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편이 넘는 작품들이 쏟아져나오는 장르문학의 르네상스시대인 요즘, 브릿G의 독자분들께서는 작품의 어떤 부분에 꽂혀서 클릭을 하게 되시나요?
광역 어그로를 확 끄는 흡입력 강한 제목이나 개성 넘치는 캐릭터, 술술 읽히는 가독성이나 좋아하는 세계관 등 각자의 취향은 다양할 겁니다.
그 중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부분은 스타일입니다. 시쳇말로 간지라고도 하더군요.
판타지이건 호러나 무협이건 독자들은 작품을 읽으면서 등장인물이나 배경이 머리속에서 이미지화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무협물을 예로 들면 초고수가 된 주인공이 과거 원한을 가진 악인들을 통쾌하게 쓸어버리는 장면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뿐 아니라 독자 자신이 주인공이 되서 초절무공으로 싸움터를 종횡무진하면서 진정한 몰입감을 얻게 되는 시점이 바로 그런 때가 아닐까 싶은데요. 거기에 주인공이 그야말로 간지 쩌는 스타일의 소유자라면 더 언급할 필요도 없겠죠.
이런 주인공은 어떠신가요?
‘한때 도서관에서 책에 묻혀살던 서생이 세상의 위기에 분연히 맞서 일어나 자동화기와 마법지식들로 인간의 공포가 형상화된 지옥의 마수들에 맞선다.’
이 작품의 주인공을 보고 저는 오랜 시간 제 안에서 꿈틀거리던 흑염룡이 깨어나는 걸 느꼈습니다. 주인공과 함께 텅빈 고층건물 사이를 뛰고 구르며 수많은 악마들을 제압하는 상상에 빠지는 것만으로도 속에서 뭔가가 차오르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이 작품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남기는 건 오히려 작품에 누가 되는 일이라 생각되어 단 한마디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스타일리쉬하다.
지금까지도 세계의 많은 골수팬들이 후속편 제작을 외치고 있는 작품이 있습니다.
‘콘스탄틴’이죠. 이작품에서 콘스탄틴의 향이 강하게 납니다. 본업을 쉴 땐 아무데서나 노숙을 할 지언정 내 개를 죽인 놈들은 끝까지 쫓아가서 하나도 남김없이 도륙하는 캐릭터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그분처럼, 이 글에서도 한번만 쓰이고 잊혀지기엔 아까운 폼 제대로 사는 캐릭터가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상에서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제가 바라는 건 이겁니다. 작가님은 2013년에 이런저런 장편연재를 구상하시다가 습작처럼 한번 써보신 것 같은 이 이야기(100% 제 추측입니다.)를 되살려주십시오.
만약에 유료로 전환된다면 사서 보겠습니다. 책으로 나오면 구입하겠습니다. 양장본으로 나와도 좋습니다. 멋진 일러스트와 함께라면 금상첨화겠군요. 자, 어서요. 빨리!
…제가 좀 흥분한 것 같습니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흥분이네요. 최근에 이런저런 사이트를 둘러보며 느낀 건 ‘진정한 먼치킨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붕어빵 틀에서 방금 나온 것 같은 인물들과 그 밥에 그 나물인 이야기들이 베스트와 추천작을 뒤덮고 있었죠. 물론 익숙하고 보기편한 이야기에 돈을 쓰는 독자분들과 글쓰기가 생업인 작가님들의 합이 맞아떨어진 결과니 뭐라 할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가끔은 그냥 세기만 한 재미없는 주인공들 사이에서 이런 쩌는 인물이 하나쯤 나왔으면 하는 갈망이 있었고, 그게 이 글을 통해 채워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그저 재미 하나로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개성있는 액션물입니다. 2013년에 시작된 주인공의 여정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간절히 기원하는 바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