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 새벽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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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의 집에는 서색연대 부대원들이 모여 해적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왁자지껄 잔치가 벌어졌다. 기린은 비원에 온 이후로 사자들이 그렇게 많이 먹고 마시는 것을 처음 봤다. 막걸리를 시작으로 맥주에 양주에 와인까지 없는 게 없었다. 태준이는 민소매 티셔츠에 나비넥타이를 메고 바텐더를 자처했다. 어디서 배웠는지 마티니는 젓지 말고 흔들어야 한다며 폼을 잡았다.

 

서색연대에는 훌륭한 요리사들이 많았는데, 예상 외로 오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채소들을 다듬을 때 부엌칼도 두 자루를 쓰는 것은 웃음 포인트였다. 새콤달콤 소스를 끼얹은 버섯탕수, 두부를 채운 고추전, 별 것 없이 노릇노릇 부치기만 하는 배추전, 뜨끈하게 찐 표고버섯 만두, 향긋한 두릅 튀김, 단호박 안에 찹쌀과 밤 대추를 채워 만든 약밥, 잔치에 빠지면 서운한 잡채까지 먹을 것이 넘쳤다.

 

음식을 먹는 목적이 오직 미각의 자극뿐인 사자들답게 먹다가 한 번 더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이 좋은 음식을 만들어 냈다. 포만감을 불편해 하고 싫어하면서도 다들 신이 나서 먹고 마셨다.

 

“평소에도 이렇게 좀 잘 먹으면 얼마나 좋아!”

 

기린은 단맛이 한창인 시금치가 잔뜩 들어간 잡채를 입에 가득 물고 복에 겨운 불평을 했다. 덩치에 어울리게 커다란 맥주통을 들고 벌컥벌컥 들이키던 기범이 껄껄 웃으며 다가왔다.

 

“호랭이도 좀 마시지 그래? 이제 정말로 우리 기억하는 거야?”

 

기범이 맥주통을 내밀었는데, 기린이 막았다.

 

“어허, 뭐 하는 거야? 환자한테.”

 

그러자 호랭이가 기린의 팔을 밀어내고 맥주통을 받아 들었다.

 

“나 이제 환자 아닌데? 그리고 물론 겁보 기범이 기억하지.”

 

“야, 그런 소리 하지마. 나 이제 부대장이야.”

 

“오오, 많이 컸네?”

 

기린은 맥주통을 꽉 붙들고 호랭이가 술을 마시지 못하게 말리며 큰 소리로 도움을 청했다.

 

“언니! 얘 좀 봐! 수술한 지 닷새밖에 안 된 애가 술을 마시려고 해. 언니!”

 

닥터윤은 의자에 앉아 고준과 노준에게 양 어깨를 안마 받으며 태준이가 만들어 준 코스모폴리탄을 마시는 중이었는데, 기린이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었다.

 

“아, 언니! 닥터윤!!”

 

그제야 기린을 돌아 본 닥터윤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나 부른 거였어? 미안하지만 언니라는 호칭이 귀에 익질 않은데, 그냥 닥터윤으로 불러 주면 안 될까? 언니라니까 뭔가 케이팝 고인물 같고 어색하단 말야. 그리고 술 먹고 싶으면 먹으라고 해. 터지면 다시 꿰매면 되니까.”

 

“터지길 바라는 건 아니고? 무슨 의사가 저 따위야, 증말?”

 

호랭이는 기린의 손등을 찰싹 때리고는 맥주통을 입으로 가져갔다.

 

“의사 허락 받았으니까 마신다. 그리고 기린 너는 뭐 이제 와서 나를 환자 취급하고 있어? 어젯밤에 침대에서는,  읍!”

 

기린이 황급히 맥주통을 기울여 호랭이의 입을 막았다.

 

“아하하하, 어젯밤부터 맥주 타령하더니 잘도 마시네!”

 

태준이는 멀찍이서 이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깡데킬라를 세 잔 연거푸 마셨다. 그리고 네 잔 째를 마시려고 술을 따랐는데, 닥터윤이 레몬 조각을 입에 물려 주었다.

 

“그렇게 마셔서 간에 무리가 가겠어? 병째 들고 마셔야 간 이식 수술이 필요한 수준이 되지. 간은 네 부하들이 떼어 주겠지?”

 

레몬의 신맛에 오만상을 찌푸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니 닥터윤이 킬킬대며 웃었다. 순간 태준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예쁜 사자가 기린의 언니라니, 아무리 뜯어 봐도 닮은 면이 없는데.

 

“뭐야? 왜 사자를 그렇게 빤히 쳐다봐?”

 

닥터윤이 쏘아 붙이자 태준이는 데킬라 한 잔을 마저 마시고 대답했다.

 

“내 심장이 조금 전에 너 때문에 고장난 거 같아. 이거 수술이 필요할 것 같은데.”

 

“켁! 그거 작업 멘트야? 그런 거에 넘어오는 여자가 있어? 솔직히 말해봐. 너 지금껏 여자 한 번도 못 사귀어 봤지?”

 

“무, 무슨 소리야? 이래봬도 인기남이라고!”

 

“그래, 그래, 모히또나 한 잔 만들어 줘. 그리고 너, 고준인지 노준인지, 지붕에서 망 보는 무당한테도 뭐 마실 것 좀 가져다 주지?”

 

“오케이.”

 

준 트리오는 여전히 서색연대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추월당한 닥터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안마에 심부름에 온갖 수발을 다 들고 있었다. 태준은 자신의 대형 트럭을 개조해서 닥터윤의 수술실을 통으로 옮겨 놓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태준이 살짝 불만 섞인 반응을 보였던 게 당연하지만, 요요가 한 마디로 해결했다.

 

“너희 삼총사의 거취는 닥터윤의 결정에 따르겠어.”

 

그리하여 고준 노준은 닥터윤의 수족처럼 달라 붙었고, 태준은 서색연대 주요 인사들이 모인 잔칫날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바텐더를 자처한 것이었다.

 

노준이 청주를 담은 호리병과 잔 두 개를 들고 지붕에 올라가 보니 무당은 횃대에 오른 닭처럼 꼿꼿이 서서 사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서색연대 부대원들이 충분히 경계를 서고 있다고 말렸지만, 무당으로서는 신들이 마음 놓고 연회를 즐기실 수 있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했다.

 

“너나 나나 고생이다.”

 

노준이 잔 두 개에 청주를 따라 한 잔을 무당에게 건네며 한탄하듯 말했다. 잔을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