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판타지와 호러는 표리일체라고 생각합니다.
어반 판타지와 호러 장르를 표방하는 이소플라본님의 <기이담>은 우리네 귀신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기이한 귀신 이야기라면 응당 호러 장르로 규명해야 할 테지만, 이 소설은 어반 판타지 장르 역시 함께 포괄하고 있습니다.
호러 장르는 간명하고 플랫하게 이야기하자면 독자에게 공포라는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입니다. 이 공포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이야기하자면 더욱 복잡하겠지만, 본질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판타지의 속성은 무엇일까요. 판타지는 우리말로 말하면 환상입니다. 하위 장르로 따지자면 좀 더 다양한 속성을 가시화할 수 있겠지만, 이 환상을 따지자면 현실 너머의 것을 다루는 모든 이야기는 환상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에 어반 판타지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현실 너머의 것을 다루는 것으로 정의 내릴 수 있을 겁니다.
호러가 판타지와 속성을 공유하는 일은, 호러에서 다뤄지는 소재들의 탓도 있을 겁니다. 귀신과 요괴들, 그리고 괴물들의 존재들은 현실에선 확인할 수 없는 불가해적인 요소들입니다. 그 속성으로 말미암아 토도로프를 위시한 초기의 환상론들은 이들을 환상으로 규명하며 합리적인 설명으로 규명되는 기괴와 자체로 새로운 질서가 되는 경이로 분류했습니다. 물론 현대로 내려오며 환상의 범주는 넓어졌기에, 더 이상 이런 소재들만을 규명하지는 않게 되었지만, 그 뿌리로 말미암아 이 소설이 호러 소설이면서도 어반 판타지의 장르를 포괄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동양의 환상은 기奇, 이異, 괴怪로 분류했습니다.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기(奇)’는 드물고, 본래적이고, 환상적이고, 놀랍고, 기묘한 영역을 지칭하는 말이고, ‘이異)’는 일차적으로는 차이나 구별 짓는다는 의미이며, 이차적으로는 비범하거나 낯선, 이질의, 괴상한 등으로 무엇이든 규범과 다른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괴(怪)’는 가장 좁은 범위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기묘한, 섬뜩한, 변덕스러운, 비정상적인, 불가해한 등의 의미를 지닙니다.’1
이는 이성과 공존하는 것으로, 어떤 질서를 지켜야 하는 가를 환상의 법칙 하에 제시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 것은 일종의 금기로써 현현하며 이 소설을 환상 뿐만 아닌 호러로의 가교를 이루는 데 기여합니다. 예로부터 금기는 옛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에서 해서는 안되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을 규명하며 우리를 인도했습니다. 하지만 그 금기가 더 이상 옛 이야기로만 남아있지 않게 될 때, 호러는 시작되며 이 소설은 그 간극을 영리하게 포착합니다.
그 토대에 세워진 세계는, 장르로 구분된 어반 판타지라는 말처럼, 튼튼하게 현실을 토대로 세워져 있습니다. 그 토대란 욕망입니다. 신이든, 인간이든 각자의 영역을 구성하고, 서로의 욕망이 교차되며, 그 영역을 존중하기 위한 금기가 있습니다. 비록 X축 Y축이 아닌 Z축에 존재하기는 하지만 – 즉 웬만해선 서로 섞일 일이 없는 차원에 위치하지만 – 서로의 영역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그 영역이 충돌할 때도 있다는 뜻이겠지요. 이 축의 경계를 유지하는 금기들은 잊혀져 있기도 하고, 선연하게 그어져 있기도 하고, 또는 이미 어겨져 있기도 하며 작품의 갈등을 촉매합니다.
소설 내에서의 사람들의 욕망과 신들의 욕망은 역설적으로, 대조 되면서도 비슷합니다. 신들의 욕망을 갈피를 유추하기 어려울 정도로 제멋대로이나, 존재 답기 위해 욕망을 품고 살아갑니다. 그들인 인간과 맞닿아 있기에 어떤 면에서는 인간적이면서도, 동시에 인간이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 심판하기도 하며 그들의 세계에 살아갑니다. 인간들은 인간적으로 살아가면서도, 동시에 인간으로써의 삶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욕망하고자 하여 파국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들은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반영임과 동시에, 민속적인 세계관을 차용한다는 점에서 전통 또한 포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반 판타지는 2차 세계가 현실 세계가 결합된 장르입니다.
현대의 판타지는 로지 잭슨의 점근축과, 캐서린 흄의 미메시스를 거쳐 톨킨에 이르러 장르 판타지로 규명되었습니다. 우리의 현세와는 다른 2차 세계의 존재와 그 여정을 함께하는 것으로 우리는 장르로써 판타지를 인지합니다. 이는 기존의 소재 중심의 환상론과는 달리 질서와 규칙에 따른 세계 인식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이 질서와 규칙은 현실의 모방이되 모방이 아니라는 점에서 특징적입니다. 즉 우리의 현실을 바탕으로 세워진 또 다른 현실이지만, 동시에 현실에 없는 규칙과 법칙들을 상상하여 세워졌다는 점에서 환상인 것입니다.
이러한 톨킨의 장르론은 조아르스키와 보이어의 환상의 변증법에서 발전합니다. 둘은 톨킨의 이론을 받아들여 상위 환상(High Fantasy)과 하위 환상(Low Fantasy)을 제언했습니다. 전자는 환상적인 일들이 펼쳐지는 2차 세계가 구분되는 것이고, 후자는 우리들의 현실 속에서 환상적인 사건들이 진행되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변증법이라는 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 1차 세계와 2차 세계는 분리된 것이 아닙니다. 각각 우리의 현실의 모방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나, 그 방향성이 다를 뿐입니다.
소설 <기이담>의 어반 판타지 장르로써의 면면은, 하위 환상으로의 정체성이 부각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부름 센터라는 현실적인 공간에서 찾아오는 기이한 손님들은, 기기괴괴한 사건들을 해결해 달라고 찾아옵니다. 해결을 위해 찾아왔으니 아마도 기이함을 바라지는 않았을 손님들은, 신들로 하여금 자의가 아닌 방식으로 환상 세계에 입문한 손님들입니다. 그 것을 해결해주는 사람들인 심부름 센터의 근로자들은 영적인 사건들을 척척 해결하지만, 정작 영적인 재능이 없다는 것은 특기 할 만 합니다. 그 이유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했기에, 영적인 세상과 인간 세계를 오가는 전령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