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단편 <화성 여행 안내서>는 매끄럽고 스마트하게 쓰여, 어렵지 않게 독자들을 데려다놓는다. 투어가 시작되길 기다리며 감질나는 기분으로 ‘집합’해 있는 가이드의 깃발 아래로. 가이드의 음성이 들려오듯 대화문으로 죽 이어지는 서술은 소설에 언급되는 화성과 화성 여행에 대한 적확한 팩트를 이해하기에 효과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다만 이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 것 같다. 우주여행에 관심있는 독자들은 재밌게 후후룩 읽을 듯 하고, 우주가 딱히 취향은 아닌 나같은 독자에게는 숙제로 과학잡지를 읽는 느낌도 들 수 있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곧바로 사건이 시작되는 구성을 취했으면 어땠을까. 투어 시작에 앞선 안내서가 아니라, 투어 중간에 안내를 따르지 않아 어떤 사고가 벌어지고 그 현장에서 관광객과 가이드가 벌이는 설전과 같은.
과학과 공학적 팩트에 대한 전달력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앤디 위어의 장편소설 <마션>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사실 고백하자면, 그 소설을 읽으면서 기술적 묘사가 길게 이어지는 부분은 건너뛰기를 많이 했다…나는 철저히 플롯의 전개와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에 이끌려 읽는 독자였던 것. 당시 그런 스스로를 보며 이게 단순히 나의 성향인지, 아니면 디지털/영상 시대의 보편적 현상인지 궁금했다. 정밀하고 복잡한 정보는 영상과 영상에 결합된 텍스트/내래이션으로 너무나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시대에서 오롯이 텍스트로만 그 역할을 해낸다는 건 확실히 예전보다는 그 난이도가 올라간 것 같다.
<화성 여행 안내서>를 보면 작가님의 문장력이나 지성(소설은 장르나 스타일이 무엇이든 간에 똑똑해야 잘 할 수 있는 예술 장르라고 믿는 1인)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그래서 이번 작품의 소설적 재미는 다소 아쉬웠지만 다음 작품, 다른 작품을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