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대장 강문수가 자동가마를 타고 출동합니다…
이 정도로 다르면 아무리 나라 이름이 조선이어도 대체역사라고 부르기 힘들지 않을까요? 비록 태그에는 대체역사라고 적혀 있지만 말이에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도사들이 도술을 쓰는 건 봤지만, 현대를 넘어 미래를 배경으로 한, 관상과 풍수지리를 이용한 성리학펑크라니 소개문만으로도 정신이 아찔해질 지경입니다. 그렇지만 ~펑크가 붙은 작품 중에서 세계관이 제정신인 게 있던가 생각해 보면, 이 작품은 그저 장르와 제목에 충실할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펑크도 그렇지만 ~공학도 참 마법의 단어지 않나요? 앞에 붙는 게 뭐든 과학의 한 분류처럼 보이게 하니까요…
읽으면서 관상 외에도 풍수지리나 명당 등 이런 것까지 쓰시다니 계속 감탄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외국에서 유래된 물건들이 모두 조선풍으로 바뀐 게 재밌었습니다. 옷부터 시작해서 기호품과 이동수단, 심지어 전자화폐도요! 너무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어서 유래를 까맣게 잊고 있던 터라 무척 신선했습니다. 담배가 약쑥봉이 되고 자동차가 자동가마가 된 것까진 흥미롭다고 생각하다가, 가상평통보에서는 그만 웃음이 터질 뻔했습니다. 너무 절묘한 이름이지 않나요? 범인이 처음으로 말하는 진지한 장면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걸 떠올리셨지 기발함에 집중하지 못하던 와중, 가장 유명한 게 나오고 말았습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니요. 목숨을 잃는 것보다 머리카락이 잘리는 게 더 끔찍하고 천인공노할 행동이라는 점에서 정말 이곳은 성리학이 모든 걸 지배하는 세상이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관상을 부여받고, 사이보그를 관상에 맞게 13번째로 생산하고,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걱정이 많아서 쉴새없이 재잘거릴 만큼 기술이 발달해도 근본은 성리학이라는 게 확 와닿는 협박이었습니다. 이 세계관을 소개하는 데 이보다 더 적합한 협박은 없을 것 같았어요.
비록 이번 역모는 실패했지만, 인공지능도 천명은 이미 사라지고 어명만이 남았다고 말할 정도면 노론의 직계 후손이 아니어도 비슷한 역모를 일으킬 사람은 또 있을 듯싶습니다. 그때도 강문수는 포도대장으로서 출동할까요? 아니면 자신이 천명이라 불렀던 어명을 거스르는 쪽에 설까요?
어느 쪽이든, 혹은 어느 쪽도 아니든, 역학으로는 알 수 없다고 말하는 듯 끝없이 내리는 비가 개운한 마무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