이다
그렇게 무언가를 보게 해주는 것이 이 의안이지만, 글의 전반적인 토픽이 ‘선명함’이 아닌 ‘모호함’이라는 게 흥미롭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현실이 아닌지,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이 사실에 기반한 것이 맞는지… 다소 혼란을 주고자 내던진 메시지가 아리송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이런 애매함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그 ‘모호함’을 설명하기 위해 작가가 많은 공을 들였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묘사도 좋다
늑대 부분을 비롯해 노인과의 대화도 촘촘하게 쓰여 있지만,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부분은 롱이 보러갔던 증강현실 전산망 속 연극 부분이었다
밀도있고 생동감있게 표현되는 연극의 내용은 다분히 낯섬 그 자체임에도 굉장히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한다
그렇게 한번 마음을 열고 나니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던 글의 묘사 부분들이 찰지게 쓰여있음을 느끼게 된다
흥미로운 글을 읽으니 작가의 다른 글이 자연스레 궁금해지는데, 오크변호사를 쓴 그 작가임을 알게 되었다
중단편만큼이나 장편도 재미있을런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