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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차 독자의 진심 펀치 작품 추천 1 감상

대상작품: 어쩌다 서바이벌 (작가: penguin, 작품정보)
리뷰어: Campfire, 2시간 전, 조회 7

penguin 작가는 <좀비말살계획>로 처음 접한 후 전작(이라곤 해도 다섯 작품)을 읽은 작가이다. 좋아하는 작가지만 그간 <좀비말살계획>을 제외하곤 리뷰를 쓰지 않았었다. 그것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이전 리뷰에서도 말한 바가 있다만, 소설을 읽다 보면 ‘디테일이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로 소설에서는 전체적인 완성도 보다는 미세한 부분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곤 한다.

이를테면 우리는 어떤 소설에 대해 “스토리가 좋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어떤 소설은 첫 문장을 읽을 때부터 재미가 있다.

사람으로 치환해서 설명하자면 그 사람의 내면이 아니라 첫 대면, 첫인상, 대화의 첫마디 등에서 호감을 갖게 된다.

이를테면 흔히 쓰이는 말로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라는 것이 있다. 듣는 순간 ‘이 사람은 믿을 만하다’라는 호감을 주는, 목소리를 비롯해 발음, 발성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것은 중요하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따로 있는 이유가 있다. 이것을 빌려오자.

<어쩌다 서바이벌>은 ‘작가의 목소리’가 좋은 작품이다.

어떤 목소리인가? 비뚤어지게 입가를 뒤튼 조소에서 흘러나오는 비루함과 생활감이 펄떡거리는 목소리라고 표현하는 것이 당장은 최선이다.

 

그렇다면 그간 리뷰를 망설였던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이 작품을 선뜻 추천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야기이다. 작품의 줄거리는 복잡하다.

최대한 간결히 설명해 보자.

우선 나는 아내가 바람을 펴서 그 불륜 상대를 잡으러 간다. 불륜 현장에서 불륜 상대를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는데, 그 얼굴은 ‘이야기’였다며 시점이 변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김진가’로 바뀐다. 그는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고, 베트남 여자인 레띠 미 티에를 아내로 사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으며, 한편으론 사진관의 고객인 민주네 어머니의 가족사진에서 남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하는 취미가 있다. 딱 100만 원만 더 모으면 결혼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친구를 따라 주식을 하다 거의 전 재산을 날려 사진관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됐으며, 삶에 대한 희망을 잃은 상황에서 의사로부터 심근경색 진단을 받는다.

그는 의사가 과격한 운동을 삼가라고 한 말에 마라톤으로 자살을 하기로 결심하고 대회에 참가한다. 이후 마라톤 대회에서 황영조를 닮은 사나이에게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기도 하고, 민주네 어머니가 이혼을 하게 됐다는 얘기를 듣고 그녀에게 고백을 하기도 하며, 사진관 아르바이트생의 여자친구가 주도하는 자살 방지 캠페인에 직접 편집한 누드사진으로 테러를 하는 등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이 와중에 이야기 밖의 인물은?

복잡하게 얽히지만 막상 읽어보면 어렵지는 않다. 엄밀히 말해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다. 오히려 중구난방이라는 단어가 더 정확히 작품을 설명하는 단어일 것이다.

추측해 보자면 그때그때 영감을 받는 대로 에피소드를 이어서 쓰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이게 무슨 이야기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에피소드 하나하나는 확실히 재미를 준다. 작가의 목소리가 살아있는 방식으로.

그런 면에서 이것은 장르소설이 아니라 일반소설이 연상되게 하는 면도 있다. 실제로 내가 이 작품을 읽으며 이전에 읽었던 소설 중 가장 유사하다고 느꼈던 것은 김영하 작가의 <퀴즈쇼>라는 소설이다. 거기에다 앞서 적은 주인공의 행적에서 짐작할 수 있는 피카레스크물적인 재미를 더한 느낌이다.

마지막은 인상 깊었던 장면이면서 ‘이거 진짜인가?’라고 개인적인 호기심이 드는 작품 속 장면을 인용하며 마무리 짓도록 하자.

“지도도 음악처럼 표절이 있다는 겁니다.”

“표절이요?”

“표절이요.”

그건 못 들어본 얘기라서 나는 더는 시큰둥하게 반응하지 못했다. 다들 집중하니 정호 아버지가 괜히 헛기침한다. 그리고 다시 속삭이듯 말한다.

“지도가 다 똑같잖아요. 그러니까 서울 모양이 다를 수가 있어요? 어디 독도 모양이 다르기를 하겠어요? 똑같으니까 지도죠. 그런데 지도 만들려면 보통 수고스러운 일이 아니잖아요. 김정호가 백두산을 열일곱 번을 올랐다는 얘기 들어보셨잖아요. 30년 걸려 지도 만들던 시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걸 누가 그대로 복사해서 출판이라도 하면 그걸 막을 길이 없지 않겠어요?”

가만 생각해보니 정말 방법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지도 구석에 존재하지 않는 동네나 군부대를 슬쩍 넣는 겁니다. 아니면 섬도 좋지요.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던 가상의 공간이 가진동이라 말입니다. 원래 표절 방지 목적으로 만든 동네가 진짜 동네가 됐죠. 촌구석을 갑자기 개발하기로 했는데 지도 보니 있지도 않은 동네가 있고 이름이 가진이니 그냥 이 기회에 가진으로 했고, 그래서 지금 우리가 여기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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