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너무 많아서 머릿글로 대체합니다. ‘이빨자국’ 안 읽으신 분은 리뷰 읽지 마세염◆
라노베초 5번가 5.
평소에는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 깊고 조용한 숲 속에 고풍스러운 서양 저택이 한 채 있다.
그 뒤쪽 정원에는 세라복을 입고 윤기가 도는 검정 머리 소녀가 커다란 그루터기를 테이블 삼아 차를 마시고 있다. 그 옆에는 하얀 머리카락에 까만 원피스를 입은 모리나가가 앉아있다.
“무섭습니다… 이 작품.. 무섭습니다. 등에 이빨자국이라뇨.”
모리나가가 말했다. 옆에 놓인 태블릿 화면의 불빛이 눈에 들어오는 것조차 무서운 듯 양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
“무섭긴 뭐가 무서워. 겨우 이빨자국가지고. 이빨자국 같은건 나도 낼 수 있다고!!”
쿄코 새크리파이스가 말했다. 짐짓 당당한 체하는 말투와 달리, 찻잔 든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겨.. 겨우 46매짜리 소설 한 편 읽고 무서워하지 말란 말이야. 무서운 상태에서는… 호, 홍차맛도 제대로 느낄 수 없잖아.”
“아, 이 홍차 맛있네요. 로네펠트입니까?”
“롯데 실론티 캔을 잔에 따른 거야.”
“제 입맛엔 안 맞습니다.”
모리나가가 그렇게 말하며 그루터기에 잔을 내려놓았다. 아직 남은 무서움을 떨쳐버리려는 듯 심호흡을 작게 한다. 찻잔은 로얄코펜하겐인데 안에는 복숭아홍차라니… 얻어마신 보람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모리나가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 소설, 결론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빨자국의 원인이 뭐입니까?”
참고로, 모리나가는 여리고 아이같은 외모의 소녀였다. 하지만 ‘~니다’체를 쓴다. 나이는 3000살이다.
“어머, 모리나가? 읽고도 몰라? 구천을 떠도는 개의 유령이 한 짓이잖아. 아니면 건물 지을 때 인부 한 사람이 틀니를 시멘트 속에 떨어뜨리고 그냥 마무리하는 바람에 그 틀니가 바닥에서…”
“기껏 무서운 작품을 코믹으로 만들지 마십시오. 게다가 이 이빨자국은 B본인의 이빨자국 아닙니까.”
“응? 그랬어?”
“똑바로 읽으셔야죠. 읽고도 모르는 사람을 실질문맹자라고 그러는겁니다. 분명 여기, 화자인 ‘나’가 B의 손등을 B 스스로 물어보게 시킨 부분 있잖아요. 그 부분에 이렇게 나옵니다. B가 스스로 자기 손등을 문 결과 ‘당연하게도 위쪽 대문니 하나가 아주 살짝 삐뚤어진 자국까지 완전히 일치한다’구요. 이빨 크기와 모양이 똑같은데 어떻게 다른 무언가의 이빨자국이 되겠습니까. 결국 이 이빨자국의 정체는 B본인의 이빨이라구요. 어떻게 본인이 본인 등짝에 이빨자국을 남겼는지가 호러입니다.”
“아아아, 몰라, 몰라. 따지지 마. 괴담소설은 원래 원인도 없고, 따지지도 않는 거야. 분위기를 즐기는 거라니까.”
“억지부리지 마십시오.”
모리나가가 어디선가 도너츠를 꺼내어 입에 물며 말했다. 모리나가는 요괴라서 아무데서나 도너츠를 꺼낼 수 있다.
“그러니까, 내 말은, 괴담소설은 원래 인과율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거야. 괴담은 불가사의해야 하는데, 공포의 원인이 다 밝혀지면 뭐가 무섭겠어?”
“원인을 알면 안 무섭습니까?”
“모리나가 너 혼자 있는 집에서, 너 목욕하고 나와 보니까 밖에 놓아둔 팬티가 없어졌어. 물론 집 문단속은 늘 확실히 하고 있는데 말이야. 무섭겠지?”
“무섭습니다… 무섭습니다…”
모리나가의 턱이 덜덜 떨렸다. 씹던 도너츠가 원피스 위 가느다란 허벅지에 떨어졌다. 쿄코가 검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근데 알고보니, 옆집 새끼고양이가 들어왔던 거야. 새끼고양이는 엄청 쪼그마니까 문단속을 잘 해도 들어올 수 있거든. 네 핑크색 팬티에서 좋은 향기가 나서 물고 간 거지.”
“그러지 마십시오.. 리뷰를 음란하게 만들지 마십시오…”
“어쨌든, 그러면 니 팬티 없어진 게 무서운 일이야?”
“안 무섭습니다. 아기고양이가 팬티 가져간걸로는 무섭지 않습니다..”
