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조
이 작품은 한 편의 영화와 함께 시작합니다.
영화 속 현재 시점에서 여주인공 영화가 등장하고, 이어 과거의 회상을 통해 이한과의 관계가 드러납니다. 이후 다시 3.1 운동이 벌어지는 현재로 돌아와 영화의 죽음과 약혼자 이한과의 갈등, 독립운동에 대한 의지와 결의를 보여줍니다.
마지막에는 영화 바깥의 현실로 전환되어, 이 작품을 본 한 여성이 영화의 배역에 도전할 것을 다짐하며 끝납니다.
2. 내가 죽을 그날
다소 복잡한 이 구조를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묶어 주는 것은 제목인 「내가 죽을 그날」이라고 보았습니다.
대한독립을 외치며 죽는 여주인공 영화에게 이 제목은 물리적인 죽음과 독립을 향한 의지가 결합된 말입니다. 동시에 영화 속 죽음을 바라본 배우에게는, 그 죽음을 연기하겠다는 배역에 대한 의지로 이어집니다.
서로 다른 층에 놓인 죽음과 결의를 제목이 하나로 회수하는 구조를 가집니다.
3. 아쉬운 점
감정선을 위주로 이야기해 달라고 하셨지만, 이 부분은 작품의 몰입을 크게 해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 언급해 봅니다.
옥가락지가 남녀의 정서적 연결점을 보여주는 장치라는 점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일제 순사들이 옥가락지를 본 것만으로 영화를 건드리지 않는 장면은 다소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설령 이한이 조선총독부의 고위 인사라 가정하더라도, 개인적인 약혼의 증표가 일제 순사들에게 곧바로 통용되는 보호의 표식이 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상징적인 장치로만 놓여야 할 물건이 현실적 수단으로까지 사용되면서 개연성에 큰 공백이 생겼고, 그 때문에 몰입이 끊기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작가님께서도 어느 정도 인식하고 계신 작품의 약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4. 감정선
역사적 사실과 구조보다 이 작품을 지배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정서라고 보았습니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결국 영화와 이한 두 사람의 관계가 남습니다.
두 사람은 마지막까지 서로를 미워하기만 하는 관계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시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관계도 아닙니다. 사랑했던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각자가 선택한 길이 그 감정을 넘어선 순간부터 두 사람은 더 이상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사랑의 비극이라기보다, 끝내 화해할 수 없게 된 두 사람의 비극에 가깝게 읽혔습니다.
저는 이 것을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기보다, 한 시대가 연인의 관계를 어떻게 영원히 되돌릴 수 없게 만들었는지를 그린 작품으로 읽혔습니다.
5. 마무리
시대의 비극이라는 장면 위에 갈라설 수 밖에 없는 사랑을 올려 둔 작품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사랑만으로는 시대와 신념의 균열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작품은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보여준 것 같습니다.
다만 그렇다면 복잡한 구조를 택하기보다는 조금 더 단순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두 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더욱 부각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유독 단점을 많이 지적한 리뷰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작품에 결함이 많아서라기보다, 이 작품이 가진 강점이 분명한 만큼 앞서 언급한 부분들이 오히려 그 강점을 약화시키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