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에 꺾이지 않는 온기와 사랑의 연대기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눈의 셀키 (작가: 이아람,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23년 9월, 조회 38

요정(妖精). 본래 ‘요사스러운 정령’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 단어는 그 기원과 달리 근래에 동화적 가공을 거쳐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존재’를 가리키는 명사가 되었다. 대중적인 페어리, 엘프, 님프의 이미지를 포함하여 넓게는 트롤, 드워프, 고블린을 포함하는 요정의 범위는 상상 속 존재를 대부분 포함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을 홀릴 만큼 신비한 정령들. 애초에 인간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것부터 본래 괴이한 동물의 모습을 합성한 것까지 외형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들은 마법을 사용한다. 인간의 현실 능력을 넘어서는 기운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사람을 돕거나 위협한다. 판타지, 특히 정통 판타지에서는 곧잘 요정이 등장하니 그들이 환상 소설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대단히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중 국내에 대중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익숙하고도 독특한 요정이 하나 있다. 주로 켈트계 국가에서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바다표범 요정 셀키다. 수중에서는 바다표범의 모습을 한 이들은 육지에 올라오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데 이 환상적인 외형의 변화는 수많은 전설과 민담을 낳았다. 셀키의 전설은 세계의 이야기들이 그러하듯 국내의 몇몇 설화와 매우 유사하다. 본래 바다표범인 셀키는 인간으로 변하면서 두르고 있던 가죽을 옷처럼 입는다. 이 옷을 인간에게 빼앗기면 그는 다시 바다표범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옷을 빼앗은 자와 결혼해야 한다. 서사의 흐름이 국내의 선녀와 나무꾼 설화와 매우 유사한 것으로 보아 인간에게는 예로부터 환상의 존재를 붙잡아두려는 재미있지만 한편으로 잔인한 욕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셀키의 외형이 동물에서 인간으로 변한다는 것은 호랑이나 여우가 사람으로 변해 인간을 홀리는 옛이야기들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셀키는 ‘바다’에서 올라온 동물이며 온순하다는 특징이 있다. 땅 위에서 살다가 외형만 인간의 모습을 하는 설화 속 여러 동물과 달리 셀키는 바다에 사는 요정이다. 그들이 육지로 올라오면 ‘서식지’ 또한 바뀐다. 셀키는 땅과 물의 ‘경계’를 넘는다. 인어나 세이렌에게 있는 바다 생물만의 신비로움이 셀키에게도 깃드는 것이다.

이 신비로움이 그대로 환상과 결합해 쓰인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있다. ‘얼어붙은 바닷가’의 어느 작은 마을, 언덕 위에 마녀의 집이 있다는 소문이 그곳에 돈다. 하지만 여느 마녀들의 소문이 그러하듯, 그 여자는 변두리에 사는 보통의 노파다. 단지 마을 사람들과의 교류가 적다는 이유로 마녀가 된 그녀는 어느 날, 작살이 몸에 박힌 청년을 발견한다.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청년은 순수한 흰색 그 자체다. 무해한 그에게 작살이 꽂힐 이유는 하나뿐이다. 그는 신비로운 흰색 가죽으로 마을에 삽시간에 사냥을 유행시킨 바다표범 요정 셀키가 분명하다. 마녀는 인간이 아닌 존재를 구해준 사람들에게 닥친 재액을 알면서도 청년의 생명을 살리기로 한다.

그 결심에 자신이 어떤 위험한 사랑의 여정을 떠날지 모르는 채로.

 

 

마녀, 바다, 그리고 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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