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라도 당신이 살았다면 감상

대상작품: 따뜻한 마음과 돈 (작가: 용복, 작품정보)
리뷰어: JIMOO, 3시간 전, 조회 10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은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사람의 마음은 나무가 아닌데 말이다. 스토킹 범죄 사건들을 보면 범죄 피해자들이 싫다는 표현을 여러 번 해도 가해자는 싫다는 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경자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남편과 사별하기 전에도 자신을 좋아한다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김씨에게 그러지 말라고 에둘러 전달했던 것 같다.

경자는 남편과 사별하고 토지보상금을 받게 된다. 그녀가 사별을 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돈이 있는 미망인을 노린 계산 속에서 나온 친절과 관심인지. 김씨는 점점 더 부담스러운 구애를 해온다. 조카뻘로만 생각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사진 찍는 예술하는 고상한 사람이라고만 비춰지던 김씨의 방에서 경자가 발견한 카메라에는 김씨의 진짜 얼굴이 담겨 있었다. 집주인인 경자 뿐만 아니라 여성인 여러 노인들의 나체를 몰래 노골적으로 찍은 사진들이었다.

김씨는 자신을 쫓아내려 한다는 것과 경자가 허락 없이 자기 방에 들어와 자신의 숨기고 싶은 치부를 보았다는 부끄러움에 도리어 분노한다. 그러면서 그는 허락도 받지 않고 찍은 타인의 나체 사진들이, 예술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스스로의 말과 행동에 잘못을 전혀 돌아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 김씨가 나쁜 놈임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야기는 극단으로 치닫는다. 사실 이 부분에서 가장 놀랐다.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결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 사건이 실제로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읽고 나서 소설을 다시 읽으니 왜 이렇게 쓰여졌는지 공감이 갔다. 모티브가 된 사건과 소설 <따뜻한 마음과 돈>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뒤집혀 있었다. 실제 사건의 결말은 너무나 기가 막히다. 완전 범죄에 가깝게 묻혀버릴 뻔했지만 증거물들이 사라지기 전의 찰나 경찰이 기적적으로 발견해서 범인은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되었다. ‘하늘이 그를 돕지 않아서’ 라는 말로 밖에는 설명하기 어렵다.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분해되어서 버려진 증거품이 제때에 경찰의 눈에 띌 수 있었을까? ‘오갈 데가 없을 가해자를 세입자로 들였을 따뜻한 마음을 가졌을 사람이, 끔찍한 범죄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반드시 억울함을 풀어주어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경찰들이 누구보다 간절하게 실마리를 찾아가다가 발견하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반면 소설에서는 하늘이 돕는 결말로서 경자는 살인죄가 아닌 방화죄로만 처벌을 받는다. 대신 그녀의 장점이었던 따뜻한 마음을 잃어버리고 평생을 무식이 찾아오는 공포에 시달리며 살아갔을 것이라면서 끝이 난다. 왜 이런 제목이 되었을까? 김씨를 세입자로 들여서 인연이 시작되었고, 김씨가 경자를 죽이게 되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 역시, 안타깝고 화가 나는 일이지만, 그녀의 <따뜻한 마음과 돈> 때문이었다.

스토킹 범죄로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차라리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 억울하게 감옥에 가게 되더라도, 죽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따뜻한 마음과 돈>은 실제 사건을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 보게 해준다. 두 번째로 읽을 때는 무식에 의해 죽었던 경자가 회귀했고, 이번 생에서는 다른 선택을 했다는 생각으로 읽어 보았다. 이야기 속에서 나마 그녀는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사람을 이전처럼 믿지 못하게 될 것 같아서 슬퍼진다. 애초에 경자의 잘못이 아니었는데 그 대가가 너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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