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다들 꿈을 한번쯤은 꾸어봤을 것이다. 그것이 길몽이든 흉몽이든 혹은 소위 말하는 개꿈이든 간에.
나는 꿈을 자주는 아니더라도 간혹 꾼다. 내가 꾼 꿈의 대부분은 개꿈이기는 하지만 아주 가끔은 길몽이든 흉몽이든 의미가 있는 꿈을 꿀 때가 있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오는 꿈을 꾼 이후에 생각지도 못한 횡재수가 생겼다거나, 대학 입시 결과 발표를 앞두고 담임 선생님과 의견 차이를 보이던 꿈을 꾸었는데 결과가 꿈속의 담임 선생님의 말 그대로 나왔다거나 하는 식이다. 횡재수를 겪었으니 이때 꾼 꿈은 길몽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내가 원하던 대입 결과 대신 다른 결과를 받아들었으니 이때 꾼 꿈은 흉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낱 미신이라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몇 번은 예지몽(?) 비슷한 꿈을 꾼 입장으로서 마냥 꿈을 과학적인 이유로만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무척이나 나에게 재밌게 다가온 작품이다. 누군가가 내 무의식에 관여하여 꾸게 되는 것이 꿈이라는 기본적인 개념은 전통적인 시각과 비슷하지만, 그 누군가는 신이 아니다. 꿈을 담당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회사원들이다. 길몽팀, 흉몽팀으로 나뉘어져 부서별로 담당하는 꿈 내용도 다르다는 점, 부서별로 영업 실적까지 관리해야하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 상사의 눈치를 보며 꼰대스러운 발언을 지긋지긋해하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내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점, 회의가 지겹다고 생각하는 직원의 모습 등에서 여러모로 현대인의 평범한 회사 생활이 떠오른다. 자칫 잘못하면 꿈을 담당하는 인외적 존재에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는데, 회사라는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거리감을 훌륭하게 없애고 오히려 독자에게 친근감이 들게 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길몽팀의 실적이 왜 떨어졌는지 브리핑 하는 자리에서 이사장의 꼰대식 발언과 소위 말하는 ‘까라면 까’라는 식의 업무 지시에 고통받는 김대리의 모습은 읽는 내내 실소를 멈추지 못하게 만들었다. 회사에서 구르는 내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내심 김대리에게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마냥 웃기기만 한 글은 아니었다. 흉몽과 길몽의 특징과 거기서 오는 차이에 따른 실적 저하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해석한 점이라든지 결말에서 보여준 길몽의 새로운 정의와 같은 부분은 나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했다.
“선배님! 누군가에겐 좋은 일이란 꼭 복권 당첨뿐인건 아닌가봐요. 헤헤!”
인턴이 김대리에게 말했던 것처럼, 길몽이 뜻하는 좋은 일은 꼭 금전에 관련된 일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합격 소식이, 누군가에게는 아기가 생겼다는 소식이, 누군가에게는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등이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왜 까맣게 잊고 있었을까. 세상에 나쁜 일도 많지만 그만큼 좋은 일도 수없이 많다는 걸 왜 생각지도 못했을까. 나도 어느 샌가 길몽은 금전적인 것만을 뜻한다고 김대리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새로이 3분기 실적을 올린 길몽팀 김대리가 앞으로도 실적 향상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에게도 종종 찾아와줬으면 좋겠다
김대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