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투안 – 예술이라는 관 속에서 공모(감상)

대상작품: 앙투안 (작가: 용복, 작품정보)
리뷰어: 영원한밤, 20시간 전, 조회 11

※ 본 리뷰의 스포일러 부분은 소설의 후반부도 다루고 있습니다. 작품을 먼저 보시고 읽는 것을 권합니다.

※ 본 리뷰에서 다룬 본작에 대한 해석은 리뷰어의 주관적 해석이고, 작가님의 공식 해석은 아닙니다.

브릿G에는 좋은 글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간혹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글들이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대개 다 읽었는데 밀려오는 감상에 비해 생각은 많아지지만, 정리는 되지 않아 작품을 뜯어보고 해체하고 탐구하고 싶어질 때 그렇습니다. 정리되지 않는 생각은 글로 써야 정리가 되는 법이고, 본작처럼 리뷰를 써서 감상을 남겨둬야 겠다고 마음먹은 작품에 대해 리뷰 공모중이라면, 작가와 독자가 서로의 시선을 교차시킬 수 있는 드문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간만에 리뷰를 위해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1. 민희와 유정

본작은 민희와 유정이라는 두 인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처음 읽으면서는 묘한 거리감이 느껴지고 둘의 관계는 이해보다는 관찰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 싶었는데, 남성 독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낯선 관계였기 때문이었구나- 싶었습니다. 남자들 사이에서도 그런 관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남자들 사이의 관계는 관계의 거리가 명확하고 종종 충돌이나 거리두기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여자들의 우정이나 유대는,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온도와 방향을 지닌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서로를 끌어안으면서도 한 발짝 밀어내고, 질투와 연민이 뒤섞여 있는 복잡한 감정이 파괴가 아니라 유대의 방식으로 작동하는 듯 했습니다.

작품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되는데, 제 눈에는 1장의 민희와 유정이 그렇게 보였습니다.


2. 빈 액자, 앙투앙

작품의 제목인 앙투앙은 극의 핵심 사건을 담당하는 중요한 아이템입니다. 민희와 유정은 앙투앙 액자를 만나기 위해 영국으로 갔고, 2장은 오롯이 민희와 유정이 앙투앙 액자를 얻는 장면이고,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3장은 앙투앙을 통한 유정과 민희의 기묘한 경험에 관한 내용입니다. 타로/사이코메트리 라는 명함을 준 오로라라는 여인이 등장해 “그건 지금 주인을 고르고 있다. 그걸 가진 사람은 반드시 불행해질 것이다”라고까지 경고하지만 두 사람은 끝내 앙투앙을 가지고 갑니다. 그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앙투앙은 어떤 물건이었을까요.

 


3. 예술이라는 환상

예술품을 소유하면 자신의 예술성이 고취되는 것일까. 작중 민희는 앙투안을 처음 봤을 때,  빈 액자에서 ‘완벽함’을 느낍니다. 결핍에서 완성을 느낍니다. 예술은 언제나 결핍에서 출발하고 그 결핍을 채우려는 행위가 오히려 더 큰 공허를 낳는 법이지만, 민희는 그 공허를 사랑했습니다. 민희는 그 빈 액자를 소유함으로써 자신이 완벽해지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예술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 유정은 민희와 달리, 처음부터 예술의 세계에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미대 출신이지만 예술계를 떠나 현실적인 디자인 일을 택했고, 앙투안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 안에서 무언가 살아 있는 것을 감지합니다. 하지만 민희와 함께 하면서, 그 세계로 다시 조금씩 끌려 들어갑니다. 앙투안을 보지 않으려 하면서도 눈을 감지 못했습니다.

앙투안을 만나고 난 이후 그녀들은 어땠을까요.


재미있는 것은 본작은 앙투안은 초기버전과는 비슷하면서도 꽤 다른, 작가님이 개고한 새로운 버전이라는 것입니다. 초기 버전은 기이한 체험이야기가 주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버전도 좋았지만 두 인물의 관계에 주안을 두고 대비를 보여주는 과감한 개고를 해주신 작가님께 감사합니다. 리뷰를 쓰기위해 작중 언급되는 <성 앙투앙의 유혹>에 대해서도 찾아보았는데,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성 앙투앙의 유혹> 초고를 썼지만 주변인들에게 관심받지 못 했고, 2차례의 개고를 거쳐 현재 가장 널리 알려진건 세번째 판본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본작도 그럴 운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잘 모르는 분야라,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고, 요소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끼워 맞추느라 제 리뷰 중 가장 긴 리뷰가 되었습니다. 제 리뷰가 늘 그렇듯 작가님의 의도를 벗어난 오버일수도 있습니다. 늘 리뷰를 쓸 때마다 오독한 감상을 쓰는건 아닌지 조심스러울 뿐입니다. 그럼에도 작가님이나 이 리뷰를 보신 분들이 제 해석이 맘에 들길 바라면서 리뷰를 마칩니다.

재밌게 읽었고, 자유롭게 생각해보았습니다.

즐거웠어요. :g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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