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나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창공의 등대 (작가: 박꼼삐, 작품정보)
리뷰어: 주디, 22년 9월, 조회 36

다정하고 따뜻한, 햇빛이 일렁이는 늦여름의 오후 같은 목소리였다.

 

<창공의 등대>는 부드러운 카스테라를 먹는 것 처럼 부드러운 속살의 핑크빛을 가진 작품입니다. 우리와는 같이 살고있지 않는 외계 생명체의 목소리에서 그는 음악같은 음율을 느끼게 되요.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 먼 곳에서 들려오는 신호에 대단 궁금증이 더해져 그 낯선 목소리를 매번 녹음하며 언어를 알아갑니다. 미지 생명체의 목소라를 연구하지만 그의 부단한 노력은 마치 한 남자가 한 여자를 깊이 사랑하는 것 만큼 몰두하며 반경의 범위를 키워가요. 기계로 들려오는 목소리에서 점차 그가 살고있는 먼 창공의 시간까지 그 남자는 먼길을 밟아갑니다.

 

과연 두 사람은 만날까? 만날 수 있을까?를 기대감 반, 설레임 반이 곁들여진 심정으로 에르벤의 이야기를 읽어갑니다.

 

날아오르면 닿을 수 있고, 수면에 손을 넣으면 만질 수 있을까. 글을 읽는 내내 푸르름이 느껴지는 색채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하늘 위에서 수면의 깊은 곳 까지 곤두박칠 치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스스로 물 속에 풍덩하고 몸이 쳐 박힌 채 만나는 생물체의 기묘함이라니. 뜻밖의 정체에 놀랐습니다. SF 로맨스의 반전이라고 할까요.

 

나와 그 생물체의 이야기는 다채롭게 변주되어 에르벤의 머릿 속에 서정적으로 혹은 기괴하게 다가옵니다. 반전의 이야기도 재미있고 뜻밖의 정체가 생경해 읽는 내내 참신하다고 느꼈던 작품이에요. 90년대의 감성 로맨스가 순식간에 외계생명체와 조우하며 실질적인 상상을 하게 만드는 글이기에 더 놀랍게 느껴집니다. 두 장르가 믹스가 된  작품을 만나봤지만 각각의 분야의 소설을 밀도있게 쓰신다면 더 깊은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이 가득한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혼합된 장르의 작품 말고 긴 호흡의 로맨스가 곁들여진 이야기를 박꼼삐 작가님의 필치로 느껴보고 싶네요. 좋은 작품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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