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물어나 봅시다 공모(비평)

대상작품: 시체 팔이 (작가: 노재욱, 작품정보)
리뷰어: BornWriter, 17년 9월, 조회 67

매우매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매우매우 스포일러 함유합니다.

매우매우 매우매우 매우합니다(?)

 

내가 브릿ㅉ에 올린 단편 중에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살인자x살인자>와 <마음의 양식> 이었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마음의 양식>과 어느정도 유사한 면이 있지 않았나 생각했다. 뭐 표절이라거나 그런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그런 말을 할 구멍따위는 이 작품에 없다. 단지 나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부터의 뒤틀림’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할 뿐이다.

내가 마음의 양식을 쓸 때 염두에 둔 것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싶다고 해서 악마가 다 사주는 것는 아니다’ 였다. 그리고 이 작품 역시 그러한 류의 뒤틀림을 주제로 풀어나간 듯하다. 어떤 주제냐면, ‘그 사람 혹은 존재가 신앙의 되고 싶어하는지 일단 물어나 봅시다’라고나 할까.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은 북한의 시체 두 구에 대한 것이었다. 북한의 태양 궁전이었나? 거기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체가 박제 보존되어있다고 한다. 아니, 박제라고는 할 수 없나. 하여튼 시체가 썩지도 않고 방부제에 쩔어서 누워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고위층은 그곳에서 시체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김일성과 김정일을 찬양한다. 이 작품을 읽고 시체가 되어 방부제에 절여지고 있는 그 두 사람을 떠올렸다. 그들은 그렇게 절여지면서까지 찬양받고 싶었을까. 그 짓거리를 하기 전에 두 사람에게 물어는 봤을까 궁금했다(아마 물어보지는 않았을 거 같지만 말이다).

 

이 작품에서도 김정일 김일성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시체 한 구가 등장한다. 그녀는 과거 가르침을 전파했지만 사람들에게 박해를 받았고, 사람들은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간 다음에야 그 가르침에 귀의(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옳아보였다)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의 시체를 방부처리하여 영원토록 보존코자 하였다. 이건 어느정도 예수의 죽음에 관련된 이야기와 비슷한 면이 있다. 그녀가 예수라면 주인공인 박사는 누구일까. 나는 이차돈을 떠올렸다. 이차돈이 순교함으로서 신라는 불교를 받아들였다. 이 작품에서도 박사가 죽음으로서 사람들은 교주 말고 그녀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으니 얼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종교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종교인들의 세금 납부’ 에 대한 것이다. 이 작품의 제목과도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지금의 예수교나 부처교에서 하고 있는 것도 거칠게 말하자면 시체팔이니까 말이다. 아니, 부처교에서는 헌금을 강제하지 않지만, 예수교에서는 십일조(?)라는 이름으로 헌금을 강제하고 있으니 예수교 쪽이 조금 더 질 나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무호동중이작호라고, 결국 모든 종교는 위대한 자의 후광을 등에 업고서 장사나 하는 사람인 셈이다.

그리고 내가 종교를 싫어하는 까닭도 아마 이런 것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정확히는 종교를 싫어한다기보다는 예수교를 싫어한다고 해야할까. 예수믿고 구원받으라는 이야기보다는, 부처처럼 행실하여 부처가 되시라는 이야기가 더 ‘믿음직’ 스럽다는 것이다.

 

뭔가 중언부언 말이 많았는데 요컨데 내가 하고싶은 말은 세상 모든 종교가 ‘님 제가 님 믿어도 됨?’ 이라는 질문과 ‘ㅇㅇ믿어라’ 라는 대답을 전제하고 있는 것 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이 작품이 하고픈 말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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