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서 그대로 보는 이와, 그 이를 제대로 보는 자의 교감과 짧은 사랑 공모(감상)

대상작품: 그해 여름, 상어 (작가: 용복, 작품정보)
리뷰어: arsgem, 3시간 전, 조회 8

첫 리뷰입니다. 이 글을 쓸까 말까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쓰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와닿았거든요…

리뷰의 제목은 이렇게 달아보겠습니다.

보이지 않아서 그대로 보는 이와, 그 이를 제대로 보는 자의 교감과 짧은 사랑

 

해선은 앞을 선명하게 보지 못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알리를 가장 편견없이 바라봅니다.

연구소 사람들은 그녀에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알리를 만나게 해 준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누군가에겐 자신을 구해준 신이고, 누군가에겐 인류의 미래를 건 프로젝트일지 모르겠지만요)

또한, 그녀는 알리가 신인지, 해인족인지, 아니면 인류가 모르는 누구인지 모릅니다.

정확히 알지 못하고, 알수 없었고, 알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그에게 손을 댔을 때 해선이 느낀 것은 기이한 외형이나 신화적인 정체가 아니라 차갑게 굳어 있는 몸과 지친 신경, 그리고 오랫동안 누적된 고통이었습니다. 해선은 눈보다 손으로 상대를 읽었고, 그녀에게는 그저 치료가 필요한 한 명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진실을 본다’는 익숙한 역설에 머물지 않고 하나의 주제를 향하는 것 같습니다.

 

알리 역시 해선을 제대로 봅니다.

해선의 주변 사람들은 그를 사랑하거나 걱정하지만, 언제나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해선의 모습을 원합니다.

특히 부모는 해선의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해선은 부모를 사랑하면서도 그들이 죽은 사고 뒤 자신이 느꼈던 해방감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알리는 그 마음까지 알아봅니다.

 

제가 제목으로 한 [보이지 않아서 그대로 보는 이와, 그 이를 제대로 보는 자의 교감과 짧은 사랑] 을 이 대목에서 아름답게 묘사합니다. 이 작품의 가장 훌륭한 점은 이것을 지나치게 아름답지도, 그렇다고 너무 평범하지도 않은 늘 주변에 있을법 하지만 문득 손이 가지 않는 방식으로 조용히 나열하는 점인 것 같습니다. (부럽게도)

 

짧은 순간이지만, 둘은

서로를 구원한다기보다, 서로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 그것을 향하는 것 같습니다.

 

작품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이러한 감정이 거창한 고백이나 비극적인 선언이 아니라 짧은 대화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해선과 알리가 주고받는 부산 사투리는 두 사람 사이의 낯선 거리를 빠르게 좁히고, 알리의 오래되고 비인간적인 존재감과 해선의 생활감 있는 말투가 부딪치면서 웃음이 생기고, 그 웃음이 자연스럽게 친밀감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팟캐스트)를 할 때만 표준어를 쓰지요.

 

안마에 관한 전문 용어 역시 작품의 생동감을 더합니다. 전문 용어를 사용해야 환자에게 든든해 보인다는 해선의 말에는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귀여운 허세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사투리와 전문 용어가 인물의 개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작품의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유지하고, 저에게는 이런 디테일이 조금 놀랍고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대사와 감정이 한 호흡으로 다가오는 순간들이 좋았습니다.

 

짧지만 어쩔수 없이 플라토닉하게 남는 사랑의 감정과 여운.

마지막은 크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신적인 존재와 사랑이기에, 이것이 정말 끝인지도 모르겠네요. 파도의 한 자락이 그녀에게는 무언가를 말하는 조용한 속삭임 같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좋았습니다. 그리고 부러웠습니다.

 

그래도, 리뷰인 만큼 그 중에 아쉬운 점은 조금 짚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나, POV라고 할까요. 제가 초보 독자라 그런지 모르지만 중반 이후에 조금 흔들립니다. 전환의 생동감을 위한 장치와, POV의 혼선이 어중간한 느낌이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둘, 저는 소설에서 악역 내지는 보조역할을 하는 캐릭터에 시선을 멈춥니다. 그들이 살아야 글이 산다고 보는 편이라서요. ‘잔뜩 달아올랐다가 재미없는 악역이 되는 터진 풍선같은 악역’ , 뭐랄까요 너무 아쉽습니다. 지원은 갑자기 광인이 되었고, 현호는 애매해졌습니다.  이 부분은 많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다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감성의 흐름, 신화적 존재일지도 모르는 무언가와의 사랑은 정말 자연스럽게 구성되었습니다.

제 아쉬운 점은, 리뷰를 쓰는 입장에서 억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첫 리뷰를 마음에 남은 좋은 글에 쓸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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