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서사 – Epic of Gold

  • 장르: 판타지, 역사 | 태그: #환타지 #역사 #철학 #금융 #악마 #시뮬라크르 #중세 #13세기 #복수 #세계
  • 평점×3605 | 분량: 164회, 3,705매
  • 소개: “교황청에 악마의 은행을 세우겠다.” 13세기 초 유럽, 이탈리아. 종교와 권력, 자본이 삼분된 시대. 금세공사 루카는 가족을 잃은 복수심으로 가문의 원수들을 향한 전례 없는 계획... 더보기

후기 [Part2] 좀 이상한 환타지 소설.

7월 3일

제가 불친절하게 쓴 탓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름대로는 듄이나 톨킨처럼 세계관을 만들면서, 말하고자 한건데,
읽어주신 분들의 반응을 보면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온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인터루드 0 ~ 2에 이르기 까지 세계관 설명을 다 때려박은건데,
잘 이해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최근 리뷰를 보니까. 인터루드에 달린 역사가 소설 본문이라고들 생각하신거 같습니다. 2매 200자 제한을 피하려고 달아둔 건데… 저는 부록이라고 생각했지 이런 결과가 나올줄을 몰랐습니다.)

역사와 철학은 잠깐 접고 여기서 환타지 설정만 말해보겠습니다.

*인터루드 0.
모든 행동은 결핍에서 나온다.
우리는 배고프니 먹고, 졸리니까 잔다.
우리가 완벽하다면 , 먹고 자는 일이 존재할 것인가?

많은 이들이 말한다 신은 전지전능하다고
그렇다면 완벽한 신이, 인간을 만들 이유가 뭐가 있을까?
무엇이 부족해서 세상을 만든단 말인가?

신은 부족함이 없기에,
오늘도 존재하지 않는 것 처럼 세상에 존재한다.

=>
그리스 신화의 카오스에서 신의 탄생이나,
크툴루에서 나오는 어리석고 우둔한 아버지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완벽하기에 결핍이 없고, 움직일 동력이 없다.
왜 아자토스를 부르는 나머지 신들이 전능을 지닌 그를 어리석다고 할까요?
크툴루랑 완전히 같은 건 아니지만, 어딘가 비슷한 구석도 있는 것 같습니다.

플라톤의 티마이오스처럼.
불완전한 신인 데미우르고스적인 존재가 세상을 창조했다고 선언한겁니다.

**인터루드 1-1.
인간의 염원이, 마침내 기적에 닿았다. 결핍이 쌓이고, 욕망이 넘쳐 하나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신의 사자. 아니— 존재이자 동시에 부존재인,
신에게 닿으려는 메신저.
우리는 그들을, 편의상 천사와 악마라 불렀다.
ㅡ신은 없다 기적도 없다
그럴까? 믿음은 없을지라도 존재의 부재는 단언할 수 있겠는가?
하늘로 던진 동전도 가끔은 땅에 똑바로 선다.
기적도 가끔은 찾아올지 모른다.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댓가’를 요구하면서

=>
원시 인간들의 염원이라고 생각하면 될것 같습니다.
최근 원숭이들이 돌탑을 쌓았다는 뉴스처럼.
인간들에게 종교심이 생기고 결핍에 대한 해갈을 염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쁨이나 긍정으로 부터, 훗날 천사라고 불리는 존재가.
슬픔이나 부정으로 부터, 훗날 악마라는 존재가 탄생해.
어리석고 우둔한 아버지의 힘을 혹은 카오스 같은 근원에서 힘을 빌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들과 소통 가능한 샤먼이라고 불리는 소수의 존재가 나왔고,
댓가를 통해. 믿음(현실)을 변형하는 기적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시겠지만, 천사와 악마 이들은 인간이 만든 “시스템”의 은유입니다.

***인터루드 2.
“자알 들어봐 벨페고르.”
“우리는 인간의 불행을 먹고, 저놈들은 행복을 먹어 그지?”
“응”
“자 우리 모두는 농사를 짓 듯, 인간의 감정을 수확하기로 했었지?”
“응”
“인간들 사이에 잘나가는 놈 하나를 심으면 나머지가 불행하고, 못나가는 놈 하나를 심으면 나머지가 행복해져.
… 이거 이해하는거지?”

=>
처음에는 이 천사와 악마라 불리는 사념체들이 한 일은 단순했습니다.
샤먼과 합일해. 인간들의 결핍과 염원을 정직하게 얻어내는 일이었습니다.

천사는 인간에게 긍정을 수확하고, 악마는 인간에게서 불행을 얻어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농경에 성공하고, 사유재산 그리고 계급을 얻어내면서 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수확. 그것을 자신들도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그들은 연구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농사와 똑같았습니다. 씨앗을 심고 (투자, 경작) -> 몇배로 불린 겁니다.
악마는 잘나가는 사람을 만들어, 다수의 열등감과 불행을 수확하고.
반대로 천사는 그 잘나가는 이를 몰락시켜, 다수의 기쁨과 행복을 수확했습니다.

