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그대로 손에 휴대폰을 이식해서 쓰는 ‘핸드폰’의 세상이 도래한 근미래, 무려 21세의 나이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문화재청으로 발령받은 엘리트 여성 윤기린은 출근 첫날 새벽부터 지구 종말까지 딱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비극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나사가 끝내 포기 선언을 함으로써 인류 멸망의 디데이가 확정된 우울한 첫 출근날, 윤기린은 문화재청장의 호출에 인사하러 갔다가 경악할 만한 소식을 듣게 된다. 단지 그의 이름이 사후세계의 인도자로 묘사되는 신화 속 동물인 ‘기린’과 같다는 이유로 전 인류의 생존이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괴상망측한 통보를 받게 된 것. 장르 소설 플랫폼 ‘브릿지’(깜짝 놀랐다)의 괴짜들이 세운 가설에 의거해, 이미 ‘증명된 사실’(또 깜짝 놀랐다)로 밝혀진 사후세계를 인류의 새로운 정착지로 삼아 이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타당성 있게 검토되었기 때문이란다. 그리하여, 저승이 진짜로 인간들이 살아갈 수 있을 만한 곳인지 파악하기 위해 윤기린은 최초의 선발대로서 사후세계에 보내지는데…….
첫 화부터 킥킥대게 만드는 브릿지 전용(?) 메타픽션 개그가 눈길을 사로잡는 「저승 이주 프로젝트」는 지구 멸망이 딱 365일 남은 시점에, 인류의 미래를 거머쥔 한 여성의 저승 탐방기가 하루가 다르게 격동적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새롭게 창안된 저승의 세계관이 독특한데, 비원, 산파, 사낭 등의 용어가 새롭게 쓰이는 것은 물론 지렁이 외에는 그 어떤 동물도 존재하지 않으며 높임말이 절대적으로 금지되어 수천 년의 나이 차이가 나도 유교걸의 굴레를 벗어던진 채 반말만 써야 하는 데다 저승사자들이 농사를 짓는 바람에 첫 출근한 정장 차림으로 고구마밭에서 굴러다니는 주인공의 모습까지, 그야말로 천변만화의 저세상 생활기가 펼쳐진다. 최초의 생자로서 저승에서 지내게 된 윤기린은 근미래 배경에 걸맞게 골드투스라는 통신망을 활용해 그곳의 문화와 거주 환경을 꼬박꼬박 문화재청에 보고하는데, 이를 재치있게 활용하는 작가 코멘트도 본편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한다. 과연 윤기린은 생자의 신분을 들키지 않고 전 인류 저승 이주라는 대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역할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인가?
*본작은 다음 분기 출판 지원작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추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타사 계약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 브릿G의 1:1 문의를 통해 미리 알려주십시오. 별도의 작품 검토 등을 거쳐 회신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