“그거야. 똑같은 결과(팬티 없어짐)인데, 원인을 알았을 때는 안무섭고, 몰랐을 때는 무서웠잖아.”
“하지만 원인 자체가 무서울 때도 있잖습니까. 제 팬티에 자살한 귀신이 붙어 있었을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원인을 확실히 알고 나면, 여운이 덜하거든. 상상력이 끼어들 자리가 그만큼 좁아지니까. 여러가지 가능성 중에 하나를 딱 골라집은 게 바로 ‘원인’이란 거잖아. 그러니까 원인을 하나 밝히면 나머지 가능성들이 사라지는 거야. 즉, 독자가 상상할 거리를 그만큼 줄어들게 만드는 거지.”
“이해가 안 갑니다…”
“모리나가는 이 작품을 읽고 뭐가 떠올랐어?”
“침대 2층에서 B의 목이 길게 늘어나서 자신의 등을 물어뜯는 것을 상상했습니다. 그리고 또, 발자국이 이빨모양인 괴물도 상상했습니다. 사실은 물린 게 아니라, 발자국이 이빨모양인 괴물이 B를 자근자근 밝은 겁니다. 또…”
“모리나가는 상상력이 좋네. 그렇게 이것저것 여운을 남겨 상상하게 만드는 게 괴담소설의 매력이야. 왜 상상하게 되는 줄 알아? 독자가 머릿속에서나마 나름 원인을 만들어보고 싶은 거야. 원인이 있어야 덜 무섭거든. 그것이 괴담을 읽었을 때의 상상의 자유야. 네가 좋아하는 작가중에 미쓰다 신조라고 있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 소설 너무 무서워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사람 얘기 하지 마세요..”
그런 모리나가의 애원을 뒤로하고, 쿄코는 제자리에서 가볍게 떠올랐다. 불어온 바람이 쿄코의 검고 아름다운 머리칼을 일렁였다. 쿄코의 손에는 어느새 책이 한 권 들려있었다. 쿄코도 요괴였다.
쿄코가 책을 펴서 아무 페이지나 읽었다.
―‘아, 무서웠다…….’
그렇게 말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 이야기에 대한 해석 따윈 조금도 원하지 않는다. 하물며 ‘사실은 이런 인과응보가 있어서’라는 식의 설명 따윈 전혀 필요 없다. 괴이한 일은 어디까지나 영문을 알 수 없는 것으로서 그 상태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모리나가 네가 좋아하는 미츠다 선생도 이렇게 말하고 있잖아. 애초에 사람은 ‘일어났다고 하는’ 괴이한 일 그 자체, 현상 그 자체에 무서움을 느끼기 때문이야. 즉 미지의 뭔가에 대해 느끼는 불안이지. 확실히 뭐 유령이 나타나면 무섭겠지만, 정체 모를 그 현상의 정체가 유령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모든 괴이한 일의 원인을 그 유령으로 치부하고 말아. 그 순간은 적어도 ‘미지’에서 벗어나는 거야.”
“오노 후유미의 책에서 나온 부분을 그대로 옮겨 온 거 아닙니까. 쿄코 씨 자신의 의견을 들려달라구요.”
“큼.. 큼.. 애초에 괴담이나 기담에 완결을 원하는 것은 뭘 모르는 행동이야. 오히려 이야기 도중에 뚝 하고 끊어지는 쪽이 더 무섭지. 괴담의 매력은 그런 데 있는 거고.”
“알겠습니다. 이 ‘이빨자국’이 좋은 괴담소설이라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건, 화자인 ‘나’의 행동은 옳은 거였습니까?”
“잠깐만 기다려 봐.”
그렇게 말한 쿄코가 스르륵 모습을 감춘다.
30초 후…
다시 나타난 쿄코의 손에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었다. 그것을 본 모리나가가 외쳤다.
“하겐다즈 럼레이즌 아닙니까? 그거 한국에서는 안 팔텐데.. 설마 아이스크림사러 일본까지 다녀오신 겁니까!!”
“응.”
한 눈을 윙크하듯 감고 플라스틱 스푼을 내밀며 쿄코가 말했다. 다른 한 손으로는 하겐다즈의 뚜껑을 솜씨좋게 뜯고 있었다.
“더이상은 못참겠습니다!! 해외에 갈 땐 정정당당하게 여권을 들고 수속을 밟아 가셔야 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모리나가가 벌떡 일어나 다크메터로 만든 칼을 소환하며 쿄코에게 달려들었다. 쿄코의 목을 찌르는 순간 쿄코가 32명으로 늘어났다. 자신이 죽을 때마다 32배로 증식되는 X32기술이었다.
“제 제가 졌습니다.”
털썩. 모리나가가 무릎을 꿇었다.