이 방법은 시간이 지날 수록 발전을 거듭해.
마침내. 종교와 왕권이라는 ‘시스템’으로 인간 세상에 자리합니다.

****끝없이 자신의 밭을 늘리려는 이들의 경쟁과 대립 속에서,
마침내.

13세기 유럽. 권력은 셋으로 나뉘어 있었다.
신의 이름으로 군림하는 교회, 피로 세습된 왕권, 그리고 돈으로 부상한 도시.
세 축은 균형을 이루며 교착했고, 누구도 다른 하나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 없었다.

그러나 어떤 인간은— 그 셋을 동시에 넘어서려 했다.
그는 종교와 군주제, 상업 사이의 틈을 읽었다.
그의 이름은 루카 오라피니. 그의 무기는 금이었다.

주인공이 복수를 다짐하며 악마에게 접근합니다.
이것이 황금의 서사 1부의 시작입니다.

*****능력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자면,
여기 세계관에서 기적 = 물리적으로 현상을 바꿈은 = 인간의 인식의 변화 저항에 부딪칩니다.
SF적으로 하이퍼큐브나 다차원, 코펜하겐 이론 크크크. 이것저것 가져다 댈건 많지만, 단순하게 말하면.

결합한 샤먼의 영혼을 연료로 현실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게 기적인데,
인간의 인식이 현실에 앵커처럼 박혀서 그 변화를 이끌기 어려운겁니다.

여기에 기적을 사용하면 소모량이 미친듯이 뛰어오르는 겁니다.
한마디로 누가 볼때 기적을 쓰면, 사용자가 금방 죽는 거죠.

이것이 기적을 몰래 쓰는 이유 + 만능이 아닌 이유입니다.

******계약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자면,
설정상 이들은 사념체입니다.
샤먼 (자신들과 접근이 가능한 소수의 존재)와 존재를 섞어야 현실에 개입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섞이면, 서로 영향을 주고 받게 됩니다.
계약에 사용된 영혼이 사념의 인격, 아니 신격에 영향을 주는 거죠.

계약 이것은 사념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입니다.

어떤 놈은 고인물 처럼, 자신의 순수성을 중요시하고.
어떤 놈은 조금의 변화를 수용하면서 자신의 목적을 중시합니다.
또 다른 어떤 놈은 대충 허접하게 계약하고요.

마치, 사람이 살면서 변화를 겪는 것 처럼 사념도 인간한테 영향받아 변하는 겁니다.
이것이 보통 격을 따지며 계약을 함부로 하지 않으려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합쳐진 계약자와 사념이 펼치는 기적은
조합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마몬이 1부 주인공과 결합시엔 금을 자유자재로,
3부의 주인공과 결합시엔 철을 자유자재로,

능력은 보통 기호(악마가 가진 상징) 에 바탕해서 발현되지만,
(마몬의 상징인 금속 뿐 아니라) 때때로 다른 능력이 발현되기도 합니다.

격이 높을 수록 전능한 법이지만, (격 = 성경 등 이름을 얻은 사념. 인간이 상식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상징.)
한계를 넘어서는 기적은 바로 죽음이니, 가능한 수명을 쓰지 않는 친화적인 방법을 꾀해야 합니다.

1부 마지막에 루카가 수명을 댓가로 금대신 철을 헤집는게 그것입니다.
할 수는 있는데 그만큼 댓가를 요구하는 거죠.

*********환타지적인 요소. 큰 틀에서 이 세계관은 이렇습니다.
왜 말 안했을까요? 뭐… 이렇게 안보이는 설정은 있습니다만, 이걸로 웹소설을 쓰려고 한건 아니었거든요.
기회가 있을련지는 모르지만, IP같은걸 2차 창작물로 만들때는 이런 설정이 쓰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령 능력자 배틀물이요.)

어쨌거나, 제 기획 의도나 생각에 이건 순수하게 환타지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환상성의 외피는 독자가 가능한 흥미있게 볼 수 있는 입구인거고, 동시에 믿음이나 시뮬라크르라는 이야기를 내보이기 위한 장치였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좀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본문을 쓸 때 저는 이 법칙을 전부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브릿G의 독자분들은 장르적 재미뿐 아니라 문학적 장치, 철학적 암시, 과학적 상상력까지 함께 읽어내는 분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요즘은 서사를 잘라서 일부러 서술을 안하고 상상하게 하는 방법이 많이 쓰이는 만큼, 나름대로 디깅할만한 요소 아닌가 해서요.

그래서 천사와 악마, 계약, 기적, 인식의 저항 같은 설정을 설명문으로 길게 풀기보다는, 인터루드와 사건 속에 묻어두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선택이 독해를 조금 어렵게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적어도 제 의도는 설정을 숨기거나 얼버무리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의 법칙을 독자가 이야기 안에서 먼저 감각하길 바라는 쪽에 가까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