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의 완성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잘 먹는 네가 좋아 (작가: 김모아, 작품정보)
리뷰어: Meyond, 20년 10월, 조회 47

나는 핼러윈에 관한 환상이 좀 있다. 간식거리를 챙겨 피칠갑이 된 좀비 영화나 으스스한 고딕 호러물을 보며 10월의 마지막 밤을 보내는 게 내 나름의 취미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녹여 만든 좀비’가 그렇게나 충격적인 작명인가 잠시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펌킨 스파이시 라떼’ 같은 평범한 시즌 음료에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걸 떠올려 보면 나 역시도 소위 ‘마케팅 이론’의 지배(?)를 받는 흔한 소비자임을 인정하게 된다.

‘나’가 주는 거라면 뭐든 잘 먹던 ‘나’의 친구 ‘수연’은 왠지 <보건교사 안은영>의 ‘혜민’을 연상케 한다. 어쩌면 수연 역시 ‘나’의 곁에서 간식거리와 함께 옴을 먹어주던 존재였던 게 아닐까? 다만 ‘나’에게 붙은 옴을 전부 먹어버려 새로운 옴을 찾아 바로 옆 학교나 뒷 학교로 전학을 갔거나 그게 아니라면 아예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의 주기를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또다른 취미, 어떤 이야기든 행복한 결말로 상상해보기의 기질을 살려 <잘 먹는 네가 좋아>의 뒷이야기를 내 멋대로 덧붙여보자면 이런 전개로 한번 이어보고 싶다.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수연은 우연히 안은영 선생님을 만나 인간의 삶을 선물 받게 된다. 그러고는 그다음 혹은 그다음다음 혹은 그다음…다음번째 핼러윈 한정 음료를 개시할 어느 가을, 그 카페에서 두 사람의 재회가 이뤄지는 거다. 스산하게 끼익거리는 그네에 앉아 드문드문 얹어지는 두 사람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와 말끔하게 비워진 음료잔만큼 핼러윈과 둘의 추억을 제대로 완성해줄 게 또 있을까?

이 상상 속 결말(혹은 어쩌면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의 핍진성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모쪼록 ‘나’의 동네에 자리한 이 조그맣고 연약한(?) 카페가 핼러윈의 스산한 풍경보다 더 공포스러운 자영업자의 풍파를 이겨내고 그때까지 한자리에서 잘 버텨주어 무사히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 단편을 읽고나니 오랜만에 노래 하나가 떠오른다. 이야기의 엔딩 크레디트에 맞춰 박새별의 이 곡을 띄어보내며 리뷰를 마친다. 녹여 만든 좀비… 아니, 사랑이 우릴 다시 만나게 한다면.

https://youtu.be/IPz4zNc044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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