그때,
“나 왔어~”
하는 명랑한 소리와 함께 아이미가 정원으로 들어왔다. 아이미는 평범한 인간 여고생이다. 얼마 전 라이트노벨 작가로 데뷔한 아이였다.
“어, 쿄코는 왜 32명이나 있어?”
그러면서 눈을 비빈다. 쿄코가 기술을 되돌려 다시 한 명으로 줄어들었다.
“아, 내가 잘못 본 거였구나. 다시보니 쿄코 1명이네. 에헤헤~”
순수하게 웃는 아이미.
* * *
“그거 화자가 잘못한 거 아냐?”
홋카이도 명물과자 시로이 코이비토의 녹색 비닐을 뜯으면서 아이미가 말했다. 앞서 5분간 있었던 일은 쿄코가 아이미에게 설명해주었다. 태블릿을 켜고 소설도 읽게 해 주었다.
“뭐가 말입니까? 본문에도 나와있지 않습니까?
―확실히 상담할 게 있다고 찾아오는 사람에겐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들려주는 게 정답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아주 잘 알고 있는 교훈인데 술김에 실수했다. 갑자기 걔한테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라구요. 옮은 말 아닙니까?”
“헤헤, 술김에 소신껏 상담해줬다가 뺨 맞았지.”
“그러니까, 옮은 겁니다. 어차피 정답이 없는 괴이현상이라면, 마음 편하게 먹는 게 B를 위해서도 좋은 겁니다.”
“하지만 아이미의 말도 맞아. B가 부정한 것에 오염이 되어 있었다면 빨리 정화를 해야 하잖아. 괜히 화자가 말해준 마음편한 결론만 믿고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간 정말 큰 일이 날 수도 있다구.”
“부정한 것? 일본에서 게가레라고 하는 거 말입니까?”
“응. 게가레의 원래 의미는 일상적인 생명활동 속에서 필연적으로 재생산되는 부정하고 오예적인 것, 감염력이 있어서 방치해 두면 죽음을 불러오게 되는 위험한 것들을 포괄적으로 개념화한 거였거든. 실제로 분뇨, 혈액, 체액 등과 함께 상처, 손발톱 등도 부정한 것으로 여겼는데, 그건 당연히 불결하고 감염될 우려가 있는 것은 죽음과…….”
“그만! 그만! 쿄코씨의 게가레 강의를 듣고 싶은 게 아닙니다. 그렇게 설명조로 나갈 거면, 굳이 이런 형식으로 리뷰를 쓰는 의의가 없잖아요.”
“그럼 결론만 말할게. 이 작품 안에서 화자의 행동은 ‘사기’였다는 거야. 실제로 평범하게 자신이 자신을 깨물기만 해서는 등 한복판에 이빨자국이 날 리 없잖아? 그걸 알면서도 가짜 정답을 들려줘서 B를 믿게 만들지. 그 댓가로 밥이니 영화니 사우나니 다 얻어먹었어. 물론 B가 부르조아대학생이었으니 조금 얻어먹는다 해서 나쁠 건 없겠지만, B가 자신의 손목뿐만 아니라 등에도 이빨자국이 생겼다는 걸 알았대도 화자에게 그렇게 베풀었을까? 한마디로 화자는 B를 기만해서 이것저것 얻어먹고(즉, 자기의 잇속을 챙기고), B가 적절한 대응책을 세울 기회조차 빼앗는 최악의 결과를 일으킨 건지 몰라.”
쿄코가 열변을 토하듯이 말했다. 아이미가 쿄코를 바라보며 과자를 바삭바삭 먹더니 켁켁 기침을 했다. 모리나가는 요력을 사용해 저택 주방에서 로얄코펜하겐 찻잔과 실론티를 순간이동시켰다.
“웅~ 모리나가 고마워. 아 그런데 있잖아 쿄코, 이제 B는 괜찮아졌을지도 모르지 않아?”
“응?”
“화자가 그 괴이를 가져가버렸을 수도 있잖아.”
“무슨 의미야? 그럴 리가 없잖아.”
“하지만…”
아이미가 스푼을 입에 넣고 쭈뼛댔다. 떠오른 생각은 있지만 구체적인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 것이리라.
“아, 혹시 이런 말이야? 아니, 아이미 그거 내가 먹던 스푼 아니니? 음… 괜찮아. 아이미라면 내 스푼보다 더한 것도 줄 수 있어. 모리나가한테는 안 줄 거지만.”
“쿄코, 스푼은 아무래도 좋으니까 설명을 더 해 주세요.”
“B는 그 후 3만2천원짜리 밥을 화자에게 사고, 영화 두 편을 보여주고, 커피와 사우나비를 냈어. 혹시 그걸 말하는 거야?”
아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쿄코가 이어서 말했다.
