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에는 계급과 사회 문화를 가진 인어들의 도시가 있습니다.
인어들은 사나운 생물들에게서 도시를 지키기 위해 대열을 만들어 춤을 추며
급류를 만들고 도시를 둘러싼 세차고 사나운 급류의 띠는 침입자에게서 인어를
지켜줍니다. 대대로 그들 자신을 방어하는 중요한 풍습이지요.
춤을 추던 인어들은 악마 어울고륵과 그가 부리는 미친 고래 마뜨개를 소름끼쳐
하며 빨리 인간들이 탄 고래잡이배가 마뜨개를 잡아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폭풍우 속에서 인어들이 만들어낸 급류에 휘말려 배가 부숴지고 침몰해서
죽어가는 인간 선원들을 보며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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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다름이: 정말 멋지지 않아? •••••• 어쩜, 저리도 멋있을 수가 있니!
끝 비 : 바다눈처럼 미련 없이 떨어지는 저 그림자들 좀 봐.
돛가무리: 인간들의 목소리에는 죽음의 공포도 물러가게 하는 힘이
깃들어 있나봐.세 인어는 멀리서 가라앉는 인영들을 넋이 나간 채 구경한다.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기만적이고 불쾌한 순진함이지요.
이 작품은 순수와 어리석음, 선망과 욕망, 방종과 이기심, 모략과 속임수가 등장
하는 군상극입니다. 동화나 판타지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인어들이 인간과 다르면서
닮은 모습으로 잘못된 선택을 반복해 파국을 향해가는 모습이 펼쳐집니다.
꿈과 자유와 욕망을 좇는 이들이 멀리 있는 이상과 바람을 이루기 위해 가까운 이들
에게는 아랑곳하지 않고 행동하며 저마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모습이 그저
답답하고 불안할 뿐이라 등장인물들에 감정이입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초반과 후반을 제외한 백야가 진술하는 내용인 대부분이 희곡처럼 쓰여졌는데
[어떤 이야기]는 연극적인 모습이 강해서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물 위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를 인간을 이해하기에 앞서 악마라고 오해받고 있는
어울고륵과 다친 장님 고래 마뜨개를 먼저 이해하려 노력하는게 더 건설적이겠지만
인간만큼 어리석고 이기적인 인어들이 자기 안위와 원망에만 급급해 움직이는 모습과
가장 오만하거나 방종했던 이들이 책임에서 벗어나 사랑과 자유를 손에 넣는 모습은
솔직히 넌더리가 났습니다. 돛가무리와 미다름이는 휘말려들었을 뿐인데요.
순수한 동기와 순진한 바람이 이기적인 욕심으로 변하고 오해와 소통의 부재가
얼마나 잔인하고 어리석은 결과를 낳는지 알려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