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ben zweier Königinnen 감상

대상작품: 창백한 달이 지배한다 (작가: 파이드파이퍼, 작품정보)
리뷰어: 난네코, 10월 5일, 조회 26

Leben zweier Königinnen

두 여왕의 삶

 

 

 

 

 

 

목차

1. 플로레델리스와 아나로테

2. 두 여왕의 삶

 

 

 

 

 

 

 

1. 플로르델리스와 아나로테

 

Fleur-de-lis (1) p. 21 | 플로르델리스는 그의 대답을 단어 하나하나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수많은 구혼자들 중 그 누구에게도 보인 적 없는 관심이었다. 기사는 그 사실에 넘칠듯한 환희를 느꼈다. 플로르델리스는 다시 새침한 표정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무정한 얼굴로 그의 앞에 단도를 던지며 말했다.

 Anarotte (1) p. 50 | 그 고결한 신분 때문에 수녀원으로 도망쳐 들어와야 했던 아나로테에게, 율리아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망치로 심장을 두들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가슴 속에 숨겨두었던, 없는 것처럼 꽁꽁 싸매고 숨겨왔던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일깨우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는 보는 눈과 듣는 귀가 너무 많았다.

 

<창백한 달이 지배한다>에 등장하는 두 명의 여주인공이 있습니다. 둘 다 고귀한 혈통을 가진 여성들이지요. 플로르델리스의 경우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성인이 된 뒤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복오빠와 어머니의 불륜으로, 어쩌면 왕의 자식이 아니라 왕자의 자식일 수도 있지요. 그래서 아버지인 왕이 어린 그녀의 귀를 잘라버리고, 몸 구석구석에 자신과 닮은 구석이 없으면 도려내버릴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성장합니다. 플로르델리스를 어릴 때부터 모셔온 최측근, 라이네펠 백작부인이 왕을 독살했습니다. 플로르델리스가 성인이 될때까진 왕이 살아는 있어야 하기에, 라이네펠 백작부인은 자신의 남편과 아들을 포함한 백작가문의 일원들을 상대로 독약을 먹여서 실험했지요.

왕비를 대신하여 직접 양육한 백작부인은 플로르델리스를 향한 비뚤어진 모성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플로르델리스는 여왕으로 즉위하고, 성인이 된 이후엔 여러 구혼자가 끊이지 않습니다. 하얀 뱀처럼 은발의 창백한 피부를 가진 미인이고, 그녀와 결혼하면 왕국의 왕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칼 프리츠를 비롯한 구혼자들은 여왕이 출제하는 시험(실종된 여왕의 오라비인 칼릭스 왕자를 찾아와라)을 풀기 위해 노력합니다. 구혼자들에게 문제를 내는 플로르델리스의 모습은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년~1924년)의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투란도트 공주를 닮았습니다. 

투란도트는 서양인 창작자가 묘사한 동양의 공주를, 플로르델리스는 동양인 창작자가 묘사한 서양의 공주(여왕)을 묘사한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또 다른 여주인공, 아나로테는 하셀펠트 공작의 딸이며, 플로르델리스 여왕과 육촌 자매입니다. 플로르델리스 여왕에게 후사가 없을 경우에 왕위계승서열 1순위에 해당되지요. 그러나, 아나로테의 친정인 하셀펠트 공작가는 반역자라는 오명을 쓴 가문입니다. 덕분에, 아나로테는 자신의 고귀한 신분을 버리고 수녀원에 들어갑니다. 수녀원에도 귀족출신 수녀가 있지만(원장 수녀가 백작가문의 딸입니다) 아나로테는 수녀로 사는 동안 속세의 신분을 잊으며 청빈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다, 율리아라는 소녀가 수녀원 학교의 학생으로 들어오면서 아나로테의 삶에 새로운 변환점이 찾아옵니다. 율리아는 아나로테처럼 고귀한 신분이라 유추할 수 있었지요. 유모와 함께 수녀원에 들어왔고, 율리아의 어머니가 좋은 음식을 많이 보내주시니까요. 또한, 율리아는 평범한 소녀가 할 수 없는 행동들을 자주 보여주기도 합니다. 율리아와 아나로테는 가까운 사이가 됩니다. 함께 침대에 누워서 같이 잠드는 등 우정이라기엔 묘한 관계가 되지요. 수녀원에 종속된 아나로테와 달리, 율리아는 수녀원을 나가게 될 경우 누리게 될 고귀한 대우를 당연시합니다. 비록, 현재는 일개 수녀이지만 아나로테가 다시 고귀한 신분으로 돌아갈 것이란 말도 하지요.

