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사망 플래그를 팍팍 꽂기에 태그가 잘못되었나 했더니 평범한 북부 기사의 일상이었습니다… 그런 점이 좋아요!
이야기 속의 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현실과 같은 점이 있지만 많은 게 다른 세계를 어떻게 보여주고 또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까요?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무엇 하나 처음부터 그랬다는 건 없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이 갑자기 밥 대신 으깬 망고를 먹을 수 있습니다. 밥을 먹고 싶지 않았거나, 그냥 망고가 보여서일 수도 있고, 망고를 충동적으로 대량구매하는 바람에 당분간 주식으로 삼지 않으면 상하기 전에 다 먹지 못하게 된 걸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기는 힘들 겁니다! 망고를 정말 사랑하는 왕이 이제부터 밥 대신 망고를 먹으라고 선포해도 문제가 많을 거예요. 명령이니 따르려 해도 모두가 먹을 양의 망고가 있을지, 망고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주식이 망고인 세계는 어떤 곳일까요? 그곳에선 ‘망고는 잘 먹고 다니니?’라면서 안부를 물을까요? 햇망고를 말려다 부엌신에게 공물을 올리거나, 망고 가격을 담합한 사람에게 국가적 분노가 쏟아질 수도 있을 겁니다. 감히 망고를! 어쩌면 젊은 세대가 망고를 먹는 건 너무 노티 난다며 꺼릴 수도 있겠지만, 영혼 깊이 새겨진 맛은 분명 망고였으면 좋겠어요.
망고투성이 리뷰지만 사실 이 소설에는 망고가 나오지 않습니다. 적어도 제가 읽은 부분까지는요. 비유를 들다가 제가 좋아하는 게 뭔지 되새기고 흥분했을 뿐이에요. 사과는 나왔고 무역 얘기도 있으니 어쩌면 등장할지도 모르겠지만 망고로 마무리할 순 없으니 이쯤 할게요.
결론은 구체적이고도 소소한 부분이 모여 세계를 이루고 그렇게 만들어진 규칙들이 다시 일상의 곳곳에 스며드는 게 정말 제 취향이에요. 인물마다 지나온 세월과 환경의 결과물인 게 팍팍 느껴집니다. 각자 자란 위치와 주변 인물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그에 맞춰 사고하고 행동하는데, 그런 캐릭터들이 만나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즐거워요!
그래서 지금 세트론에 모인 인물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이곳까지, 또 현재 지위에 이르렀는지 들을 수 있어 기쁩니다. 앞으로 전개될 내용도 기대할게요~
+ 이렇게 다른 규칙들이 있는 세계에서도 여자 취급은… ㅎ 혁명하는 데는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