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깨어진 접시 마냥 반선형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각 화 안에서도 파편적으로 나뉘어진 파트들은 크게 세 가지 그룹으로 묶을 수 있다.
하나는 적사병으로 황제의 자리를 넘볼 수 있게 된 주인공 에스텔이 여러가지 위협을 받고 그 위협의 공모자를 찾아나서는 ‘현재’ 파트들이다. 다른 하나는 적사병이라는 세계관을 흔드는 거대한 사건이 일어나기 훨씬 이전, 주인공이 디올과 지나 남매를 처음 만나고 아치볼드 백작의 영지를 추억하는 ‘회상’ 파트이며, 마지막 하나는 적사병을 전후로 하는 주인공과 그 어머니, 그리고 아치볼드 백작과 그 자식들의 관계가 어떻게 어그러지는지 드러나는 ‘과거’ 파트다. 소설은 그러한 세 가지 시간대의 배치를 통해 미스터리를 만들고 긴장을 고조한다. 회상 파트를 통해 디올과 지나 남매를 비교해 ‘어머니의 저주’로부터 파국에 이른 현재를 대비시키고, 현재 파트에서 사건을 모두 드러내지 않음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당기고 과거 파트를 교차하며 답을 제시한다.
복잡한 구성이나 에스텔의 사유를 대변하고 있어 그 흐름이 어색하지 않다. 에스텔의 유년을 함께했던 소중한 친구 그 이상인 디올과 지나 남매는, 에스텔의 어머니가 내린 저주 때문에 서로를 바라볼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세 사람이 같은 자리에 있더라도 에스텔을 경유해야만 대화 할 수 있단 사실에, 에스텔은 지나에게서 디올을 빼앗았다는 죄책감을 느끼며 동시에 디올에게 안주하고 싶은 이중적인 심리를 느낀다. 이 혼란은 결과적으로 에스텔의 세 사람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착오를 암시하게 된다.
소설은 결말로 갈수록 에스텔의 혼란이 잦아들며, 깨어진 접시를 금분과 옻칠로 이어붙이듯 명료한 상태로 나아간다. 그리고 결말에서 에스텔이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선택을 이루어내 관계의 위치가 뒤바뀌 모습은, 바른 접시가 제 몫을 해내는 것을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