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 이심전심 찌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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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살 장어 잡기!”

 

뭔가 멋있어 보이는 공격기 이름을 외치려던 생각과 달리 생활의 달인 콸콸콸 성우 목소리가 어울릴 법한 멘트가 튀어 나왔다. 기린은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호랭이를 못 본 척 하며 양 손에 기를 모았다.

 

수십 개의 검게 번들거리는 혼타르 줄기들이 채찍처럼 휘둘러 치기도 하고, 창처럼 찔러 오기도 했다. 기린은 공무원 시험 준비할 당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즐기던 리듬 게임을 생각했다. 날아오는 장어들을 타이밍에 맞추어 손으로 쳐내고, 목을 잡아 뜯어내고, 발로 차고, 밟아 뭉갰다.

 

호랭이는 옆에서 라이트건으로 지원 사격을 했다. 저출력 광탄이라 혼타르 줄기를 잘라내지는 못했지만, 움직임을 둔화시키고 다른 방향으로 쳐내는 정도는 가능했다.

 

그렇게 한참을 정신없이 장어들을 때려 잡았는데, 미로의 본체를 보니 기린의 공격에 너덜너덜해졌던 혼타르 다리들이 빠른 속도로 재생되고 있었다. 대체 저 다리에 몇 명분의 혼이 들어간 거람.

 

“노래 한 곡 끝났는데, 게임이 안 끝나네.”

 

“으하핫, 나는 이제 시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린의 손은 조금씩 느려졌지만, 미로의 공격은 점점 빨라졌다. 벽과 바닥은 물론 천장까지 미로의 다리에서 흩뿌려진 검은 진액이 치덕치덕 흘렀다. 기린의 손에도 진액이 점점 들러 붙더니 나중에는 마치 권투 글러브를 낀 것처럼 두꺼워졌다.

 

“이것 때문에 손이 무거워.”

 

투덜거리며 미로의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내고 있는데, 등 뒤에서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돌리며 피했다. 어느새 정신을 차린 소라가 얼음칼로 찌른 것이었다.

 

“뒤에서 공격하는 건 무협의 금기 아니야?”

 

머리 끝까지 화가 난 기린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소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미처 얼음칼을 회수하지 못한 소라는 펀치의 충격도 받았지만, 얼굴에 혼타르의 진액이 묻어난 것에 말 그대로 혼비백산했다. 자신의 얼굴이 미로의 다리처럼 징그럽게 변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미친 듯이 얼굴을 긁어댔다.

 

정신이 분산된 틈을 타 미로가 창처럼 끝을 뾰족하게 한 혼타르 줄기들을 빠르게 뻗었다. 호랭이가 광탄으로 세 개를 날리고, 기린이 펀치로 두 개를 쳐냈는데, 마지막 하나가 소라의 복부를 향해 날아 들었다.

 

퍽.

 

검은 창이 소라의 배를 꿰뚫는 찰나 기린이 소라를 걷어찼다. 덕분에 소라는 옆으로 나뒹굴었지만 배에 구멍이 뚫려 죽는 사태는 면했다.

 

“크윽, 왜, 네가 왜 나를…?”

 

“에잇, 나도 몰라.”

 

기린이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는 미로의 연이은 공격들을 안전하게 막아냈다. 소라는 바닥에 주저앉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를 죽이고 싶을 텐데, 방금도 내가 자기를 얼음칼로 공격했는데, 대체 왜 나를 구해주는 거지?

 

“네가 정말 싫은데, 그래도 눈 앞에서 여자가 남자한테 죽는 꼴은 못 보겠어!”

 

다시 구불텅거리는 어둠의 줄기들이 뾰족하게 날아들어서 기린은 정신없이 방어에 집중했다. 하지만 열심히 잡아 뽑고 밟아 뭉개도 자꾸만 재생이 되니 싸움을 끝낼 방법이 보이질 않았다. 힐끔 옆을 살피니 호랭이도 공격을 막아내고 피하기에 급급한 듯 했다.

 

다시 꼬챙이 하나가 소라를 향해 날아갔다. 소라는 아직도 얼이 빠진 상태여서 하는 수 없이 기린이 게걸음으로 이동하며 꼬챙이를 쳐냈다. 검은 진액이 손에 뭉텅이로 달라 붙었다. 다음 순간 힘 없이 늘어져 있는 척하던 검은 줄기 하나가 기린의 다리를 휘감았다.

 

“이런!”

 

“크하하하! 전투 중에 다른 이를 신경쓰다니!”

 

미로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이빨도 모두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힘을 쓰면 쓸 수록 혼타르에 지배 당하는 것으로 보였다.

 

“네가 안 막았으면 그냥 소라만 죽었을걸. 설마하고 공격해봤는데, 바보처럼 걸려들었군. 크하하하!”

 

기린의 다리를 잡아당겨 넘어트리고는 열 개 정도의 꼬챙이를 동시에 찔렀다.

 

“기린, 위험해!”

 

호랭이가 라이트건을 연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쩡! 파파팟!

 

날카로운 파열음에 기린이 질끈 감았던 눈을 떠 보니 넓은 얼음 방패가 미로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소라였다.

 

“네가 감히 나를 방해해?”

 

미로가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분노에 가득찬 눈이 검은 빛을 발했다. 소라 역시도 분노와 배신감에 눈물을 글썽였다.

 

“너, 아까는 실수로 공격한 줄 알았는데, 진심으로 나를 죽일 생각이었어?”

 

“어둠의 그림자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쯤은 되어 있어야지!”

 

“동료라고 생각했던 자에게 어이 없이 지렁이죽음 당할 각오는 되어 있지 않은데?”

 

한편 기린은 손발에 검은 진액이 덕지덕지 붙어서 움직임이 매우 둔해진 상태였다. 털어내려고 해도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호랭아, 이것 좀 어떻게 해줘.”

 

호랭이는 라이트건으로 기린을 겨눴다. 광탄이 연달아 날아가 기린의 온몸에 닿아 터졌다.

 

“크하하하, 뭐지? 너희도 서로 공격하는 건가? 아무리 보급형 라이트건이라도 그렇게 여러발을 맞으면, 어엉?”

 

밝은 빛으로 흠뻑 샤워를 한 기린의 몸에는 더 이상 혼타르 진액이 붙어있지 않았다. 당연히 기린은 광탄에 피해를 입지 않았고.

 

“어, 어떻게 되, 된 거지?”

 

가벼워진 몸으로 제자리뛰기를 하며 공격 태세를 갖추는 기린을 보고 미로가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나는 멋쟁이 세인이거든!”

 

기린이 주먹을 쥐고 빠르게 달려들자 미로는 혼타르 다리들을 펼쳐 방어자세를 취했다. 공격해오는 다리들은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