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꼰대가 되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작품이 중학교 때 쓰인 글이라는 사실을 자게에 올라온 글로 알았기 때문입니다.
중학생이면 원래 수행평가, 급식 메뉴, 체육복 분실, 시험 범위 착각 정도로 인생이 흔들려야 하는 시기 아닙니까.
그 나이에 왜 브릿G 같은 폐인 작가 사이트에 이런 글을 올리고 계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중학생에게 허용되는 흐릿함은 칠판 글씨가 안 보일 때 정도여야 합니다.
아니, 그건 노안이 와서 돋보기를 끼고 있는 제가 안 보이는 거고요.
학생은 자기 앞날만 흐릿하게 안 보일 뿐, 나머지는 다 보여야죠.
그런데 이 작품의 흐릿함은 길의 흐릿함이고, 기억의 흐릿함이고, 누군가를 알아보는 감각이 조금씩 밀려나는 흐릿함입니다.
흐릿함을 표현하는 방법을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교칙 위반입니다.
너무 앞서갔어요.
저는 작가님 나이 때 오락실에서 킹오파97을 하다가, 쌥쌥이로 이긴 어느 일진 형에게 체어샷을 맞아 시야가 흐려진 적이 있습니다.
의자에 맞아 보셨나요?
잘못 맞으면 멍들고 아프다고요.
그런데 작가님은 체어샷을 당해보지도 않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감각을 어떻게 이렇게 쓰신 겁니까.
네?
말해 보세요, 학생.
말 안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고요.
잘못했죠, 학생?
어떻게 이런 조밀한 작품을 쓸 수가 있나요.
큰 사건도 없는데.
대신 길 위에 사람을 세워 뒀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누구를 부르고 있는지, 방금 붙잡은 이름이 맞는지 조금씩 흐려지게 만들었죠.
짧은 글인데 이상하게 오래 걷게 되는 이유가 그거라고요.
아이고, 도가니야.
그러니까 작가님.
앞으로는 글만 쓰지 말고 공부도 하십시오.
국어 공부 말고요.
이미 하신 것 같으니까요.
가능하면 수학이나 과학 쪽으로 균형을 맞추십시오.
독자 정서 보호를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중학생 때 이런 글을 쓰신 전력이 있다면, 지금은 대체 무엇을 쓰고 계신 겁니까.
독자는 두렵습니다.
그러니 부디 공부하십시오.
아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