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린 금 앞으로의 초대 공모(감상)

대상작품: 경계굿 (작가: 박윤윤, 작품정보)
리뷰어: 이일소, 2시간 전, 조회 11

<경계굿>은 이 두 세계를 갈라놓는 선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무당의 이야기이다. 무당은 신의 대리인이다. 다른 산 자들이 쉽게 가지 못하는 곳까지 가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무와 가, 춤과 노래로 길을 여는 존재이다. 이 작품 내에서도 굿청에서 연주되는 악기의 장단에 맞춰 길을 열고 한 남성의 혼을 만나러 간다.

이 작품이 무당을 그리는 방식은 종교와 무속보다는 직업에 가깝다. 죽음을 해부하고 소환하여 기록하고 달래주기도 하는 직업의 여러 절차들이 담겨 있다. 그런 면에서 법의학자, 집도의가 연상되었다. 흰 천을 밟고 올라 선 무의 공간, 그 앞에 세워진 하나의 의자, 복주머니를 던지자 돌아오는 손목시계 등 경계의 공간은 수술실과 닮아 있다. 인물에게서 읽히는 담담한 목소리, 그럼에도 ‘내 할 몫은 오로지 나의 것일 뿐’이라는 단단한 직업정신이 있다. 이 남자의 고통과 마주하고 있는 이 화자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되는 투철한 사명이 이 작품을 읽는 줄기가 된다. ‘굿청이 형형이 빛나는’ 그 순간, 한 사람의 극에 달한 모습이 보인다.

다만, 인물로서 주인공은 갈등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인물에 이입하기보다는 하나의 구경거리를 보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굿청의 구경꾼의 하나로, 운이 좋게 경계의 공간까지 초청받은 VIP석에 있는 기분이다. 그런 면에서 작품에서의 ‘금’은 연극 무대 장치같다. 무대와 관객석 사이의 보이지 않는 선, 배경과 배우들 사이의 선, 무대 뒷공간과 무대 사이의 선들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공간들과 점점이 겹쳐져 보인다. ‘금’ 아래로 한 발도 내려갈 수 없는 배우의 방백으로 가득찬 공간에 서 있는 것이다.

 

잘 읽었습니다. 오컬트 장르의 글로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자기 수련을 통해 경지에 이른 무당의 굿을 보는 체험을 한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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