 

 

 

 

 

 

2. 두 여왕의 삶

 

16세기 잉글랜드는 유럽의 근대화와 종교 개혁의 흐름 속에서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기 위한 헨리 8세(Henry VIII)의 지난한 노력이 좌절을 겪으면서 종교, 정치, 젠더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격동의 시기를 겪는다. 에드워드 6세(Edward VI) 사후 메리 1세(Mary I)와 엘리자베스 1세(Elizabeth I)로 이어진 연이은 ‘여성 군주’(queen regnant)의 왕위 계승은 전례가 없던 일이었으며, 여성의 왕위 승계에 대한 적법성, 신앙 및 통치 능력, 결혼과 후사 문제는 지속적인 논쟁을 촉발하며 민감하고 지배적인 문제가 되었고, 여성의 왕위 승계에 대한 적법성, 신앙 및 통치 능력, 결혼과 후사 문제는 지속적인 논쟁을 촉발하며 민감하고 지배적인 문제가 되었습니다.

헨리 8세는 “왕위 계승자와 예비 계승자”가 없을 시 자신의 혈통이 왕위를 계승하기 어려울 것을 염려하여, 에드워드 다음으로 두 딸 메리(Mary I)와 엘리자베스의 왕위 계승권을 인정한 유서를 작성하는데, 승계 조건은 두 딸의 결혼은 에드워드의 섭정 평의회(Regency Council)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이 유서에서 헨리 8세가 여동생 메리(Mary)의 자녀들에게는 왕위 계승권을 부여하면서도 누이인 마거릿(Margaret)의 자녀들—스코틀랜드 혈통—에게는 왕위 계승권을 부여하지 않았기에, 이는 후일 마거릿의 손녀인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Mary, Queen of Scots)가 잉글랜드 왕위 계승권을 주장하면서 엘리자베스 1세와 갈등을 겪는 근원이 됩니다.

 

 

 

[Figure 1] Queen Elizabeth I of England(England, Greenwich 1533–1603 Surrey), late 16th – early 17th century, Engraving, 17.5cm x 12.7c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USA.

 

 

 

 

 

 

[Figure 2] Mary, Queen of Scots(British, Linlithgow 1542–1587 Fotheringhay), 18th century, Etching and engraving, 32.5cm × 20.7c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USA.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과 스코틀랜드의 메리 스튜어트 여왕은 5촌이고, 플로르델리스와 아나로테는 6촌입니다. 플로르델리스는 공식적으로 결혼하지 않고 생을 마감한 점에서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1세가 떠올랐고, 스코틀랜드의 메리 스튜어트는 3번의 결혼으로 아들인 제임스(훗날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6세이자 잉글랜드의 제임스 1세)를 얻은 점에서 임신&출산 경험이 있는 아나로테가 떠올랐습니다. 혈통 면에서도, 엘리자베스 1세는 간통죄 누명으로 처형당한 앤 불린 왕비의 딸로 헨리 8세가 사생아로 취급한 적도 있었던 점에서 아버지인 왕이 아니라 이복오빠인 왕자의 사생아일지도 모르는 플로르델리스와 비슷합니다.

반면, 스코틀랜드의 메리 스튜어트는 잉글랜드의 헨리 7세의 증손녀이자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5세와 프랑스 명문 귀족인 마리 드 기즈의 딸로서 고귀한 태생입니다. 아나로테도 작중에선 고귀한 신분이라는 것이 자주 언급됩니다. 하셀펠트 공작의 딸인 아나로테는 결말에선 플로르델리스의 뒤를 이어 여왕이 됩니다. 파이드파이퍼 작가님이 의도하고 창작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플로르델리스와 아나로테는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1세와 스코트랜드의 메리 스튜어트와 몹시 닮았습니다. <창백한 달이 지배한다>를 첫화부터 마지막화까지 완독하고 작가님의 기획의도와 Q&A까지 전부 읽은 저로선, 두 여왕의 삶은 몹시 다르면서도 흥미롭습니다. 흡사, 데칼코마니 같은 라이벌 관계 같아요.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감사합니다. 난네코 배상(拜上).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