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 다들 다녀 오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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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이제 나도 정식 멤버 아닌가?”

 

한밭 시내 12구역의 으슥한 골목에서 태준이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태준이는 처음엔 호랭이와 함께 있고 싶어서 서색연대에 들어오려 했는데, 이제 기린과 호랭이의 연인 관계를 인정한 마당에도 고집을 부렸다. 요요가 장난 삼아 닥터윤의 허락을 받으면 인정한다고 말한 덕분에 닥터윤의 환심을 사려고 갖은 노력을 했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그의 행동들이 서색연대 가입을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건지, 아니면 진짜로 닥터윤을 좋아하게 되어서 저러는 건지, 불분명해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닥터윤은 그냥 현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 입 좀 다물어. 공공장소에서 우리 이름을 말하면 가차없이 목을 자르겠어.”

 

주차된 고물 자동차 뒤에 숨은 오가 나지막히 경고했다.

 

“에이, 걱정 말어. 진짜로 서색연대의 서자도 입 밖에 안 낼게.”

 

태준의 대답에 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쌍검을 뽑으려 하자 요요가 소리없이 웃으며 말렸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다가왔다. 태준의 호출 신호를 받고 사아보호소에서 나온 밴이었다. 차가 멈추고 보호소 직원이 옆문을 열고 내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태준아, 사아는 어딨어?”

 

“여기 고물차 뒤에. 주저앉아서 일어나지를 않네. 이리 와서 같이 좀 옮기자.”

 

“에이 귀찮게…. 조수들은 어디 갔어?”

 

투덜거리며 고물차 뒤로 돌아간 남자를 기다리는 것은 오의 쌍검이었다. 그대로 얼어붙은 남자를 요요가 꽁꽁 묶어서 고물차 트렁크에 집어 넣었다. 당분간 거기서 암합성이나 하렴.

 

“왜 이렇게 늦어?”

 

운전사가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큰 소리로 물었다. 그때 누군가 손가락으로 그의 어깨를 톡톡 쳤다. 돌아 보는 운전사의 턱에 기린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히익, 살살 좀 때리지. 목이 십 센티는 늘어났네.”

 

기절한 운전사를 차 밖으로 끌어내며 호랭이가 호들갑을 떨었다. 운전사도 묶어서 넣으니 트렁크가 가득했다. 운전사의 쥐색 유니폼은 벗겨서 오가 입었다.

 

“무당, 빨리 와!”

 

가로등 위에서 주변을 살피던 무당까지 밴에 오르고, 다섯 명의 특공대가 사아보호소로 향했다. 물론 태준이는 본인까지 포함해서 여섯이라고 생각했지만.

 

“계족산은 전투가 시작됐을까?”

 

“태준이 네가 말하니까 산 이름이 아니라 욕처럼 들린다.”

 

“뭐야?”

 

민석의 전투계획은 단순하다면 단순했다. 암영전선의 우두머리가 곧 사아보호소 소장인 가인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상대는 우리가 안다는 것을 모르는 상황임을 이용했다. 서색연대의 전병력이 암영전선의 본거지인 계족산을 향했다. 비밀리에 집결하는 척 했지만, 당연히 상대도 이쪽의 움직임을 파악했을 터였다. 암영전선이 계족산 방어에 집중하는 틈을 타서 소수 인원으로 사아보호소에 침투해 가인을 처치한다는 작전이었다.

 

기린은 언니와 함께 움직이고 싶었지만, 닥터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계족산에서 부상자가 많이 나올 것 같다며 거절했다. 태준이도 닥터윤을 따라가고 싶어 했는데, 호랭이의 산파 자격이 말소되었기 때문에, 사아보호소 침투에 태준이가 필요했다. 자기가 필요하다는 말에 의기양양해서 이쪽에 붙었다.

 

“내가 없으면 이 작전 자체가 불가능한 거 알지? 거기 이제 24시간 동안 빛의 담장에 불을 켜 둔대. 들어갈 방법은 정문뿐이야.”

 

“알았으니까 그만 좀 해. 같은 소리를 몇 번이나 하는 거야?”

 

운전대를 잡은 오는 점점 참을성이 바닥나는 중이었다. 요요는 그런 오를 보면서 배를 잡고 웃었다.

 

호랭이는 미로를 반드시 자기 손으로 해치우겠다고 선언했다. 자신의 기억을 삭제하고, 심장에 폭탄을 심어 두고서, 그 동안 싱글싱글 웃으며 친구 행세를 해왔다는 사실이 용서가 안 됐다. 마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런 놈과 가깝게 지내고, 한때 진심으로 좋아하기까지 했던 자신이 치욕스러웠다.

 

“그놈이 쓰레기인 거야. 너를 탓할 필요는 눈곱만큼도 없어.”

 

호랭이의 표정을 살피던 기린이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 미소를 지으며 손을 맞잡았다. 세인인 기린이 사자인 자신의 마음을 받아줄 지, 게다가 전생에 사람도 아니고 동물이었던 것까지 밝혀졌기 때문에, 많이 주저했던 호랭이였다. 하지만 과거가 어땠든, 미래가 어찌 되든, 현재 서로를 향하는 둘의 진심을 감출 방법이 없었다. 이제 둘이 손을 깍지끼고 어떤 싸움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산 이름이 진짜로 계족산이야?”

 

“응, 한밭 동쪽에 있는데, 원래는 닭발산이라고 불렀대. 산세가 그렇게 생겼다나.”

 

“난 닭발은 별로야.”

 

“음?”

 

“아, 미안. 음식 얘기였어. 비원엔 어차피 없지.”

 

“닭은 발을 요리하는 동물이야? 그것도 내가 알던 거랑 다른가?”

 

“아니야. 나중에 지구에 가면 내가 치킨 사 줄게. 참, 너도 천계랑 지상계에서 닭 잡아먹은 적 있지 않아?”

 

“그게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계속 인간형이었던 마고와는 기억이 좀 다른 것 같아.”

 

호랭이는 다시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과거의 내가 사람이 아니어서 별로인 걸까.

 

“난 지금의 네가 너라서 좋아.”

 

호랭이의 마음을 읽은 듯이 기린이 말했다. 둘은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밴이 사아보호소 입구에 도착했을 때, 사자를 가득 실은 버스 두 대가 나오더니 동쪽으로 달려갔다. 계족산에 지원을 가는 것이 분명했다. 바리케이드를 통과해서 본관 뒤쪽으로 돌아가니 암영전선 로브를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