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차 편집부 추천작

멸망 D-365일,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저승 선발대 출동!

문자 그대로 손에 휴대폰을 이식해서 쓰는 ‘핸드폰’의 세상이 도래한 근미래, 무려 21세의 나이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문화재청으로 발령받은 엘리트 여성 윤기린은 출근 첫날 새벽부터 지구 종말까지 딱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비극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나사가 끝내 포기 선언을 함으로써 인류 멸망의 디데이가 확정된 우울한 첫 출근날, 윤기린은 문화재청장의 호출에 인사하러 갔다가 경악할 만한 소식을 듣게 된다. 단지 그의 이름이 사후세계의 인도자로 묘사되는 신화 속 동물인 ‘기린’과 같다는 이유로 전 인류의 생존이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괴상망측한 통보를 받게 된 것. 장르 소설 플랫폼 ‘브릿지’(깜짝 놀랐다)의 괴짜들이 세운 가설에 의거해, 이미 ‘증명된 사실’(또 깜짝 놀랐다)로 밝혀진 사후세계를 인류의 새로운 정착지로 삼아 이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타당성 있게 검토되었기 때문이란다. 그리하여, 저승이 진짜로 인간들이 살아갈 수 있을 만한 곳인지 파악하기 위해 윤기린은 최초의 선발대로서 사후세계에 보내지는데…….

첫 화부터 킥킥대게 만드는 브릿지 전용(?) 메타픽션 개그가 눈길을 사로잡는 「저승 이주 프로젝트」는 지구 멸망이 딱 365일 남은 시점에, 인류의 미래를 거머쥔 한 여성의 저승 탐방기가 하루가 다르게 격동적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새롭게 창안된 저승의 세계관이 독특한데, 비원, 산파, 사낭 등의 용어가 새롭게 쓰이는 것은 물론 지렁이 외에는 그 어떤 동물도 존재하지 않으며 높임말이 절대적으로 금지되어 수천 년의 나이 차이가 나도 유교걸의 굴레를 벗어던진 채 반말만 써야 하는 데다 저승사자들이 농사를 짓는 바람에 첫 출근한 정장 차림으로 고구마밭에서 굴러다니는 주인공의 모습까지, 그야말로 천변만화의 저세상 생활기가 펼쳐진다. 최초의 생자로서 저승에서 지내게 된 윤기린은 근미래 배경에 걸맞게 골드투스라는 통신망을 활용해 그곳의 문화와 거주 환경을 꼬박꼬박 문화재청에 보고하는데, 이를 재치있게 활용하는 작가 코멘트도 본편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한다. 과연 윤기린은 생자의 신분을 들키지 않고 전 인류 저승 이주라는 대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역할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인가?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