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놓는 날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무저(無低) (작가: 코코아드림, 작품정보)
리뷰어: 오메르타, 20년 8월, 조회 152

* 코코아드림 작가님의 <무저>에 기반한 2차 창작물입니다.

 

* 원작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반드시 원작을 먼저 감상하신 후 이 글을 읽어 주세요.

 

 

* 코코아드림 작가님의 허락을 받고 게재합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사람을 두 명 죽였어요.

그 죄로 열두 해째 교도소에 수감중이에요. 출소일요? 셈을 해 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아직 멀었어요. 법정에서도 제가 딱히 저를 위해 뭘 할 수가 없었어요. 저도 그 실험에 대해 함구하기로 맹세하고 그들도 제 딸을 보살펴 주기로 약속하고, 제가 사이코패스 행세를 함으로써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갔어요. 제가 볼 때 달리 고를 여지가 없었어요.

이제 여기 생활도 그럭저럭 적응이 됐어요. 사실 실험 대상이 되었을 때와 거의 비슷해요. 무엇보다 생활에 딱딱 규칙들이 있어서 좋아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사항들이 명확해요. 자유를 빼앗겼어도 어쩔 수 없죠. 맞아요. 그때도 지금도 제가 이 상황을 자초했어요. 달리 탓할 사람이 없어요.

그래도 가끔 무저 일당이 떠올라서 미칠 것 처럼 머리가 폭주할 때가 있어요. 야매 상담사가 말하길 제게 지옥의 트라우마가 있대요. 마음을 열어야 고칠 수 있다며 자꾸 제 머리 속을 들여다 보려고 시도해요. 야매 주제에 뭘 어쩌겠다고. 그러다 제게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를 해줘야 할 것 같아요. 저 상담사 빼고 절 괴롭힐 사람이 없어서 그때의 실험실보다 이 곳이 더 좋아요.

무저 일당의 악행에 대해 말하고 싶어도 제 딸이 걱정되어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어젯밤에 교도소장이 그 쪽지를 제게 줬을 때 엄청 당황했더랬죠. 기역의 필체더라고요. 아무리 치읓이 시작했다고 해도 역시 기역이 최악이었어요. 항상 그렇게 조금 뒤로 빠져서 타 멤버 잘못으로 보이도록 상황을 조작했죠. 그자가 쪽지를 통해 그곳의 사정을 고발했다?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어요. 왜 자기 무덤을 파고 있을까 생각했죠. 하! 역시 자기의 잘못을 교묘히 숨기고 있더라고요. 아무리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우겨도 줄곧 ㄱ을 빼고 말하고 있죠? 알아차리셨어요? 그 작자에게 속지 마세요.

사회의 규칙을 악용하고 패거리를 조직해서 상위 자리를 차지하고 아래 계급을 착취하라. 이 사상이 그들의 머리 속에 가득했어요. 뭐, 그 작자들이 그 실험의 목적에 가장 부합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어차피 제가 그 실험 자체를 잘 이해를 못해서요. 기역이 사실상 우두머리였다고 제가 아까 말씀드렸죠? 다시 강조할게요. 그자를 믿지 마세요. 그자가 열두 해째 홀로 그곳에 갇혀 있다고요? 그것 참 쌤통이에요! 자업자득이랄까요. 꼴 좋다고 생각해요.

저… 이걸 묻고 싶어요. 도무지 모르겠어서요. 교도소장이 기역의 쪽지를 왜 저에게 줬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아! 혹시…? 설마 여기서도 실험이 계속 되고 있어요? 저를 쭉 지켜보고 있었어요?

아, 이제 알았어요. 그 쪽지가 트리거죠? 지금 머리 속이 찌릿찌릿 해요. 그 발음이 제 혀 끝에서 꼬물꼬물 해요. 그때 제 앞에 아무도 없길 바래요. 목숨을 잃게 되실 거예요. 제 입에서 그 자음이 등장할 때. 제 말 알아들으셨어요? 빨리 가세요. 벌써 제 혓바닥이 위에 닿았어요. 곧 떨어지며 그 자음을 풀어줄 거예요. 후회하지 말고 어서 도망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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