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소설을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수학’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호러소설이라니. (아, 물론 학창시절에는 수학이 호러스러울 정도로 무섭기는 했습니다만..) 뭔가 숫자나 연산과 관련된 소설이라는 예상은 했었지만, 이 소설은 그보다도 더 참신하고 기이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심지어 어려운 수학적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학창시절에 한 번씩 들어보았을 그 개념을 가지고 한 편의 소설을 창작했다는 점도 좋았어요. 익숙한 개념이다보니 더 재밌고 와닿았달까요.
Q.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이 소설을 호러라는 장르로 이끄는 개념은 크게 두 가지 축이 있습니다. 하나는 바로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하나의 수학적 개념이고 또 하나는 도시전설로 묘사된 명령어와 관련된 개념입니다. 후자의 개념만 두고 보았을 때,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말이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쩐지 그 개념에 매료 되어버린 것인지, 어쩌면 정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실제로 가능한 일은 아닐 거라 생각하면서도 소설의 마지막에서 명령어에 씌이지 않으려고 페이지를 후다닥 넘긴 제 자신을 발견해버렸습니다. (물론 작가님은 무해한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지만요) 그만큼 푹 빠져 읽게 된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의 도입부부터 중반부, 후반부까지 흥미진진하고 스릴감있게 이어지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이 소설은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단 생각이 듭니다. 소설의 초반부에서는 인물 중심으로 독자인 제가 호기심을 갖고 계속 읽게 만들더니(?) 중반부에서는 상상도 못해보았던 개념으로 저를 매료시켰고, 후반부에서는 의아함과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었다고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 소설에는 잔인하거나 무서운 장면이 거의 직접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호러 영화들에서도 잔인한 장면이 거의 없이 분위기나 음악으로 호러라는 장르를 피워낸 것처럼, 이 소설 또한 신박한 개념과 방식으로 호러 소설을 전개해감으로써 독특성과 참신한 호러 장르를 만들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무서울정도로 순수한 열정을 보였던 주인공인 주혁을 저도 모르게 응원하고 있었던터라, 주혁이 주체적으로 선택을 한 결과가 소설의 결말이 되었다면 만약 주혁이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그의 인생은 어떻게 풀려갔을까, 하는 안쓰럽고 안타까운 상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긴 시간이 지나, 영화 주만지에서 잊고 있던 보드게임이 갑자기 나타난 것 처럼, 잊고 있었던 파이의 수열이 주혁의 눈앞에 갑자기 나타났다거나 그런 생각도 해보았고요)
Q. 소설의 미래 독자에게
A. 호러장르라고 분류된만큼 와닿고 무서웠지만, 무서운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기에 호러 장르를 무서워 하는 분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을 소설이란 생각이 듭니다. 말 그대로 분위기가 무섭고, 또 실제로 그렇지 않을까 하는 그런 현실적인 공포감이 들었달까요. 재밌게 읽은 호러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