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단편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단편이 무엇이냐고 딱 잘라서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보통 말 그대로 ‘짧은 글’을 뜻합니다. 그런데 얼만큼이 ‘짧냐’ 고 한다면 정해진 기준이 없는 편이지요. 지금 브릿G에서 열린 공모전에서는 원고지 200매 이하의 소설은 단편으로 분류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201매짜리 소설은 무조건 단편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는 단편을 ‘강펀치’ 라고 정의합니다. 무슨 뜻이나면, 말 그대로 강력한 펀치 한 방 같은 소설이라는 뜻입니다.
단편은 이야기를 길게 전개하거나, 등장인물을 많이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짧은 글이니까요. 자연스럽게 단편은 아주 핵심적인 것 하나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 핵심적인 무언가는 주제가 될 수도 있고, 등장인물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그저 장면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결론은, 단편은 그 하나를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싸움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단편을 읽을 때 그 ‘강펀치 한 방’이 언제 어떻게 날아올지를 기대합니다.
‘음악자유구역’ 은 정말 강력한 펀치를 가진 단편입니다. 음악자유구역이 가진 한 방은 단순히 이야기 구성의 반전이나 참신한 설정, 혹은 대사 같은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것들도 조금씩 다 가지고 있지만요.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한 방은 ‘오리지널리티’ 자체입니다. 소설 자체가 중심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대상이기도 하지요. 음악자유구역은 오리지널리티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정말 흥미롭게 구성된 이야기를 풀어내 보입니다.
보통 줄거리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리뷰를 작성하는 편인데요, 이번에는 그 경우 소설의 재미를 반감시킬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크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혹시 아직 이 소설을 읽지 않으신 분이라면, 바로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렇게 길지 않은 소설입니다.
음악자유구역은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다루면서, 그 자체가 오리지널리티를 띄고 있는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오리지널리티라는 말을 번역하자면 ‘독창성’ 이 될 텐데요, 그걸로는 이 소설의 독창성을 다 담아내기 애매한 부분이 있어 계속해서 ‘오리지널리티’ 라고 표현하겠습니다.
기본적 이 소설은 음악의 오리지널을 찾고자 하는 청음샵의 주인과, 그가 만들어 낸 헤드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소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청음샵의 주인이 운영하는 음악 감상회이고요. 하지만 그러한 이야기 구조 사이에, 정말 참신한 이 소설의 오리지널리티가 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청년들의 소음성 난청이 심해져서 더 이상 커널형 이어폰을 살 수 없게 된 미래라거나, 의미 없이 비싼 케이블을 쓰는 음악 매니아들의 모습, 그리고 헤드폰에 ‘건강진흥세’ 가 붙는 모습 등이죠. 특히 음악 감상회 및 거기에 참석하는 음악 매니아가 주로 다뤄지므로, 그들에 대한 일종의 풍자도 곁들여져 있습니다. 치찰음에 대한 공포가 가장 대표적이고 재미있는 예시가 되겠네요. 다만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청음샵의 주인이 인간의 몸에 있는 물 분자를 완전한 모습으로 재결합시켜 인간을 진보시키겠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소설 자체는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소설은 대화의 형태를 띄고 있어 아주 쉽게 읽어낼 수 있습니다. 다만 ‘글’을 읽는 우리는 대화만 알 수 있을 뿐, 대화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듣는 소리는 알 수 없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화자가 말하는 내용에 대답하는 청자의 말을 알 수 없으며, 최종적으로는 음악의 오리지널을 듣게 해 주는 헤드폰의 위력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소설이 계속해서 화자의 말을 통해 전개되다가, 마지막에 ‘너’를 부르는 부분에서 약간 공감할 수 있게 될 뿐이죠.
여러 모로, 단편의 정석이라고 불러도 손색 없을 소설이었습니다. 물론 단편이 가지고 있는 약점들도 가지고 있지만, 단편이니까, 강력한 펀치 한 방이 그것을 모두 덮어버리는 느낌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