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지하철로 연결되어 수도권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나단광역시.
정부와 지방 정부의 영향을 벗어나 도시의 재개발과 재생에서 자유로운 곳.
방치된 도시에서 넘쳐나는 범죄들로 관공서들은 쉴 틈이 없고 낡은 건물들과
폐허, 사방 곳곳에서 신원미상의 시체 또는 일부가 발견되는 이 나단에서
인간의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재각은 나단시 강력반 형사로 함께 근무하던 형의 죽음에 의문을 느끼고
조사하던 중 불가사의한 실종사건을 만나고 괴물에게 목숨을 위협받습니다.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난 그는 형 재현이 말하던 ‘그놈들’과 맞서 싸우기로,
부모님을 잃은 12년 전 라운역 탈선사고를 다시 조사하기로 다짐하지요.
매드 사이언티스트 남박사와 그를 아버지라 부르는 검은 우의의 추종자
무리가 벌이는 수상하고 위험해 보이는 일들로 남 박사의 발자취를 쫓았던
형 김재현과 조사 협력자인 라운역 탈선 사건의 생존자 중 한 명인 선아,
남박사의 동료였던 최대협 교수, 스파이로 보이는 중록과 남박사에게 억류된
것으로 보이는 선아의 형제 선우도 등장합니다. 나단시 지하 25km 아래의
거대한 무언가가 지상 위 도시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고요.
거대한 무언가가 러브 크래프트에 코스믹 호러적인 흉한 존재인 것 같은데
연재 분량이 충분하지 않아서인가 크툴루 신화인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매드 사이언티스트와 광신도들이 등장하는 심령 호러 소설 느낌이에요.
작품 소개와 태그에 러브 크래프트, 크툴루 신화, 코스믹 호러가 적혀있지만
러브 크래프트 세계관이나 크툴루 신화가 아닌 코스믹 호러 소설 ‘그것 It’과
더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러브 크래프트 세계관에 연연하지 않고 벗어난
작품을 쓰셔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작가가 중요하다 생각되는 부분의 묘사와 분량이 다른 부분과 차이가 나는데.
육식동물 편에서 주 등장인물들인 김재각이나 반장 같은 이들이 인물 A, B로
등장하여 움직일 때 그들의 인물묘사와 사건정보 값은 없거나 최소인 데 비해
중요 인물과 사건이 등장할 경우 눈에 띌 정도로 분량과 묘사가 늘어납니다.
재현의 유품인 총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아름다움을 가진 푸른 빛 도는 오래된
콜트권총’으로 표현되고 재현이 목적을 위해 ‘통통한 몸매에 예스러운 정장’을
차려입고 다니고 선아가 ‘앞머리를 짧게 깎은 숏컷과 신비롭게 빛나는 푸른색
눈이 돋보인다’는 사실은 그들을 중요하게 다루는 <푸른 돌> 편에서 읽을 수
있지만 선우는 ‘휠체어에 앉은 소년’이라는 정보 값 이외에는 주어지지 않아요.
<육식동물>과 <푸른 돌> 두 편이지만 차이가 커보입니다.
최교수가 어떻게 선아를 알고 있는지 선아가 왜 중록을 삼촌이라고 부르는지
사건 생존자였던 신생아가 12년 후 막 고등학생이 된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작가만 알고 독자는 모르는 설정도 많습니다.
모르는 이야기가 혼자 가면서 계속 모르는 설정을 써 내려 간다면 독자는
따돌려진 기분이 들기 쉽고, 계속해 읽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데요.
이야기는 독자와 함께할 때 더 많은 재미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개에서 적절하게 독자와 발 맞추는 연재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