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 신을 만드는가, 절망이 신을 만드는가 공모(비평)

대상작품: 단피몽두(單被蒙頭) (작가: OriginCode, 작품정보)
리뷰어: 노르바, 2시간 전, 조회 3

솔직히 말해서, 어려운 작품이다. 읽기도 리뷰하기도. ㅎㅎ

[단피몽두(單被蒙頭)]는 인간의 절망과 기록의 욕망이 결합해 만들어낸 ‘신화적 공포’, 더 나아가서 ‘스페이스 호러’, 특히 ‘알지 못하는 것이 주는 우주적 공포’의 구조를 ‘한국적 전통’을 배경으로 탁월하게 형상화했다고 본다.

작품의 주된 특성은 공포 서사 아래에서 신화의 생성 원리를 해부하고, 기록이라는 행위를 ‘신’을 창조하는 행위와 관련지어 재해석한다는 점에 있다. 기록이랑 신화라니, 이거 너무 내 취향이잖아. 그래서 리뷰를 작성해보았다.

 

작가는 “썩은 바람이 드는 곳”, “사락거림”, “젖은 천”과 같이 냄새·촉각·소리 등 전설의 고향급 공포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음향효과’를 이미지화 시켰다. 특히 ‘사락~사락~’이라는 의성어는 아이들의 노래를 포함하여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나 역시 신화란 인간이 ‘기록하고 믿기 시작할 때’ 되살아난다고 생각한다. 내가 연재 중인 [네오 에다]에서는 잊혀지고 소비되어 사라져 가는 북유럽의 신들이, 인간 작가의 ‘기록’에 의해 현대 사회에서 새 역할을 부여받으며 부활한다. 그 신들은 원전의 신화에서처럼 인간과 다시 공존하며,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간다. 인간은 진실을 남기려는 욕망으로 인해 스스로 신들을 다시 만들고, 그렇게 시대마다 다른 신화를 재생산한다고 본다.

그러나 [단피몽두]는 같은 전제를 전혀 다른 결론으로 이끈다. 이 작품에서 신은 인간의 창조 행위의 결과물이지만, 그것은 구원이 아니라 재앙이며 괴물일 따름이다. 인간의 피와 공포, 믿음이 엉겨 만들어진 존재로서의 신은, 인간의 집단무의식이 낳은 그림자이다. 즉, 인간이 진실을 기록하려는 순간, 자신이 가장 부정하고 싶은 진실—절망과 공포의 본질—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단피몽두]는 내가 생각하는 신화의 재생 개념과 문자적으로는 유사하지만, 의미적으로는 정반대의 방향을 취한다. 그래서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나의 신들은 인간이 잊었던 신성의 복원이며, 이 소설의 신은 인간이 잊고 싶었던 절망의 환생이다. 한쪽은 인간이 신화를 통해 삶의 신성함을 다시 쓰려는 시도이고, 다른 한쪽은 인간이 기록을 통해 스스로의 어둠을 다시 깨우는 과정이다. 따라서 [단피몽두]는 신화의 부활이 구원이 아닌 파국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고대에는 본래 신들의 이름은 함부로 쓰거나 부르지 못했다. 귀신얘기를 하면 귀신이 온다는 속설처럼,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신을 말하는 행위 자체가 신을 만든다”는 언어적 역설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