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작고 소중한 사후세계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고별 (작가: 이동건,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22년 3월, 조회 70

저승과 이승, 사후세계에 관한 상상은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완전히 죽은 후 며칠 만에 살아났다는 사례나 임사 체험으로 천국을 보았다는 사람들, 심지어는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큰 수술을 받던 중 천국에서 신과 대화를 나누도 왔다는 아이의 증언도 있으니 정말 죽음 후의 삶이 있나 싶다가도, 그렇다면 왜 그들의 말이 조금씩 다른가에 대한 해답은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 도리어 의심을 키운다. 요는 사후세계가 완전히 증명된 것도, 증명되지 않은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찜찜함을 그냥 두지 않고, 상상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죽음 후의 삶을 자유롭게 그리기 시작했다. 이야기 안에서의 사후세계는 차이가 흠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하고 신선할수록, 존재하지 않을 법한 이야기도 사람들의 인기를 얻는다. 생전의 크고 작은 죄가 사후에 평가받는다는 동양 지옥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동명이인을 대신해 천국(굿플레이스)으로 ‘잘못’ 보내진 주인공의 삶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넷플릭스 드라마 《굿플레이스》는 이성이 지배한다고 평가받는 현대에도 여전히 사후세계가 널리 인기를 얻는다는 것을 반증한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의 경향에 따라 이런 천국과 지옥의 이분법을 넘어선, 일상과 흡사한 공간의 사후세계도 등장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사후’는 꼭 거대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Yes’라고 답하지는 않아도 좋다. 죽음은 작은 정거장과 같으며 이후에도 특별히 바뀌는 것 없이 저승에서 두 번째 삶을 산다면 그것도 나름의 운치가 있지 않을까. 중국 작가 마오우의 소설 『열여섯 밤의 주방』은 이런 사후관의 유행을 반영하듯 작은 주방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주는 노인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지옥주방에서 일하는 맹파는 거창할 것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들의 요청에 따라 생전 먹었던 음식을 만든다. 이 소설의 본바탕은 중국 전통의 사후관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작가는 공간의 극한 축소를 통해 지옥의 일상화를 성공적으로 그려냈다. 이 장편 시리즈는 온라인 연재 조회수 1억 뷰를 달성하며 국내에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위와 같은 맥락에 따라 이동건 작가의 소설 〈고별〉 또한 저승을 환상적으로 축소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죽음의 정거장은 어느 오두막집이다.

연인과 다툰 직후, 사후를 경험했다고 생각한 주인공 ‘나’는 지금 기묘한 오두막집에서 뜨거운 차를 내리는 중이다.

 

나는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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