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인류의 최후를 앞두고 벌어지는 가치관의 충돌

멸종이 코앞에 닥친 최후의 인류를 다루고 있는 『파라미터 O』는 소용돌이치는 가치관의 충돌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이들의 대립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가 생겨나는 점이 재미있다. 극소수의 살아남은 인류가 희망을 거의 상실한 상태에서도, 꾸준하고 부지런하게 가장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는 조슈는 분명 선에 가까운 인물이고 주인공답다. 하지만 가령, 최후가 눈앞에 왔을 때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뛰고 있는 것은 정말로 옳은 선택인가? 쾌락기에 몸을 맡기고 즐기다 가는 것은 옳지 않은 선택으로 봐야 하는가?

이야기 속의 인간군상은 실로 다양하여, 똑같이 쾌락을 추구하는 입장에 있어서도 뇌에 가하는 화학적 자극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 이들과 구시대적으로 진짜 육체를 통해서 쾌락을 얻으려는 이들이 대립하기도 한다.(후자는 보수주의자라 불러야 할까? 아이러니한 일이다.) 전력이 위기 상황에 이르자, 규칙대로 남은 이들의 생존보다 인류의 유전 정보가 담긴 씨앗 탱크가 우선시된다. 여기서 또 한 번 가치관의 충돌이 벌어진다. 지금 당장 내가 죽게 생겼는데, 미래에 인류가 살아남을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가? 『파라미터 O』는 이런 가치관의 충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선택을 보여 준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여야 하는가? 죄인들의 목숨의 무게는 얼마일까? 다함께 짧게 살아야 하나, 일부가 길게 살아야 하나? 사람이 사람다움을 포기하면 사람이 아닌가? 기계가 사람다움을 갖게 되면 사람으로 봐야 하는가? 저자가 의도한 주제는 인류애였겠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상념의 파편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자아를 가진 로봇 이브와 새로운 기계종 사회로 이야기가 확장되며 벌어지는 결말이 취향에 맞든 맞지 않든, 그곳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군상들의 이야기는 확실히 흥미진진하게 읽힐 것이다.

『파라미터 O』를 읽으면서 동시에 떠오른 스티븐 킹의 단편이 있다. 우연히 차원을 건너 온 기계를 얻어 미래의 신문을 보게 된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미래의 정보를 통해 끔찍한 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학 여자농구팀 감독인 자신의 여자친구와 그녀가 이끄는 여대생 선수들이 탄 버스를 음주 운전을 하던 여자의 차가 들이받아 1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미래의 일을 알고 있던 남자는 가해자가 교통사고를 내기 전에 그녀의 차의 타이어를 펑크 내어 다른 이들의 목숨을 구한다.

자, 여기서 선은 누구인가? 사건의 가해자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여러 번 음주운전에 걸려 면허가 몇 번이나 취소된 전적이 있는 여자다. 일견 선과 악은 명백해 보인다. 하지만 미래를 비튼 남자의 앞에 나타난 수수께끼의 차원 관리인은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 버스에 타고 있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연쇄 살인범이 돼서, 나중에 암이나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발견할 어린이를 비롯해 수십 명을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겠지. 그 여학생들 중 한 명이 제2의 히틀러나 스탈린이라는 인간 괴물을 낳아서 그가 인류를 수백만 명 살해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겠지!”