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사나 문체만 놓고 말씀드릴까 합니다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마녀의 방패 (작가: 이광명, 작품정보)
리뷰어: 애늙은이 늙은애, 23년 8월, 조회 134

문장 하나를 놓고 보자면, 잘못된 어휘 사용이 있습니다. 특히 ‘의’ 와 ‘에’가 잘못 쓰이고 있습니다. 이런 조사를 틀리는 것은 작품 이미지에 치명적입니다. 반드시 고쳐야 할 맹점입니다.

 

배지는 밤색 외투를 걸친 사내에 어깨에 고정되어 빛났다

 

사내’에’가 아니라 사내’의’입니다. 그 외에도 조금 있지만, 한글 문법교정 쓰시면 종종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문단을 놓고 보자면, 운율감이나 리듬 없이 정보의 전달만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묘사를 더 넣고 말고는 개인의 차이겠지만, 자연스럽게 읽히는 리듬감의 부재는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 대부분이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 설명이 어려우니 예시로 대체하겠습니다.

 

조용한 에드릭의 집안에 문이 거세게 열렸다. 간트가 다급한 모습으로 집안에 들어왔다. 그는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살폈다. 부엌 쪽으로 들어가자 지하 저장고로 들어가는 문이 바닥에 보였다. 간트는 살며시 문을 위로 올리고 안쪽을 보았다. 시커먼 어둠이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웹소설을 노린다면 이 문단을 반으로 줄이거나 자연스럽게 나누어야 하겠지만, 브릿g의 분위기에 맞추어 리듬감을 부여하겠습니다.

 

조용하던 에드릭의 집안에 별안간 문이 거세게 열렸다. 간트가 숨을 몰아쉬며 다급한 모습으로 집안에 들어섰다. 주변을 살피며 부엌에 흙발로 걸어들어간 그는 지하 저장고의 문을 발견했다. 집에 들어올 때와는 달리 다락문을 조심스레 들어올리고 안쪽을 살펴보자, 시커먼 어둠이 덫처럼 입을 벌린 채 기다리고 있었다.   

 

문장의 일부분을 떼서 다른 곳에 붙이거나 하는 식으로 문단의 구성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평소에 쓰는 대로 써보시고, 그 다음에 이 문단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만들 것인가 고민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보시면 단순히 두 문장을 합하거나 나눈 것이 아니라, 적절히 다른 문장들과 배합하면서 흐름을 자연스럽게 조성하고 있는 것이 보이실 겁니다.

이런 자잘한 것들을 해결하고 나면, 가끔은 저처럼 돈 벌기 싫어서 이골이 난 듯이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하거나, 아예 정보와 인물의 심리를 융합할 수도 있을 겁니다.

 

간트가 눈을 키우며 뒤돌아보자 에드릭이 한 손에 단도를 들고 서 있었다. 그는 반쯤 울상이 된 표정으로 울먹거리며 말했다. 피비린내에 섞여 애드릭에게서 약간의 알코올 냄새가 느껴졌다.

 

간트가 눈을 번득이며 뒤돌아보자, 두 손으로 단도를 붙들고 선 에드릭이 물기를 머금어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놈에게서 혈향에 뒤섞인 술 냄새가 난다.

 

저는 단도가 객체가 아닌 주체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에드릭의 불안정함을 묘사하는 동시에 단도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반쯤 울상이 된 표정은 아들을 죽인 아버지를 묘사하기에 부족하다고 느껴, 조금 더 에드릭이 망가진 느낌이 나도록 고쳐 썼습니다. 추가로 알코올 냄새는 현장감이 느껴지는 술 냄새로 바꾸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에드릭에게서’를 ‘놈에게서’로 바꾸었는데, 이렇게 단순한 인칭대명사의 변경만으로도 현재 간트가 에드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묘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략입니다. 무언가를 추가하는 것처럼, 생략도 중요합니다.

 

간트가 토미레의 오두막을 찾아오니, 그녀는 소식을 기다리며 메리골드 차를 우려내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녀가 들어야 하는 이야기는 아들이 죽었다는 이야기와 남편의 사망 소식이었다.

눈가가 촉촉해진 토미레는 창밖의 해바라기밭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이야기가 있는 듯했다. 간트가 눈치를 보며 물었다.

“창밖에 뭐라도 있나 보지?”

 

간트가 토미레의 오두막을 찾아오니, 그녀는 소식을 기다리며 메리골드 차를 우려내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녀가 들어야 하는 이야기는 아들과 남편의 사망소식 뿐이었다.

 눈가가 촉촉해진 토미레는 창밖의 해바라기밭을 바라보았다. 간트가 곁에서 눈치를 보다 물어봤다.

“창밖에 뭐라도 있나?”

 

첫 문장은 그저 간결함을 위한 생략이었지만, 두번째 문장의 ‘무언가 이야기가 있는 듯했다.’ 를 생략한 이유는 그 자리의 풍경 때문입니다.

 

해바라기와 함께하는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독자로 하여금 여운을 남기고 생각에 잠기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략할 부분은 과감히 생략해서 정보의 전달이나 설명 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시간이 없어 이만 말을 줄입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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