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에 대한 피드백 – 인류의 끝에 이브가 있었다2 by Ello 님

17년 7월

우선 리뷰를 받고 수정한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어주시고 이렇게 리뷰까지 새로 써 주신 Ello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리뷰에 대한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s://britg.kr/review-single/19608/

프롤로그의 추가로 이야기가 단단해졌다고 느끼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이전 리뷰에서 주셨던 의견에 따라 암울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사회를 직접적으로 보여준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두 Ello님 덕분입니다.

‘기름진 머리칼’은… 제 머릿속 시설 내부가 폐허에 가까운 더러운 이미지여서 쓴 것이었습니다. 물은 마실 물 뿐이라 설거지도 자외선 소독기로만 이루어지고, 세탁이 어렵다보니 가장 깨끗해야 할 의사 지호의 옷도 지저분한 상황이거든요. 하지만 확실히 관련 묘사가 부족했던 것 같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데 독자분들께 통일성 있는 분위기 전달을 괜히 방해하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엘라의 머리칼에 대한 묘사는 수정하였습니다 (2화).

마약에 취한 사람은 지금보니 정말 쌩뚱맞은 것 같아, ‘흥분에 떨리는 손’ 정도로 무난하게 수정했습니다 (5화). 왜 전반적으로 탈고를 거치면서도 못 봤는지… 부끄럽네요 ㅜㅜ 감사합니다!

 

 

 

 

 

이하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계종을 짓밟는 조슈의 감정선에 대해서는, 지호에게 ‘사실 어머니는 없었고 네가 본 건 환상이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전까지 조슈가 보여준 그나마 인간적인 면모는 거의 어머니에게 지속적으로 받은 사랑에 기반합니다 (자식이 장애아라고 나몰라라 하는 부모가 대부분인 이 세계관에서는 분명 특별한 경험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 아무것도 아니었다니! 충격을 받고 흔들리던 조슈는 자식의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는 이브91을 구하면서, 방해되는 건 과할 정도로 잔인하게 처리합니다. 어머니를 찾으려는 간절함이 목표를 상실해 버리고, 그것이 이브족을 구하려는 마음으로 전이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말씀하신 것처럼 쌓인 스트레스의 해소라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엘라를 폭행한 것도 그 흔들림의 연장이겠지요.

전력탱크에 대한 반응은, 동족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체해 사용하는 기계종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사이코패스적인 모습이 떠올라 애정이 사라져 버린 측면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조슈가 사랑해 온 이브족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으니까요. 물론 조슈가 분노해서 짓밟은 녀석들을 생각하면 조슈의 입장이 궁색해지긴 하지만, 다른 종족을 해치는 것과 동족을 해치는 것은 아무래도 다르게 느껴졌나 봐요. 아무튼 조슈는 그로 인해 정신을 차리고 ‘창조주 놀이’를 그만두게 됩니다. 아프족 입장에서는 신의 눈 밖에 나서 버려진 셈입니다.

엘라를 때린 것을 반성하는 부분은, 사실 조슈가 반성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의도는 없었는데, 대사를 섬세하게 쓰지 못한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캐틀린과의 대화 이후 조슈는 엘라가 맞을 만하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엘라의 안부를 물은 것은 전적으로 1년 뒤 엘라의 용서를 받을 가능성이 있을지 물어본 것인데, 그 의미가 좀 더 분명해지도록 문장을 수정하였습니다 (19화).

이브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해요체를 썼었군요! 저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역시 날카로우시네요 ㅎㅎ 이브를 이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ㅎㅎ

엘라가 ‘그녀를 위해’라고 한 것은, ‘그녀를 (없애기) 위해’ 의 느낌이었어요. 말씀하신 대로 엘라도 이브를 인격체로 보고 있고, 묘사되진 않았지만 2년 동안 여러가지 추억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욱 이브를 적대해야 하는 입장이에요. 차라리 이브가 자아가 없었다면 게이브와 조슈의 갈등도 없었겠지요. 아무튼 말씀하신 ‘그녀에게’가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아서 수정하였습니다 (26화).

으 정말 부족한 면이 아직도 많았네요 ㅜㅜ 말씀해 주시지 않았다면 몰랐을 거에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ㅠㅠ

 

기계종들의 미성숙한 모습을 보면서 초조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셨다면, 정확합니다! 조슈 또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 때문에 마지막에 쾌감기 대신 어머니와 같은 기계종으로서의 길을 선택합니다. 이브족들을 생각하는 조슈의 모성애가 기계종들에게 종교의 기원이 되지요. 사실 역설적입니다. 종교 때문에 그렇게 고생한 조슈가, 스스로 기계종들에게 종교를 만들어 주는 모습이 되니까요. 하지만 게이브 목사가 열렬하게 믿은 예수님도, 사실은 미성숙한 인류의 모습을 보며 조슈와 비슷한 마음이었던 건 아닐지… 감히 상상의 나래를 제멋대로 펼쳐 보았습니다.

아무튼 이 긴 글을 다시 또 읽어주시고 리뷰를 써주셔서,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X100)

복 받으실 거에요 엘로님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