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 따뜻한. 진정한 온도의 이야기 공모(감상)

대상작품: 하나의 온도들 (작가: 비인간혁명, 작품정보)
리뷰어: VVY, 1일 전, 조회 14

한 아이의 죽음.

그것만큼 사람의 슬픔, 상실감, 불쾌함, 우리의 어떤 감정을 건드리는 소재도 없을 것입니다.

비극적인 에어록 사고로 초래된 하나의 죽음. 사회정치적 환경에서 그것은 순수한 사건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나 스스로 사고를 촉발했다는 음해도 있고, 하나를 둘러싼 언급 자체가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기도 합니다.

하나의 가족들은 다양한 양태로 자신의 상실을 마주합니다. 아버지는 침묵을, 어머니는 가상현실을, 오빠는 소설 집필을 통해 하나를 기억합니다.

타인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가족도 그 공백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아버지는 하나의 차가운 손을 잊어버릴 것을 두려워하며 스스로 혐오하고, 죽은 딸에 관한 스트리밍을 놓지 못하는 어머니는 이로써 돈을 번다고 비방당하며, 오빠는 하나를 자기에게서 떼어내 소설 캐릭터 유나로 승화하고자 하지만, 뒤늦게 오만한 시도였다며 후회합니다.

인터뷰 형태로 가족의 모습을 차례로 살피는 구성. 그리고 각 인물이 하나의 죽음이라는 현상을 어느쯤 왜곡하고 있음을 묘사하기 위하여 부여한 설정이 좋습니다. (이를테면 아버지는 하나의 죽음을 온전하게 기억하기 위해 자기 자신의 온전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감한 주제임에도 불구, 감정의 과잉 없이 독자가 서서히 공감되도록 긴밀한 서사가 짜여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는 그 순간 에어록 앞에서 무엇을 했나?”라는 사고 전말에 대한 작은 미스테리를 던지고, 종국에 이를 풀어내며 사건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순수성의 요구가 작품을 관통합니다.

이를 충실히 반영하는 것이 하나의 또다른 가족인 외할머니입니다. 시인인 외할머니는 중간중간 날카롭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독백하듯 손녀 하나의 이야기를 이어줍니다. 중간에 외할머니도 하나의 어떤 요소를 잊을까 겁을 내지만, 짧은 순간이나마, 자신이 하나의 할미로 이어져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하고, 흐려지는 것을 서러워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듯 얘기합니다.

하나의 오빠는 소설을 통해 죽은 하나를 선망의 대상으로 그렸습니다. 그러나 하나는 실재했던 인간으로서 감정적으로 화성을 불평하기도 하고 오빠인 자신의 질투 대상이기도 했던 존재였습니다. 하나를 왜곡하려는 외부의 시도를 보고 비로소 자신의 과오도 깨달은 오빠는,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하나의 이야기를 다시 쓰겠다고 말합니다.

아마도 작중 아버지가 느꼈던, 하나의 이마의 따뜻함과 손의 차가움을 모두 담아낸 이야기가 되겠지요. ‘하나의 온도들’이라는 복수형 제목의 의미는 그런 게 아닐까요.

마음을 동하게 하는 감성적인 단편 잘 읽었습니다. “이름을 부르면 대답이 돌아오는 것. 그 당연한 기적“과 같은 문장은 읽는 이를 한순간 숨막히게 합니다. 상술한, 아름답기도 하고 날카롭기도 한 문장. 저로서는 평생 생각해낼 수 없는 그런 문장들이 돋보이는 글이었습니다.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 말의 예쁨이 느껴지는 글이었어요. 작가님의 성취를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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