“액년의 해를 맞이한 사람은 그 액을 물리치기 위해서 떡이나 화폐를 뿌리거나 한다고 하지. 일본에서 신사의 세전함에 동전을 던져 넣는 것도 같은 의미이고, 샘물이 솟는 옹달샘에 동전을 집어넣는 것도 마찬가지야. 화폐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부정을 흡인하는 장치이기 때문이지.”
몰아서 말한 쿄코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B는 화자에게 화폐를 줬어. 물론 직접 건네준 건 아닐지라도, 간접적으로 B에게 화폐의 가치를 전달했어. 그건 B에게 화폐를 준 거나 마찬가지야.”
모리나가가 짝 하고 손뼉을 쳤다.
“즉 B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뭔지 알 수 없는 괴이(즉, 부정)를 화폐에 담아서 화자에게 주었을수도 있다, 는 말이군요. 근데 좀 논리가 빈약하지 않나요?”
“우리나라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야. ‘조선의 귀신’이란 책을 보면, 말라리아 치료법에 이런 게 나오거든.
―말라리아에는 복숭아나무 잎사귀 스물한 장을 일곱 장씩 3등분하여 ‘虎龍皇’이란 문자를 흑서한 후 봉투에 넣는다. 그리고 받는 이의 성명을 宋生 員宅入納이라 써서 도로상에 떨어뜨려 놓으면 이것을 주운 자에게 병이 옮아가 환자가 완치된다.―
“또 이런 습속도 있었지.”
―(전략)지푸라기 인형을 만들어 이것에 돈을 넣어 길바닥에 버리면 아이들이 이 돈을 꺼내기 위해(후략)―
“귀신으로 인한 병을 다른 사람이나 다른 물건을 통해 옮아가게 하는 방법이야. B는 자신의 괴이의 해결을 화자에게 맡겼고 (간접적으로나마) 화폐를 주었어. 그렇다면 B의 괴이가 화자에게 옮아갔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
쿄코는 휙, 손가락을 내밀었다. 손가락에 블루★스타 도넛이 끼워져 있다. 아이미가 도넛을 쏙 빼갔다.
“게다가 화자는 마지막에, B의 등에 찍힌 이빨자국을 지우려는 의도로 열심히 B의 등을 밀어. 그건 즉 B에게 금전을 제공받은 답례로 B의 괴이를 자신이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도 될 거야. 얘, 모리나가아아~!”
쿄코가 모리나가를 불렀다. 쿄코의 말이 길어지자 태블릿으로 게임을 하고 있던 모리나가가 깜짝 놀라 쿄코를 쳐다봤다.
“모리나가, 도화지에 묻은 까만 크레파스의 색을 손바닥으로 박박 문질러 지우면 어떻게 돼?”
“손바닥이 더러워집니다. 도화지의 검은색이 내 손에 옮겨오니까요.”
“그거야. 이 소설의 결말도 똑같은 거야. 사우나장에서 화자는 B의 등에 있는 이빨자국을 지우려고 손으로 박박 문지르잖아.”
“억지입니다! 억지입니다! 억지로 결말을 내고 이 재미없는 리뷰를 끝마치려는 겁니다!”
그때 아이미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손을 들었다. 쿄코가 “뭔데, 아이미?”하고 아이미를 본다. 모리나가를 볼 때와는 다른 부드러운 눈빛이었다.
“쿄코, 그냥 쿄코가 가서 화자건 B건 할 거 없이 모조리 정화해버리면 안 돼?”
쿄코와 모리나가가 서로 마주보았다.
“아이미… 뭔가 착각하는 거 아냐? 이건 버터칼님이 쓰신 소설 속 이야기라구.”
아이미가 깜짝 놀라며 두 팔을 벌렸다. 그 바람에 앉아있던 의자가 뒤로 벌렁 넘어가려는 걸 모리나가가 붙잡는다.
“난 글이 너무 실감나고 생생해서, 진짜로 겪은 수기인 줄 알았어.”
“응. 잘 쓰긴 했어. 긴장을 조성하는 솜씨도 제법이고 문장도 탄탄해. 꿈에 이빨자국이 나올 정도야. 하지만 소설은 소설이야.”
“에이, 뭐야. 난 또 진짜 있었던 일인 줄 알았네.”
“아이미의 순수함을 위해 건배.”
쿄코가 실론티가 든 홍찻잔을 내밀었다. 덩달아 모리나가도. 아이미도.
오늘도 라노베초 5번가 5.
쿄코 새크리파이스의 저택은 평화로웠다. 한여름의 다과회는 서녘하늘이 붉게 물들 때까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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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가 지금 라이트노벨 한 권을 읽고 있었거든요. 차 마시면서 라이트노벨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라이트노벨인데, 거기 등장인물이 쿄코, 아이미, 모리나가예요. 읽던 라이트노벨의 여운이 남아있어서 라이트노벨식으로 리뷰를 써 봤는데… 분량만 엄청 늘어나고ㅠㅠ 재미는 없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