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가 빛나는.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황제폐하의 주방 (작가: 이연인, 작품정보)
리뷰어: 개미핥기, 17년 5월, 조회 43

이야기의 힘은 캐릭터에서 온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런 면에서 ‘황제폐하의 주방’은 짧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힘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겠지요.

당당하고, 추진력있으며, 권력에 가까운 전문가 여성 ‘주하’와

눈치보며, 걱정이 많고, 궁중에 갓 부임한 수행원 남성 ‘경연’.

영리하게도 대조되면서도 각자의 약점은 독자의 사랑을 여전히 받을 수 있을 수준까지만 묘사되어 있습니다. 더구나 일반적인 로맨스물, 시대극에서 전형적으로 제시되는 인물과는 성별이 뒤바뀌어 있다는 점이 더 흥미를 끌게 하고, 이 소설을 특별하게 하지요. 이러한 성별 관련 설정은 가상의 사회적 배경으로부터 오는데, 본 작품에서는 주인공들의 성별이나 신분 관련한 부분에서만 두드러지게 기능할 뿐이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인 ‘낙원과의 이별’에서는 더 깊고 넓게 소개되며 중심 이야기가 이 배경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으니, 이 설정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해당 작품도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다만 캐릭터 관련하여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부분이 중간중간 나타나는데요, 예를 들어 조리에 대한 능력도 열정도 충만한 것으로 나오는 ‘주하’가 음식 재료인 채소를 고르는 것에 대해 성의없이 하다가 ‘경연’에게 한소리 듣는 장면 같은 경우는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더구나 이때 만들려던 음식은 그냥 자기가 먹을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을 똑같이 흉내내보려던 것이니 평소보다 더 신경썼어야 한다는 점을 보면 더욱 그렇지요. 혹 ‘주하’가 열렬한 육식주의자라 채소에 관심이 전혀 없다는 숨겨진 설정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경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이유로 인해 ‘주하’와 짧은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경연’이 힘으로 밀리는듯한 묘사가 등장하는데요, 이것은 ‘주하’의 대조되는 캐릭터인 ‘경연’에게는 충분히 어울리는 것일지 모르나, ‘경연’이 군인이라는 점을 본다면 아주 와닿는 묘사는 아니라고 봅니다. 차라리 ‘경연’을 군인 말고 다른 직업의 캐릭터로 제시를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통역사나 외교관이라면 ‘강한 여성’에 대한 대조 캐릭터로 등장하는 ‘약한 남성’을 더 자유롭고 재미있게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스토리 면에서 보자면, 보통의 소설에서라면 주인공의 특징의 살리기에는 에피소드가 너무 적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워낙에 특색있고 대조되는 캐릭터인지라 짧은 분량 안에서 캐릭터는 충분히 설명이 되기는 합니다. 사실 그보다 핵심 소재인 문제의 면 요리가 등장하는 부분이 너무 단순하게 지나가서 아쉽습니다. 다소 막연한 방법으로 수탐이 진행되던 중에 아주 우연한 기회로 결정적인 단서를 잡게 되는데, 알고 보니 주인공들이 이걸 왜 미처 생각을 못했나 싶을 정도로 드러나있던 단서라는 점에서 이걸 우연으로 처리한 건 아쉬운 부분입니다. 더구나 다소 허탈감을 주게 하는 반전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그 자체로 나쁘지는 않지만 주인공들이 지금까지 열심히 탐색을 해 왔다는 점과 모순되는 부분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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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열쇠를 쥔 인물이 보이는 행동 또한 그저 주인공에게 적절한 시련과 극복의 기회를 주기 위해 작위적으로 짜여진 듯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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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는 더없이 매력적이고, 둘 간의 관계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현재까지 연재된 1부 내용만 보더라도 이 둘이 앞으로 어떤 일을 겪고,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생길지가 너무 궁금하네요. 다만 스토리 구성에 논리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주인공들의 첫만남에서 ‘주하’가 잠깐 선보였듯이 추리적 요소가 조금만 들어가면 더 재밌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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