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의 이유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추석 (작가: 먼 시선, 작품정보)
리뷰어: 주디, 22년 8월, 조회 18

아직도 날씨가 오락가락하지만 절기가 지날 때마다 바람의 온도가 변하고 있다. 어느덧 8월 중순. 달이 넘어가면 또 하나의 큰 명절이 다가온다. 옛날 물자가 귀했을 시절에는 하얀 쌀밥을 한그릇 먹는 것도 쉽지 않았다. 명절이나 제사를 지낼 때만 조금이나마 쌀밥을 얻어 먹을 수 있었다. 그마저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깜박 잠이 들경우에는 햐안 쌀밥을 먹지 못해 울었다. 우리에게는 그런 시절도 있었다. 백 년도 안 된 시절에 실제 있었던 이야기다.

 

세대가 겪었던 이야기. 시절이 지나 모르는 이야기. 각 세대의 시절이 갖는 관념의 세계는 추석이라는 시간의 공간에서 함께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물자가 풍부한 요즘 같은 시대에 명절은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못 먹었던 시절에는 일 년에 한 두 번쯤 만나 좋은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면 요즘은 돈만 가지고 나가면 어디서든 산해진미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먼 시선 작가님의 <추석>이라는 작품을 읽었을 때 톨스토이의 첫문장이 떠올랐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여느 가정이나 할 것없이 저마다의 빗금이 간 부분은 있다. 저마다 흩어져 살다가 명절이 되면 모처럼 모이게 되고 그러면 안부처럼 묻는 질문들이 화살처럼 가슴을 찔러댄다. 봉합되지 않았던 상처의 핏물이 왈칵 쏟아지듯 다함께 터져 나오는 과거의 상흔이 베어져 나온다. 마치 우리만의 일처럼 느껴지지만 둘러보면 너도나도 같은 부분의 이야기에 동감하고 느끼는 상황들이 모두 비슷해 보인다.

 

<추석>이라는 작품 역시 2남 1녀의 막내 석동찬의 시선으로 그들의 가족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버지는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났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라도 받아 들인다. 동찬의 형은 7살이 많고, 누나는 3살이 많다. 형은 결혼했지만 아이가 없고, 아이를 갖을 계획도 없다. 누나는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만 낳았다. 나는 이마저도 계획이 없다. 익숙한 상황의 이야기임에도 매끄럽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가족 계획 조차도 각각의 가정이 갖는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리가 갖는 가족의 형태는 점점 달라지고 있다.

 

갖추어야할 가족의 평행선 같은 것이 무너지고 상황에 따라 +-를 더해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 낸다. 이질적인 방향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마저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상황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읽는 독자로 하여금 쉬이 상황을 받아 들인다. 각각의 세대가 겪는 공감의 형태가, 가족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결말이지만 투닥이다 못해 가정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어머니는 삼 형제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가족의 원형을 원한다. 그러나 자식들에게는 보고 듣는 것 이상으로 가정이나 사회에서 주어진 환경들이 더 이상 가족의 원형을 다층적으로 갖게 만든다.

 

그런 점이 내내 현실 속의 아이러니이지만 이런 상황의 이야기를 단숨에 읽을 정도로 저마다의 길을 가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편안하게 읽혔다. 많은 부분이 공감이 갔고 상황마다 빠르게 치고 빠지는 이야기가 좋았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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